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 원을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 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며 건강보험을 다시 정상화하겠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보장성 강화 정책(일명 ‘문재인케어’)을 건강보험 제도 근간을 해친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문케어 폐기’수순으로 진단했으며 보건복지부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문제들을 열거하며 보장성 강화계획을 철회하거나 후퇴하는 정책을 내놨다.

‘문재인 케어’란 질병으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장성 강화 정책을 말하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는 “5년간 30조6천억 원을 투자해 건강보험 보장률 70% 달성을 목표로 세우고, 환자가 100% 비용을 부담하던 3800여개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한 건보 적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문케어 시행 전인 2016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2.6%에서 2020년 65.3%로 2.7%p 상승에 그쳐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그러나 자세하게 살펴보면 종합병원급 이상 입원진료비 보장은 5.8%p(68.8%→74.6%)증가했고, 고액진료비 상위 30개 질환의 보장은 4.8%(77.3%→82.1%)늘었다. 아동 입원 진료비는 무려 10.9%p(62.4%→73.3%)가 증가했다. 주로 고액, 중증, 소아, 입원진료비의 보장효과가 큰 반면에 경증질환, 외래질환에서 보장률은 정체되거나 후퇴했다. 특히 의원급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는 9.8%, 27.4% 감소했는데 이는 도수치료, 백내장, 수액치료 등 실손보험의 팽창이 가져온 결과이다.

 

윤 대통령은 “문케어가 건보재정을 파탄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17년 건강보험 당기수지(수입-지출)는 7천억 원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적자를 기록하다 2021년 2조8천억 원 흑자로 전환됐으며 문재인 정부 시기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도 2017년 20조7700억 원에서 2020년 17조4천억 원으로 줄었지만 2021년 20조2400억 원으로 증가했다(사진1. SBS제공). 언론은 ‘문케어’로 건보 재정이 20조 넘게 지출됐다고만 보도할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SBS보도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5년간 추가로 들어간 재정은 21조 2,616억 원인데, 지출이 큰 순서는 희귀병 치료제 지원을 위한 중증약제비 4조45억, 본인부담상한제 2조5921억, 선택진료 폐지 2조3354억, 초음파 급여화 1조9562억, 간호간병병상 확대 1조9399억, MRI 급여화 1조125억 이며, 취약 계층 부담 경감을 위해 여성 난임 시술, 노인 임플란트 본인 부담 경감, 노인 외래진료비 지원, 노인 틀니 본인 부담 경감, 아동 입원진료비 부담 경감, 아동 충치 치료 등에 3조5581억 원이 쓰였다.

언론보도와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문재인 정부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사회안전망으로서 건강보험의 역할은 크게 강화되었다. 3대 비급여라는 용어는 이제 더 이상 쓰지 않으며 선택진료비는 사라졌고 상급병실료는 2인실까지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었다. 간병료의 부담은 여전히 크지만, 간병서비스까지 포함하는 통합간호간병서비스도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의학적 비급여의 상당수가 급여로 전환되었다. 특히 보험적용이 거의 되지 않았던 MRI, 초음파까지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어 환자의 병원비 부담이 줄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케어’의 대표적 문제로 지적되는 ‘도덕성 해이’에 따른 과잉 진료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초음파와 MRI항목인데, 2018년에는 초음파 1,378억 원과 MRI 513억 원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초음파 1조 2,537억 원과 MRI 5,939억 원으로 둘을 합해 1조8,476억 원으로 급증했다. 그런데 보장성 강화에 따라 의료 서비스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는 높아지기 때문에 이 모두를 ‘도덕성 해이’에 따른 과잉 진료로 판단할 수는 없다. 감사원은 지난 7월 <건강보험 재정 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문재인 케어의 여러 항목들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초음파와 MRI의 급여화를 추진하면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규모를 상정했는데 상복부 등 5개 초음파와 뇌 MRI를 대상으로 표본 점검한 결과, 1,606억 원에 달하는 사례가 급여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밝힌 ‘도덕성 해이’에 따른 과잉 진료 규모는1,807억 원 수준인데, 이조차도 감사원은 ‘추정’될 뿐이라며 명확한 도덕적 해이의 수준과 수위를 측정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한해 건강보험에서 지출하는 진료비 약 100조원의 0.2%에 불과한 것을 갖고 “건강보험 파탄났다”고 하는 것이 타당한가?

연합뉴스는 “이런 남용 의심 사례에도 불구하고 정책 기조를 '보장성 강화'에서 '지속가능성 제고'로 선회할 만큼 건강보험 재정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선뜻 수긍하기는 어렵다”고 [팩트체크]를 통해 밝혔다. (관련기사 보기 : 클릭)

건강보험 재정 위기의 근본 원인은 ‘문케어’가 아니다. 건강보험법(108조)과 건강증진법(부칙 2항)은 정부가 ‘예산의 범위에서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에서 14%,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각각 충당해 지원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 이를 제대로 지킨 정부는 없다. 2021년 국고지원금은 13.8%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건강보험 정상화’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정치적 공세일 뿐이다.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여전히 선진국 중 최하위 수준일 뿐이다. SBS는 지난 21일 <[사실은] 윤 대통령 "20조 재정 낭비", 따져보니 >에서 “모든 OECD 회원국 통계가 확보된 2020년 기준, 한국은 62.6%로 38개 국가 가운데 36위, 최하위 수준”이라고 밝혔다(사진2. SBS 제공). 미국의 경우, “OECD 통계 자료를 보면, 2013년까지는 40% 수준으로 OECD 국가 부동의 꼴찌였지만, 오바마 케어가 시행된 2014년 이후에는 80%대로 2배 가까이 올라간 것으로 분석됐다. SBS는 ”재정 안정성을 어느 수준에서, 반대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어느 수준으로 맞춰나가야 할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지 지난한 토론이 필요하다“며 ”정치적 구호가 난무하는 작금의 현실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구성하는데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사실은] 윤 대통령 "20조 재정 낭비", 따져보니(클릭)

‘노동 없는 경제’란 존재할 수 없다. 이제 ‘노동’은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으로, ‘북핵 위협’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OECD는 한국을 가리켜 ‘혼란스러운 인식을 가진 나라’로 규정했다. 선진국 중 불평등이 가장 심하지만,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국가의 역할에 가장 소극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노동을 지우고 혼란을 키운 가장 큰 책임은 언론에 있다. 언론개혁없이 우리 시회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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