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찬+국에서 밥과 찬이 합쳐져 비빔밥이 된다. 밥이 고정되어 있는 상수이고 국 역시 선짓국 콩나물국 장국 등 좁은 폭에서의 선택 사항이다. 가정식 비빔밥에서는 국이 생략되기도 한다.

결국 비빔밥은 찬에 해당하는 것이 주된 변수가 된다. 찬은 크게 3가지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가 나물이다.

콩나물 숙주나물 해초나물 미나리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송이버섯 표고버섯 오이 등이 그것이다. 밥과 함께 비빔밥의 중심이 된다. 나물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음식에서 비빔밥이란 ‘장르 탄생’이 가능했다.

두 번째는 양념이다.

고추장 간장 강된장 보탕국 양념장(마늘, 간장, 고춧가루) 깨소금 참기름 등이 그것이다. 맛에 ‘액센트’를 가하고 감칠맛을 더하며 비린 맛을 잡고 세균을 억제한다.

세 번째는 고명이다.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육회, 산적, 생선전, 두부전, 홍합, 바지락, 멍게, 멍게 젓갈, 닭고기, 청포묵, 김 등이 그것이다.

비빔밥이란 한식의 특징과 중심은 나물이지만 각 지역별 비빔밥의 독특함은 고명에서 나온다. 나물, 양념, 고명 세 가지 모두가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겠지만 특히 고명으로 얹혀 나오는 육회, 홍합, 바지락, 멍게 같은 식재료들은 바로 그 지역의 간판스타이다. 비빔밥의 이름을 좌우한다. '통영 멍게비빔밥'처럼 지역명+고명+비빔밥 이런 식이다.

황규민 약사
황규민 약사

유럽 사람들도 샐러드라는 이름의 생채소 요리를 먹는다. 하지만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이탈리아를 제외하고는 채소를 이렇게 많이 즐기는 민족과 국가는 없었다. 유럽에서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섞어 넣고 기름과 식초로 간을 하는 요리는 100% 이탈리아 요리’였다. ‘17세기 나폴리는 브로콜리와 양배추의 도시였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비타민과 다이어트 열풍, 그리고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샐러드는 세계인의 요리가 되었다. 샐러드는 재배하여 순화되고 개량된 생채소만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야채와 산채는 사용되지 않는다. 이것이 서양 샐러드와 우리 나물의 큰 차이이다.

기후나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재료가 없어서 그 식재료 음식이 없는 것은 자연스런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 조건이 비슷한데 다른 모습의 문화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독특한 것이다. 한중일 중 비빔밥 문화가 우리나라에만 있다면 그것은 우리만의 독특한 나물 문화 때문일 것이다.

중국인들도 숙주나물 버섯 죽순 등을 볶아 넣고, 일본인들도 채소 볶음요리를 먹고 술안주로 채소를 내놓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산과 들과 바다와 밭에서 나는 모든 것을 생으로 또는 데치거나 볶아서 먹는 경우는 없는 듯하다. 가히 나물의 민족이라 할만하다.

우리 민족 에너지 공급원 밥이 있고, 염분과 수분을 공급하고 목 넘김을 원활하게 하는 국이 있다. 그리고 영양과 맛의 먹는 즐거움과 형형색색의 보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나물이 있다. 양념은 나물과 밥을 이어주고 육회나 멍게 같은 고명은 마침표를 찍는다. 이것이 비빔밥의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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