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디뉴스=홍창신 칼럼니스트] "361칸의 모눈 반상에서 천변만화의 조화가 일어나는 '바둑'만큼은 로봇 따위가 감히 사람을 넘어설 수 없다. 과학 발전이 제아무리 눈부셔도 자고로 '바둑'을 둔다 함은 습득적 지식만으론 해법이 없는 감각적 이해가 필요한 심오한 지적 게임이다"라며 읊조리는 바둑애호가들의 자부심은 AI '알파고'가 천하의 '이세돌'을 패퇴시키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최고수 이세돌은 "이세돌이 패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건 아니다"란 말로 패닉에 빠진 인간계를 위로했지만 자신의 패배가 곧 인류의 한계임을 자각한 그는 그답게
1979년 10월, 나는 상업고등학교 3학년 신분으로 부산진역 맞은편 건물의 3층에 있는 ‘여원타자 경리학원’(지금은 전산학원으로 바뀌었다)에 타자 강사로 실습과 취업을 동시에 했다. 1980년 1월 1일, 새해 첫날 새벽을 주산 강사를 하던 친구 용태(이십대에 암으로 먼저 떠났다)와 강의실 책상 위에서 맞았다.1980년 3월까지 실습생 신분이었던 우리는 월급이 없었고 학원 뒤편의 시장 골목에 있는 밥집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전부였다. 단칸방도 얻을 수 없었던 우리는 연탄난로를 피워놓은 채 강의실 책상을 붙여놓고 침대로 활용
윤석열 정부와 보수신문은 ‘깜깜이 조합비’라며 노동조합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몰고 있지만 실제로 노동조합은 조합비 사용에 대해 일반 기업의 공시 자료보다 훨씬 자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7일 개최된 정기대의원회에서는 2022년 결산보고서를 공개했다. 결산보고서는 67P에 걸쳐 임차보증금과 일반회계・특별회계 등 총 자산 현황과 수입지출 내역을 자세하게 공개했다. 민주노총은 결산보고서에서 일반회계 통장 잔액과 희생자구제기금, 전략조직기금, 직선제기금 등 각 기금별 통장번호와 잔액, 보유하고 있는 모든 통장번호까지 공개
우리가 흔히 아는 ‘사계’의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는 정말 많은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사계’이고 한 때 서울 지하철 환승역 안내 음악으로 쓰인 음악도 비발디의 음악이었다. 그리고 영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도 곳곳에 비발디 음악이 쓰였다.오늘 소개할 이 음악 또한 많이 들어본 음악일 것이다. 비발디의 ‘두 대의 첼로를 위한 협주곡(RV 531)’이다. 비발디는 바이올린 협주곡뿐 아니라 첼로를 위한 협주곡도 다수 남겼는데 그 중 이 음악은 두 대의 첼로를 위해서 쓴
1931년생 김두영 아저씨는 1968년에 덕산에 후생당약방을 열었다.안의면에서 국민학교를 다녔고 가세가 빈한하여 담임선생님 도움으로 겨우 학업을 했지만 중학교를 계속 다닐 수 없어 중퇴를 하고 덕산으로 이사를 왔다. 외숙 문의원 도움으로 20여 년간 병원 조무원 일을 하며 1967년 약종상 국가고시에 합격하여 약방 면허를 얻어 문을 열었다. 시천면, 삼장면 사람들은 거의 이 약방을 이용했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왕진까지 가서 봐주었다.덕산 버스 정류소 맞은편에 약방이 있어 나는 진주 가는 버스를 탈 때마다 멀미약을 사러
유난히 한파가 잦았던 긴 겨울이 끝나가고, 이제 새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봄은 농심에 제일 먼저 오는 것 같습니다. 반짝 추위가 찾아와 재차 겨울옷을 꺼내 입고도 공연히 빈 밭에 가서 쥐구멍에 무너진 두렁은 없는지 구석구석을 살피게 되고, 나무 눈이 움트는지 유심히 바라보게 됩니다. 본다고 봄이라하기도 한다더니, 봄맞이는 이렇게 살필 일이 많습니다. 바야흐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고, 농민들은 올해를 살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됩니다.이렇게 새봄이 시작될 때, 지난겨울에 봤던 인상적인 장면이 있어 정리하고 넘어가려 합니다. 이곳은 연
생명체는 유기체다. 유기체(organism, 有機體)는 유기물(organic compound, 有機物)로 이루어진 조직체다. 유기물은 '탄소(carbon)를 기본 골격으로 하여 생명 활동에 참여하는 화합물'을 말한다. 결국 생명체는 탄소 화합물이 기본이고 생명 현상은 탄소 화합물의 대사 과정이다.화학적 진화는 탄소를 기본으로 하는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 핵산 같은 유기물을 만들었다(고 추측된다). 포도당은 모든 탄수화물의 기본 벽돌이 되었고 아미노산은 모여서 단백질이 되었다. 핵산은 DNA, RNA 같은 정보 분자가 되었으며 지
