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사망 낳은 지휘 행태 고발한 기개
더러운 '똥별'과 다른 진짜 군인의 모습

홍창신 칼럼리스트
홍창신 칼럼리스트

채수근 일병. 그의 어머니가 나이 41세에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낳은 외아들이다. 대학에 입학해 1년간 캠퍼스 맛만 보고 바로 해병대에 입대한 이 청년은 지난 7월 소속 부대 인근의 수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려 생을 마감했다. 입대한 지 4개월이 채 안 됐고 갓 스무 살이었다. 해병 일병 채수근은 사흘 뒤 해병대 제1사단장 '권한'으로 '상병'으로 추서 진급되어 보국훈장 광복장을 받고 현충원에 안장됐다.

국가가 징집해 데려간 귀한 자식이 주검으로 돌아왔으니 그 부모가 느낄 참척의 고통은 얼마큼이며 그건 극복이 가능한 아픔일까. 그 생때같은 청춘의 주검을 넉 줄로 요약해 안장하고 그 위에 훈장을 다발로 안긴다 한들 그까짓 게 과연 위로가 될까. 어이없는 것은 피지도 못하고 스러진 그 청년의 서러움과 억울함을 사흘 만의 '안장'으로 덮어버리고 책임 소재를 두고 벌이는 권부의 추한 면모를 지켜봐야 하는 참담함이다.

유속이 빨라 장갑차도 되돌아 나온 급류에 구명조끼도 안 입힌 맨몸의 병사들을 투입한 해병대 사단본부의 지휘 판단은 누가 봐도 미친 짓이다. 그러므로 이 무모한 지휘 행태를 적시해 경찰에 고발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의당 자기 소임을 한 것이다. 그러나 군검찰은 경찰에 접수된 고발장을 회수하고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란 무시무시한 죄명으로 몰아 징계하려는 놀라운 행태를 보였다.

국방부와 장차관 법무행정관 해병대사령부 모두가 '시소'의 한편에 앉고 맞은편에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홀로 앉아 그 무게를 견디고 있는 게임이 달포째 벌어지고 있다. 복종의무가 추상같은 군에서 까짓 거슬리는 대령짜리 하나 싹둑 제거하지 못해 군부가 온통 매달려 끙끙대는 반면 대령은 의연하고 당당하게 맞서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군은 자체적으로 법원, 검찰, 경찰 조직을 갖추고 있어 군 내부에서 벌어지는 범법에 대처하고 있다지만 독립적 사법기관이라 할 수는 없다. 그들은 모두 장관, 참모총장 등 군 수뇌의 지휘 아래 있기 때문이다. 그간 군 사망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축소 조작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까닭이 거기 있다.

집단 폭행으로 종아리 허벅지의 근육이 터지고 갈비뼈 14개 부러진 참혹한 부검 결과가 나왔음에도 "냉동만두가 막혀 기도 폐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한 윤승주 일병 사건과 남성 상관인 장동훈 중사에게 성추행당해 여러 차례 신고하였으나 모두 묵살되고 2차 가해까지 당한 끝에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군 여성 부사관 이예람 중사의 억울한 죽음에 이르러서야 국회는 군사법원법을 손질했다. 국회는 '군대 내 사망사건과 성폭력 범죄 등은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한다'라 개정한 군사법원법을 2022년 7월1일 자로 시행 고시했다.

그 법에 따라 해병대사령관 해군 참모총장 국방장관의 결재까지 받아 절차를 지킨 수사단장을 항명 '수괴'로 목하 엎어 삶는 것이다. '날리면' 이후 권부의 집단 정서는 "참이건 거짓이건 중요치 않다. 일단 우기고 뻗대면 나머지는 기레기들이 알아서 북치고 나발 불어 개돼지들을 교화해 준다"라는 믿음에 빠진 듯하다. 몰아치는 압박에도 의연한 박정훈 대령의 기개에 에나 군인의 모습을 본다. 부패하고 비겁하고 더러운 '똥별'들만 봐오다 느끼는 간만의 신선함이다. 대령의 건투를 빈다.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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