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신 칼럼리스트
홍창신 칼럼리스트

TV 꼴은 쳐다도 보기 싫어 옻나무작대기 피하듯 배돈 지가 어느새 1년이라. 어쩌다 간 식당 벽에 걸린 그것이 뉴스랍시고 이러고 저런 소릴 주절거리는 것도 봐내기 역해 왼고개를 틀던 봄에 주말연속극 하나에 재미를 붙였더라. 찬탄을 자아내는 매력적인 배우 전도연이 오랜만에 출연하고 그것도 그간 그녀가 단골로 맡아왔던 비극적 배역과는 달리 로맨스 코미디극이 목하 한창이라니 입맛이 당긴 것이다. 줄거리의 허리께에 고개를 디밀어도 어렵잖게 앞뒤가 꿰지는 이 드라마의 고갱이는 수험생 엄마인 반찬가게 열혈 여사장과 이 나라 사교육 1번지에서 스타가 된 일타강사가 벌이는 사랑놀음이다. 그녀는 여전히 '전도연'이었다. 극 중에 그 매꼬롬한 학원 강사의 수입이 10분에 1700만 원이나 된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설마 실제로야 그러랴 싶어 검색기에 두들겨 봤다. 이른바 대치동 일타강사의 경우 대략 월에 3억 6000만 원, 연봉으로 따지면 30억~40억 원 정도의 벌이가 된다는 게 실제인 것으로 보인다. 고관대작이나 재벌의 자식을 억대 수강료를 받고 개인 교습해 얻은 수익이 아니라 1인당 몇만 원에 개설한 인터넷 강좌의 수강생이 넘치고 넘쳐 생긴 '수확'이란 것이 놀라울 뿐이다.

"애들 나이에 '0' 하나 붙인 게 학원비라는 것은 옛말이고 요즘 초딩은 나이에 2~3살 더한 다음에 '0'을 붙여야 얼추 맞다." "학원들이 간판을 의대 반으로 달고 입학 고사까지 치러 초등 의대 반을 뽑는데 경쟁률이 10 대 1도 예사다." '일타강사'를 검색하니 우르르 쏟아지는 물정이다.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의 광풍이 휘몰아치며 잘나가던 대기업 월급쟁이조차 심하게 흔들리는 세태를 겪으며 '직업 안정성'을 첫째로 꼽는 세상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된 줄은 몰랐다. 대학 서열이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로 굳어져 2022 정시 합격자의 성적 상위 20학과가 몽땅 의·치·한이었단다. 명색이 대통령짜리가 언급한 킬러 문항 몇 개 없앤다고 해결의 기미가 있으리라곤 그들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분부 봉행을 읊조리며 압수수색과 세무조사로 일타강사를 조지겠노라, 카르텔을 무찌르겠노라 칼춤을 추는 하수인들이나 "교수도 못 풀어요. 킬러문항" 하며 추임새를 넣는 신문회사들의 기사 꼬라지를 보며 분노를 넘어 연민이 인다.

"표창장이 입학전형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제출 서류가 허위일 경우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라며 부산대가 의사 '조민'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무효' 결정을 내렸다. 결국 그 쾨쾨한 최성해란 자가 일으킨 '표창장의 난'이 집권의 빌미가 되고 의사면허 박탈의 구실이 된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민'은 2023년 6월 21일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미닝'이라는 예명으로 동요 '내 고양이'를 내놨다. 유튜브 채널 개설 한 달 만에 구독자 20만 명을 돌파했다더니 취입까지 한 것이다. 따라 부르기 쉽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음률에 얹은 그녀의 음색이 독특하다.

감히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한 자의 식솔로서 감당해야 할 후과의 혹독함에 굴복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마이웨이를 부르는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권력에 기생하는 저 사악한 '연진이'들의 몰매를 옹골차게 잘도 견뎠다. 까짓 의사가 대수더냐. 먹방을 벌이고 차박을 즐기고 가수 놀이도 하면서 이 험한 시절 함께 이겨나가길 열원한다.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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