학교에서 폭력이 없는 상황은 좀체 어렵다. 폭력을 물리적인 강제력에서부터 정신적·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는 모든 상황으로 정의한다면 학교에서는 늘, 어떤 방식으로든 폭력적인 상황이 전개된다. 학교라는 조직을 살펴보면 가르치는 사람(교사)들 사이의 권력관계와 가르침을 받는 사람들(학생)의 권력관계가 양립하고 거기에 두 집단 사이의 긴장관계가 개입되어 복잡한 양상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배경이나 원인은 두 집단의 바탕이 되는 사회(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다.퐁티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폭력은 인간 삶의 불가피한 요소(모리
최근 국토교통부는 건설 현장 불법 행위 조사를 통해 전국 1194개 현장에서 2,070건의 피해가 신고됐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월급 이외에 지급하는 월례비(59%)였다. 철근콘크리트 서울・경기・인천사용자연합회는 회원 건설사 49곳을 대상으로 2020년 1월 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706개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지불한 월례비를 집계한 결과 1361억842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건설교통부 장관은 ‘월례비’를 근거로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경제에 기생하는 독, ‘조폭’”이라고
(이하 슬램덩크)가 역주행하고 있다. 물론 이 개봉 4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12월 3일 개봉한 는 2월 1일 현재 관객 수 200만을 넘었다. 다시보기와 ‘슬친자’(에 미친 자)라는 유형을 만들며 빚어진 숫자이다. 90년대 시작부터 중반까지 일본열도를 휩쓸고 우리나라까지 덮친 만화 의 극장판이 왜 지금, 다시 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무엇보다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연출하며, CG나 3D 위에도 펜 선의 질감을 위해 그의 수없는 리
1975년 4월 24일 학보사 기자 이인희(외국어교육과 4학년), 박세두(농학과 4학년), 안기옥(농화학과 2학년) 그리고 학생회 대의원 의장이던 외국어교육과 과대표 안광줄(4학년)은 유신헌법철폐와 고 김상진 열사 추모식을 주도했다.점심시간이라 학우 5~600명이 모였고 전체 사회(박세두), 애국가 제창(안기옥 지휘), 추모시 낭송(이인희), 추모사(안기옥), 폐회 선언까지 마무리하고, 동아일보 백지광고 기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강당에 모였던 학생들이 분노를 참지 못해 중앙잔디밭에 앉아서 유신철폐 구호를 외쳤고, 곧이어 스크럼을 짜
길게만 느껴지던 겨울의 기운이 슬슬 물러가니 벌써 입춘이 지났다.오늘은 클래식 재즈라 해야 할지, 재즈클래식이라 해야 할지 애매하기도 한 미국 작곡가 조지 거쉰의 ‘Rhapsody in blue’를 골랐다.선택한 음반은 우디 앨런의 흑백 영화 ‘MANHATTAN’ 사운드트랙 음반과 미국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피아노를 치면서 지휘한 음반이다.맨하탄 사운드 트랙 음반은 내가 좋아하는 인도 출신의 지휘자 주빈 메타 지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피아노는 개리 그라프만이다.번스타인의 연주는 LA필을 지휘한 연주이다.여기서 재
중대선거구제로 대결 정치 해결 안돼비례대표제 확대로 정당 다양성 확보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대선후보 시절부터 선호했던 중대선거구제를 다시 들고 나왔다. 수도권에서 ‘1등을 못해도 배지를 달 수 있는' 제도가 여당에 유리하다는 속셈으로 보인다.그러나 중대선거구제는 국회의원 선거의 '대표성'과 '비례성'을 담보할 수 없다. 대구나 광주 등에서는 특정 정당에서 여러 명이 당선
자세히 오래 보아야 대상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고 어떤 시인이 말하더니, 그것이 사람이나 사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요즘 지역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쨍한 햇살입니다. 육지에서는 흔하디흔한 가을 아침의 안개도 자주 보기 어렵습니다. 이 강한 햇살을 받고 자란 농산물들이 그 어디보다 맛나고 탐스럽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으니 참 뒤늦은 깨달음이지요. 게다가 사람들도 이 강한 햇살의 기운을 받아서 씩씩하고 힘이 넘칩니다. 영하의 기온으로 내려가는 추운 겨울 아침에도 물옷을 입고서
