황규민 약사
황규민 약사

생명체는 유기체다. 유기체(organism, 有機體)는 유기물(organic compound, 有機物)로 이루어진 조직체다. 유기물은 '탄소(carbon)를 기본 골격으로 하여 생명 활동에 참여하는 화합물'을 말한다. 결국 생명체는 탄소 화합물이 기본이고 생명 현상은 탄소 화합물의 대사 과정이다.

화학적 진화는 탄소를 기본으로 하는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 핵산 같은 유기물을 만들었다(고 추측된다). 포도당은 모든 탄수화물의 기본 벽돌이 되었고 아미노산은 모여서 단백질이 되었다. 핵산은 DNA, RNA 같은 정보 분자가 되었으며 지방은 세포의 안과 밖을 구분 짓는 세포막이 되었다. 생명 탄생에 필요한 생명 분자가 모두 준비되었다.

탄소가 생명분자의 기본 물질로 선택된 것은 탄소 원자가 갖는 물질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철이나 중금속처럼 너무 무겁거나 수소처럼 너무 가볍지도 않고 헬륨 네온 아르곤처럼 너무 안정적이어서 다른 원자와의 관계에 무관심하지도 않다. 그리고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 또는 불소 염소처럼 양극단에 치우쳐서 전자를 주거나 뺐는데 목숨을 걸지도 않는다. 탄소는 주기율표의 중간쯤에 자리하면서 전자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다른 원자를 껴안는 것이 일상적이다. 이렇게 전자를 공동소유하며 다른 원자를 껴안는 것을 '공유결합을 형성한다'고 표현한다.

뿐만 아니라 탄소는 최외각에 4개의 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팔을 뻗어 4방으로 다른 원자들을 껴안을 수 있는 구조적 특성도 가지고 있다. 이런 모든 특징이 화학적 진화과정 또는 생물학적 진화과정에서 생명체가 탄소를 기본 원자로 선택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이렇게 탄소는 탄소와 탄소 사이 또는 탄소와 질소, 산소, 황, 인 같은 다른 원자 사이의 공유결합을 통해 생명 분자들을 만들어 간다.

화학적 진화를 넘어 생명을 얻고 생물학적 진화를 통해 인지혁명을 이룩한 탄소는 호모 사피엔스로 탄생했다. 생물학적 진화 이후 만들어진 호모 사피엔스의 몸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모은 탄소 화합물이다. 식물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탄소를 공유결합시켜 포도당을 만든다. 그 포도당이 밥 빵 삼겹살 술 등 모든 음식의 출발점이다. 잡식동물이며 탄소 화합물인 우리는 또 다른 탄소 화합물인 음식을 먹어야 몸과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는 탄소 화합물 음식에서 살과 뼈를 얻고 그 화합물의 공유결합 사이에 스며있는 태양 에너지를 뽑아내어 웃고 울고 싸우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