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외식업의 양 날개, 냉장기술과 아지노모토

진주는 유명한 음식 이름 앞에 자기 이름을 내건 도시이다. 그것도 두개씩이나. '진주냉면'과 '진주비빔밥'이 그것이다. 한반도에서 냉면과 비빔밥은 흔하디흔한 대중 음식이다. 어디를 가나 먹을 수 있는 이 두 음식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것이 육전과 육회이다. 육전과 육회의 식재료는 쇠고기이다. 비교적 고급 식재료인 쇠고기가 올려질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음식이 대중화될 당시에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 진주에는 우시장과 도축장이 있었다. 일부 백정들은 중앙시장 내에 상설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냉장시설이 상업적으로 서서히 이용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정육점은 가까운 도축장에서 공급받은 고기를 신선한 상태로 냉면집이나 비빔밥집에 공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식당들은 신선한 육회나 신선한 고기로 만든 육전을 비빔밥이나 냉면의 고명으로 얹어낼 수 있었다.

음식의 대중화란 특별한 계급 계층의 사람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마음만 있다면 만들어 먹거나 사먹을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진주냉면이 유래된 것은 조선시대 중앙에서 파견나온 벼슬아치나 양반들의 음주 중 간식이나 음주 후 해장을 위한 교방 음식이었다. 그리고 1910년 한일합방으로 조선이 무너지면서 진주교방은 해체된다. 교방이 해체되면서 후신으로 민간 운영 예기조합 '권번'이 만들어진다. 권번으로 소속을 바꾼 기생들은 일본인이나 부유한 자들이 드나들 수 있는 유곽이나 요정 등에서 일을 하게 된다. 진주냉면도 그들을 따라갔다. 진주에서 대중들이 냉면과 비빔밥을 만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더 지나야 했다.

1800년대 중반 프랑스 공학자 페르디낭 카레는 액체 암모니아를 이용한 냉장방식 연구를 시작하였다. 1859년 만국박람회에 식품을 장기 보존할 수 있는 제빙기를 출품하여 호평을 받았다. 1800년대 후반 냉장선을 이용해 아르헨티나의 소고기를 유럽으로 대량 수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1910년 부산에 우리나라 최초 제빙공장이 들어섰고, 1920년대 들어 냉장기술이 식당을 포함한 산업 현장에서 서서히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1910년대에 아지노모토가 조선에 상륙했다. 냉면을 포함한 국물 음식의 육수 제조의 수고를 줄여주었다.

황규민 약사
황규민 약사

이제 외식업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1920년대가 되면 대중 음식점에서 냉면, 비빔밥, 국밥 등을 어렵지 않게 사먹을 수 있게 되었다.

1920년대가 우리나라 근대 외식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이다.

진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