라는 드라마를 찔끔찔끔 봤다. 학교 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서로 영혼을 부수는 드라마다. 거기에 최악, 아니 극악이라 해도 부족할 담임교사가 나온다. 가해자 부모에게 거액을 받아 자퇴이유서를 고쳐 서명한 피해자 엄마, 가해자 이름들을 지운 대가로 받은 돈을 챙겨 딸을 버리고 도망가는 극악 그 자체 엄마도 나온다. 물론 담임도 공모자다.직업이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라 담임교사에게 자꾸 눈이 갔다. 범죄자들은 이미 악의 수위를 넘었으니 그렇다치고 내가 신성시 했던 선생의 용기가 단 일초라도 있었다면 얼마나 위안이 되었을
“무법지대에 있는 조폭이 노조라는 탈을 쓰고 설친다.”지난 12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부산 명문초등학교 건설 현장을 방문해 건설노조를 ‘조폭’으로 비유했다. 원희룡 장관의 ‘조폭’ 발언은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의 본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4일 관계장관대책회의에서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 등 공사 차량의 진입을 막고 건설사들에 돈을 요구하거나 불법 채용을 강요하는 등 불법과 폭력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8일부터 집단 위력을 과시한 업무방해와 폭력, 조직적 폭력・협박을 통한 금품
자주 가는 고깃집 중 '함초식당'이라는 데가 있다. 삼겹살을 시키면 젓갈 마늘 등을 담은 조그만 종지그릇을 내놓는다. 고기를 구울 동안 이 종지그릇을 불판 가운데 얹었다가 보글보글 끓으면 꺼낸다. 익은 고기를 여기에 찍어 먹으면 맛이 한결 좋아진다.직장과 집은 걸어서 10분 거리다. 중간에 내가 좋아하는 '한국국밥'이라는 돼지국밥집이 있다. 혼자 가도, 아침 점심 저녁 아무 때나 가도 부담스럽지 않은 식당이다. 이곳에는 취향에 따라 추가할 수 있는 양념이 두 가지 준비되어 있다. 다대기와 새우젓이다. 새우젓은 감칠맛을 강화하고 간을
1월 5일 이후로 글을 올리지 못했다. 멀리 여행을 다녀왔다. 몇 만리 길을 하늘 길로 다녀온 소감은 의외로 덤덤하다. 그렇게 2023년 1월 초순이 지났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간 여행이 아니어서 여행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떠나기 전부터 그리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기간 내내 머릿속에는 ‘2022 교육과정’과 ‘대강화’라는 단어가 맴돌았다.언어(문자)가 사고를 지배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고의 결과가 언어(문자)로 표현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대체로 현재의 가설은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쪽이
'이날치 밴드'는 걸출한 소리꾼 넷에다 베이스 기타 둘에 드럼이 합세한 퓨전 밴드다. 징글징글한 역병의 세월을 그나마 버티게 해준 '국뽕 열풍'에 한 바가지 기름을 더해준 그들의 히트곡 '범 내려온다'는 알다시피 의 한 토막을 달군 것이다. 간을 구하러 육지에 올라오느라 기진맥진한 자라가 토끼를 발견하고 '토(兎) 선생'을 부른다는 것이 발음이 헛나와 '호(虎) 선생'이라 소리치는 통에 에나 '범'이 내려온다는 살 떨리는 장면을 코믹하게 묘사한 노래다. 제 간 정도는 꺼냈다 넣기를 일 같잖게 할 수 있는 양 허풍을 떠는
해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왈츠로 새해를 알리는 전 세계 가장 유명한 연주회가 시작된다. 비엔나 필 신년 음악회이다. 음악회의 역사는 꽤 오래 되었다. 공식적으로는 1941년 1월 1일 클레멘스 크라우스의 지휘로 시작되었고 1954년부터 1979년까지는 당시 비엔나 필의 악장이었던 빌리 보스코프스키가, 1980년부터 1986년까지는 로린 마젤이 지휘했다.그 이후 해마다 단원들의 투표로 지휘자를 선정하는데 오늘 소개할 신년음악회는 1987년의 그것이다. 이 해 지휘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었다.신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