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김장하' 백상예술대상 수상 이변
호명되지 못한 이들에게도 감사 박수를

연속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백상예술대상을 받은 배우 '박은빈'의 수상소감을 두고 갑론을박이 무성하다. 평론가 김갑수의 논평이 일으킨 파장이다. 수상 장면을 지켜본 나는 그간 띄엄띄엄 흘겨봤던 배우 '박은빈'에 대한 호감도가 한층 높아졌다. 갑수 씨 말마따나 눈물 콧물을 추스르느라 끊어질 듯 근근이 이어진 수상소감이었으나 만만치 않은 사색이 담긴 단단한 문장이 뼈대를 받치고 있다는 느낌에 볼륨을 높여 귀를 세우고 들었다.

각종 영화상이나 연말연시 방송사 연예 대상 시상식은 이른바 '스타'들을 방 가득 불러 모아 벌이는 한판 잔치니 그야말로 볼만한 구경거리다. 팬데믹 전후로 영화 드라마가 칸, 아카데미, 에미상 등을 거머쥐며 세계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려 '우리 것'에 대한 자존감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래서 더욱 살갑게 느껴지는 배우들 민얼굴을 스크린 밖에서 보는 즐거움을 누리겠노라 모처럼 TV 앞서 턱을 괸 것이라. 그러면서도 스멀거리는 못마땅함은 그 구태의연한 시상방식과 빤한 수상소감을 또 견뎌야 함이라.

시상을 위해 멋진 의상으로 성장한 전년도 수상 남녀가 등장해 발표에 앞서 나누는 수작들이 대개가 "○○씨 안녕하세요" "○○씨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로 이어지며 서로 추어주는 낯 간지러운 대사 일색이다. 방금까지 무대 뒤서 대기하다 팔짱 끼고 나온 자들이 나눌 '토크'로는 사실감 제로의 이 어색한 장면을 시상자마다 하나같이 되풀이하니 들여다보고 있기가 딱하다. 날고 기는 이 나라 최고 이야기꾼들의 잔칫상에 저런 시답잖은 대본으로 흥과 격을 깎는 모양이 되풀이된다는 것도 수수께끼다.

'수상소감'이란, 기획사 사장, 연출자, 작가, 촬영감독, 조명 기사에다 화장, 의상을 챙겨주는 코디와 매니저와 그리고 부모형제 자식 조카의 이름을 끝도 없이 호명하는 것으로 굳어진 판이다. 고대하던 상을 받으니 그간 이끌어줬던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공개적으로 표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되지만, 보는 이에겐 그저 의미 없는 부호의 반복 나열일 뿐이다. 그걸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시청자 저변이 이제 지구촌으로 넓어졌다. 우리 문화 위상이 높아져 우리가 칸이나 아카데미 시상식을 챙겨 보듯이 그들도 우리를 들여다보는 판국이란 말이다. 김갑수 씨의 언급이 배우 박은빈을 특정한 폄훼라 생각지 않는다. 굳어진 양식의 식상함을 바꿔보자는 제안이고 예인들이 토하는 말의 힘과 그것이 미치는 영향을 무겁게 여기고 제고하자는 충언이라 여긴다.

홍창신 칼럼리스트
홍창신 칼럼리스트

<어른 김장하>가 교양 작품상을 받은 것이 올해 백상예술대상 최고의 이변이라 한다. 본선 후보에도 오른 유례가 없는 지역 방송국 명색이 쥐꼬리 예산으로 넷플릭스를 타며 큰 파문을 일으킨 <나는 신이다> 등의 화제작을 제쳤으니 놀라는 비명이다. 수상자인 MBC경남의 김현지 PD에게 할애된 소감 술회의 시간은 2분이었지만 30초로 끝냈다. 시간에 쫓기는 행사 진행 PD의 심사에 과도하게 이입한 탓이란 주장도 있지만 그럴 리 없다. 김현지 PD가 채 호명하지 못한 이름을 대신 부른다. <어른 김장하>를 썼으며 "나쁜 사람을 찾아내 고발하는 쪽보다 좋은 사람을 찾아내 널리 알리는 것의 효능감에 주목했다"란 내레이션을 남긴 김주완 기자, 남강과 진주의 아름다운 하늘을 묘사해 우리를 찬탄케 한 강호진 촬영감독, 그들이 이룬 성취에 큰 박수를 보낸다.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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