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란 본래 배고픔을 면하기 위한 것이므로 영양과 건강 어쩌고 하는 것은 사치일 수 있다. 배를 채우고 맛있으면 그만인 것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몸의 요구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영양 균형을 찾게 된다. 따라서 경험적으로 음식을 변형시키고 발전시키게 된다. 밥에는 찬이 더해지고, 냉면에는 고명이 더해지는 식이다. 비빔밥은 출발부터가 영양균형식이지만 육회, 멍게, 두부전 등의 고명이 더해지면서 영양 균형이 완성되고 맛도 풍부해진다. 이 모든 것이 기후와 지리적 환경에 따른 식자재 공급 여부에 의해 좌우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비빔밥이란 음식 장르의 중심은 나물이다. 그래서 비빔밥의 특징은 나물에 의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물은 식물 중에서 풀이나 나무의 어린싹과 같이 부드럽고 쓴맛이 적고 약성이 순한 것이 선택된다.

식물은 동물과 다른 세 가지 큰 특징이 있다. 당연히 나물의 특징이기도 하다.

첫 번째는 광합성을 한다는 것이다.

광합성은 식물에 있어서 딜레마이다. 빛을 받아 포도당을 만들어야 하지만 그 빛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물질이 항산화 성분이다. 이 성분이 우리의 세포와 조직을 보호하는 작용도 한다. 충분히 섭취해도 대부분 문제가 없다. 구조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어느 정도 열을 가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이들 항산화 성분 중에는 질병 치료와 건강증진에 도움되는 것들이 많다. '루테인'이 풍부한 금잔화(메리골드)는 눈의 황반변성에,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빌베리 열매 추출물은 당뇨병에 의한 눈 혈관질환에, 상처치료제 '마데카솔' 성분 병풀 추출물은 상처회복과 하지정맥질환에 약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물도 항산화 성분을 가지고 있다. 항산화 성분을 주로 공급하는 것은 재배채소이다. 물론 야채, 산채에도 항산화 영양소가 풍부하다. 그리고 재배채소 중에는 도라지처럼 항산화 성분보다는 기침 가래에 도움되는 쓴맛 생리활성 성분 '사포닌'이 풍부한 것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재배 채소는 쓴맛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량되었다. 쓴맛을 줄였다는 것은 독성과 약성이 있는 생리활성 성분을 줄였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재배채소의 주된 역할 중 하나는 항산화 성분 공급이다.

가지, 브로콜리, 시금치에는 '안토시아닌'과 '퀘르세틴'이 풍부하다. 당근, 피망, 고사리, 호박, 시금치에는 '라이코펜', '루테인', '베타카로틴'이 많다. 그리고 마늘, 파, 양파, 부추, 무에는 '알리신' 등 자극적인 '황'화합물과 퀘르세틴 등의 폴리페놀 성분이 많다. 나물에는 비타민과 미네랄도 풍부하다. 이들은 세포와 조직의 노화를 방지하고, 암을 예방한다. 해독작용을 하고, 혈관을 보호하여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

두 번째는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황규민 약사

움직일 수도 도망갈 수도 없기 때문에 초식동물로부터 자기를 지키기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모르핀, 에페드린, 카페인, 니코틴, 코카인, 아트로핀, 캡사이신, 퀴닌 등 강력한 생리활성 물질이 그런 것이다. 열에 약하고 물에 잘 녹고 쓴맛이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쓴맛을 싫어하는 것은 이들을 피하도록 진화 적응했기 때문이다. 중추 신경계를 자극하고 독성이 높다. 적정량에서는 건강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생리활성 작용을 하기도 한다. 약이다. 일정 용량 이상에서는 중추신경 등에 작용해서 마비 호흡정지 등의 위험한 증상을 나타낸다. 독이다.

나물에도 생리활성 성분이 풍부하다. 생리활성 성분은 주로 야채와 산채에 많다. 그래서 야채와 산채의 경우 대부분 그냥 먹을 수 없다. 열을 가해 데치거나 삶거나 볶고, 물에 불려 쓴맛을 제거해야 안전하고 건강한 식재료가 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독성 물질들을 너무 많이 함유하거나 잘 제거되지 않는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식재료에서 제외되었다.

생고사리에는 '프타퀼로사이드'라는 발암성 물질이 있다. 두릅은 전처리 없이 먹으면 복통, 설사, 구토를 일으킨다. 머위에는 간 독성물질이 있다. 고사리, 두릅, 머위 등 산과 들에서 채취한 것들은 전처리 과정을 통해 독성을 제거하고 약리작용을 순화시켜 사용해야 한다. 소량 남아있는 생리활성 물질은 건강하게 작용하여 신진대사 촉진, 생리기능 활성, 식욕촉진 작용을 하기도 한다. 나물에 있는 생리활성 성분은 항염, 해독, 면역강화, 항암 등의 작용을 한다.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 청경채 등 십자화과 채소에 풍부한 '글루코실레이트', '인돌 3-카비놀'은 암 예방, 일부 암의 진행을 억제하는 작용이 증명되었다. '설포라판'은 뇌 발달과 신경계 질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도라지의 '사포닌'은 기침가래 완화 작용, 버섯의 '다당체'는 면역증진 작용이 있고 오이의 '큐커비타신'과 머위의 '페타신'은 항암 작용이 있다.

세 번째 특징은 움직이지 않고 지탱하기 위해 지지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은 움직이고 뛰어다녀야 하기에 세포와 조직이 부드러우면서 탄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세포벽이 없고 대신 콜라겐, 엘라스틴 등이 구조적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식물은 쓰러지지 않고 높이 솟아야 한다. 그래서 세포를 딱딱한 벽이 싸고 있다. 세포벽을 이루는 것은 셀룰로스 리그닌 펙틴과 같은 섬유질이다.

당연히 모든 나물은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식이섬유는 당뇨환자의 급격한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변비를 예방한다.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어 건강한 장내 세균 생태계를 만든다.

이렇게 나물은 세포를 보호하고, 노화와 암을 억제하며, 생리활성 작용을 하고, 식이섬유를 보충한다. 밥은 에너지를 공급하고 양념은 맛을 보완하고 국은 수분과 영양을 보충한다. 육회, 산적, 생선전, 두부전, 홍합, 멍게 같은 고명은 비빔밥에 부족되기 쉬운 단백질 지방 등을 보충해주고 맛을 마무리해 준다.

이것이 비빔밥의 영양약리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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