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은 진화과정 중 우리 DNA에 새겨진 본성이다. 육식과 불을 이용한 요리를 통해 두뇌가 커졌고 체격은 건장해졌다. 이러한 생물학적 토대는 진화적 선순환의 수레에 우리를 올려놓았다.

지혜와 체력이 생겼고 이것은 다시 조직과 문화를 낳았다. 조직과 문화는 더 많은 먹거리를 쉽게 확보할 수 있게 했다.

드디어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의 정복자가 되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육식이 오늘날 우리를 만들었다. 육식 없이는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하기가 불가능하다. 아미노산 비율이 그러하고 비타민의 함량이 그러하다. 우리는 가능하다면 고기를 많이 자주 먹고자 한다. 그래서 소득이 높아지면 육류 소비량이 늘어난다. 모든 나라와 민족과 부족에 예외가 없다.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곡류와 채소가 아무리 풍족해도 고기 공급이 부족해지면 부족 내 불안이 증가하고 여성은 남성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며 사냥을 압박한다고 한다.

고기는,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역사적으로 가장 뛰어나고 훌륭한 음식을 대표한다. 승자의 음식이고 지배자의 음식이고 왕과 귀족의 음식이다. 그래서 고대와 중세까지는 왕과 귀족 그리고 지배자는 '고기를 먹는 계급'이라고 인식되었다. 예전에는 말을 타고 고기를 먹었다면, 오늘날에는 고급 승용차를 몰고 스테이크를 써는 것으로 바뀌었다.

불로 고기를 요리하면 맛이 좋아지고 소화흡수가 쉬워진다. 아미노산이 분해되어 나오고 육질이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아미노산이 담당하는 맛이 감칠맛이다. 감칠맛을 담당하는 대표 주자가 글루탐산이다. 그리고 열이 가해지면 단백질 중 아미노산과 글리코겐 중 당분이 결합하는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만들어지는 생성 물질은 갓 구운 고기나 빵 특유의 향미로 우리를 유혹한다. 뿐만 아니라 열이 가해지면서 흘러나오는 지방은 부드러움이나 바삭함의 식감을 제공하고, 이때 만들어지는 알데하이드 분자는 쇠고기 특유의 달콤한 향을 제공한다.

이렇게 열이 가해지면 맛과 영양이라는 생물학적 욕구를 확실하게 보장한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생물학적 욕구를 넘어서는 심리적 욕망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인간이다. 수렵 시대의 아득한 그림자, 동물적 본능을 자극하는 피빛의 선명함, 지배자와 포식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살코기 그리고 생식을 하면 살아있는 동물의 강인함과 기운을 그대로 흡수할 것이라는 믿음 등이 어우러져 생고기 육회 음식문화는 면면히 이어져 왔다.

하지만 현재 한중일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육회를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공자가 살던 고대에 중국에서는 육회를 먹었다. 특히 공자는 육회를 즐겨 먹었는데 그 기록이 논어 등에 남아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반복적인 대역병으로 생고기 육회 음식문화가 완전히 사라졌다. <음식강산>의 저자 박정배는 "일본에는 육회로 인한 식중독 때문에 육회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반면 유럽에서는 과거 유목민 음식문화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 육회가 있다고 한다.

'비프 타르타르'가 그것이다.

고려시대의 경우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이 억제되었지만 몽골의 영향과 유교의 영향으로 육식 문화는 부활하였다. 특히 공자와 공자 시대의 음식 문화가 그대로 받아들여져 육회 음식문화가 이어져 왔다. 조선 시대 육회의 기록은 곳곳에 남아있다. 하지만 위생상의 문제, 소 도축 금지 규정, 경제적 문제 등으로 육회의 대중화는 한계적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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