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법전 적용해 기소·판결 맡긴다면
정치 판검사보다 공정한 결과 나올 수도

홍창신 칼럼리스트
홍창신 칼럼리스트

[단디뉴스=홍창신 칼럼니스트] "361칸의 모눈 반상에서 천변만화의 조화가 일어나는 '바둑'만큼은 로봇 따위가 감히 사람을 넘어설 수 없다. 과학 발전이 제아무리 눈부셔도 자고로 '바둑'을 둔다 함은 습득적 지식만으론 해법이 없는 감각적 이해가 필요한 심오한 지적 게임이다"라며 읊조리는 바둑애호가들의 자부심은 AI '알파고'가 천하의 '이세돌'을 패퇴시키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최고수 이세돌은 "이세돌이 패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건 아니다"란 말로 패닉에 빠진 인간계를 위로했지만 자신의 패배가 곧 인류의 한계임을 자각한 그는 그답게 돌을 던졌다. 더는 적수가 없음을 확인한 AI '알파고'도 68승1패의 전적을 남기고 은퇴했다. 로봇에게 유일한 1패를 안긴 인류가 '이세돌'이란 기록을 남기며.

AI '알파고'가 한 인간이 평생에 걸쳐 둬온 수만 판의 바둑 기보를 단 하루 만에 통째로 외우는 습득력으로 이세돌을 꺾은 지 이제 7년. 새해 벽두부터 chat GPT가 세상을 들끓게 한다. 쉼 없이 화제를 뿌리고 다니는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가 투자한 기업 'openAI'가 만든 대화형 인공지능 로봇 'chat GPT'는 과연 놀랄 만하다. 접속하면, 인터넷을 타고 세상에 노출된 모든 정보를 달달 외운 '집사'가 시립해 하명을 기다리는데 뭐건 질문만 하면 응답에 수초가 안 걸린다.

이를테면 "소설 <데미안>의 서평을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수준으로 써 달라"고 하자 30초 만에 뚝딱 써 주는 것이 단문이지만 문장 골격이나 어휘가 장난이 아니다. 그게 서양의 오래전 명작이니 쌓인 지력이 울창해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때마침 3.1 부근이라 근작인 김훈의 소설 <하얼빈>의 서평을 초중고·대학생 수준으로 써라 일렀더니 47초가 걸렸는데, 그 역시 문장 꼴이 반듯하고 준수한 것이 나무랄 데가 없다. 커피 한 잔 마시는 동안 블로그 백 개를 만들어낸다는 말이 빈말이 아닐 것 같다. 물론 '입력 값'의 상세에 따른 '결괏값'이겠지만 서너 개 조건만 주면 일사천리로 읊어대는 만능 집사를 저마다 손바닥에 올려두었음은 이제 자명한 사실이다. 아이들 숙제나 대학생 논문은 이제 '출제자'의 걱정으로만 남은 듯하다. 여문 준비도 없이 어물쩍거리는 새에 '공상 과학 속의 미래'라 여겼던 아득한 물건이 바로 코앞에 닿은 모양새다.

그러니 그 챗봇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이 그 신통방통한 신문물을 이참에 생광스럽게 한번 써보잔 것이다. 빼어난 암기력과 열심으로 사법시험에 붙어 법조인이 되었지만 이내 타락해 법 기술자들로 전락한 이 나라의 검사, 판사, 변호사들이 일으키는 더럽고 꼴사나운 행태를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차라리 기소도 판결도 이 챗봇에 맡기는 것이 깔끔하지 않을까. 웅혼한 법 정신까지 준용하길 기대하진 않더라도 우선 법전과 판례만 달달 외게 해 적용해도 작금의 정치 판검사가 내뱉는 개소리보단 훨씬 우아하고 공정한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그러면 800원 횡령했다고 버스 기사가 해고되거나 50억 원을 받고서도 무죄가 되는 곽상도 아들 같은 황당한 편차는 극복되지 않을까.

유튜브에 출연한 이재명 변호인의 말에 의하면 엊그제까지 이재명 관련 압수수색이 329번째 이뤄졌단다. 대장동 관련 돈 먹었단 의심을 사는 전직 판검사들이 압수수색을 받았단 이야긴 들어보지 못했다. 이런 극단적 불평등이 일 같잖게 이뤄지는 시절을 또 만난 것이다. '쓰미'하지 않은가.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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