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생, 만 19세.

남학생이 고혈압약과 지방간약 처방을 받아왔다.

가족 2명이 같이 왔다. 아버지와 또 다른 형제인 모양이다. 다들 침울하고 말이 없다. 아버지는 기가 찬 모양이다. 10대 후반 아들이 흔히 말하는 성인병 진단을 받았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요즘 이런 경우가 제법 흔하다. 인스턴트화된 공장식 식품으로 바뀐 음식 환경과 운동 부족이 원인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 더 흔해졌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이 이제는 성인병이 아니고 그냥 '대사성질환'이다. 지방간도 예전에는 부실한 안주와 함께 마시는 술 때문에 생기는 '알콜성' 지방간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과식과 비만, 특히 빵 라면 국수 피자 콜라 등 정제가공식품 때문에 생기는 '비알콜성' 지방간이 대부분이다. 지방간이 생길 만큼 19세 학생이 술을 마셨을 리가 있겠나?

나는 학생을 불렀다.

"잠깐 이리 와봐라. 내 말 잘 들어라. 안 그라모 니 큰일 난다." 고혈압과 지방간 진단으로 바짝 쫄아 있는 학생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상담을 하니 초집중으로 새겨듣는다. "다음에 왔을 때 내가 점검하끼다, 잘하고 있는지. 알았나?"

황규민 약사
황규민 약사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지방간같이 대사장애로 인한 질환을 대사성질환이라고 한다. 식생활 문제와 운동 부족이 원인이다. 생활관리와 식사관리는 뻔하다.

과식하지 말라. 과도한 정제가공식품, 설탕 음료를 줄여라. 운동하라.

운동시간 내기가 힘들면 식후에 최소 20분 이상 빨리 걷기라도 하기를 권한다. 운동은 식전보다 식후에 하는 것이 좋다. 식후 고혈당 스파이크와 그로 인한 인슐린의 과잉 분비를 제압하기 위해서이다. 비만과 대사 이상의 중심에는 항상 인슐린이 있다.

요즘 2030세대의 대사성질환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다. 보건의료의 측면에서 미래가 암울할 지경이다.

청년들의 경우 생활관리 식단관리 복약지도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이들은 이해도가 높다. 이해하면 노력하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

운동하고 식사관리하면 살도 빠지고 지방간도 없어지고 그렇게 되면 혈압도 정상화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잔뜩 쫄았던 당사자도 긴장이 풀렸고, 표정이 굳어있던 아버지도 웃음을 되찾았다.

기아가 반복되고 미래가 불확실한 시기에 만들어진 우리 유전자의 식탐 본성은 풍요의 시대에도 그대로 작동한다. 기회가 되면 많이 먹어 두어야 하는 그 식탐 본성 때문에 절제가 쉽지 않다.

공장에서 가공 정제되고 식이섬유가 제거되어 나오는 상품화된 식품들은 입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는다. 곧바로 흡수되어 혈당을 치솟게 만든다. 대사성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뿐만 아니라 섬유질 부족으로 덩어리를 만들지 못한다. 결국 대장벽을 자극하지 못해 건강한 배변이 어렵게 된다. 싸기가 쉽지 않다.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싸는 것이 여전히 어려운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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