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희주 진주텃밭 이사장

기후위기가 심각합니다. 봄장마, 여름폭우와 폭염, 가을장마 등 우리가 새롭게 경험하는 날씨로 볼 때 우리나라도 이제 아열대기후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2년 가까이 겪고 있는 코로나19 상황도 기후위기의 산물입니다. 기후변화가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급변점)에 가까워졌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 시민들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단디뉴스>기후위기와 대응을 주제로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기후위기 실태, 원인과 대응 등 기후위기 전반의 이슈를 살펴보고, 진주지역의 각 분야 전문가들과 단체, 기업에서 전개하고 있는 다양한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소개할 계획입니다. 이번 시리즈 연재에서는 과대포장 억제와 용기 재사용, 녹색구매지원센터 활동, 생물 다양성 보전, 농지 잠식 영농형 태양광 규제, 교통 분야 에너지 감축, NO 플라스틱 캠페인, 플라스틱 대체 종이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여러분들의 다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 편집자

 

진주텃밭 소희주 이사장
진주텃밭 소희주 이사장

[단디뉴스=강누리 기자] 지역 농민과 농산물을 지키고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모였던 조합원들이 농산물 판매를 친환경적으로 변화시켜보자는 의견을 냈었습니다. 우리 농민들이 할 수 있는 게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판매하는 농산물 포장을 간소화하고, 포장 용기를 재사용하자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죠. 현재는 조합원 2700여 명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2013년 지역농민회와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만들면서 시작된 진주우리먹거리협동조합 진주텃밭은 지역 농민과 안전한 먹거리,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실천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로컬푸드의 취지에 따라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것을 추구하며, 최소한의 포장과 용기 재사용, 용기내 활동 등을 실천한다.

농민 30여 명과 일부 시민들로 시작된 진주텃밭은 현재까지 2700여 명(생산자 300여 명, 소비자 2400여 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진주텃밭은 진주 금산면과 초전동에 매장 두 곳을 운영하면서 진주지역 대표 로컬푸드 매장으로 성장했다. 지난 14일에는 평거동에 세 번째 매장인 진양호점을 개장하면서 진주지역 내 녹색실천 매장으로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단디뉴스>기후위기와 대응시리즈의 네 번째 글을 위해 농산물 포장 간소화, 용기 재사용, 용기내 활동 등을 실천하고 있는 진주텃밭을 찾아 소희주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무포장과 포장 간소화

소희주 이사장은 기후변화로 농작물이 자라는 토양의 성질이 변할 뿐만 아니라, 변화된 토양에서 자란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 역시 건강하지 못한 먹거리를 제공받게 되는 것이라며 이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개선하기 위해 우리 농민들이 할 수 있는 친환경 활동들을 찾아 실천하게 됐다고 전했다.

 

진주텃밭 녹색실천 로컬푸드 매장 입구

처음부터 진주텃밭의 모든 조합원이 무포장과 포장 간소화, 용기 재사용 등에 동의한 건 아니다.

무포장 판매 시 부추같이 수분 보존이 필요한 농산물들은 금방 시들어 농가로 반품될 가능성이 크고, 감자나 당근은 판매자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또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는 소희주 이사장과 나머지 조합원들의 설득 끝에 진주텃밭의 무포장 매장 운영이 시작됐다.

 

진주텃밭 녹색실천 로컬푸드 매장에서 무포장·최소 포장으로 판매되고 있는 농산물 [사진=진주텃밭 제공]

소 이사장은 반대하는 조합원들을 설득해 호기롭게 모든 농산물을 무포장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부추 등은 실제로 오후가 되면 숨이 죽어 판매가 어려워졌다. 먹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투명 보관함을 구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관함에 넣으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안 되는 건 과감하게 포기하기로 했다덕분에 농가에서 제공하는 포장 용기 재사용과 재생비닐을 사용한 최소한의 포장 방법을 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진주텃밭 녹색실천 로컬푸드 매장 입구에 비치된 재사용 용기 반납 수거함

용기 재사용과 용기내 활동

농산물 구매 시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종이·플라스틱 상자, 아이스팩 등은 매장 입구에 비치된 재사용 용기 반납 수거함으로 모인다. 모아진 용기들이 진주텃밭 내 세척기를 통해 깨끗하게 소독되면 납품을 위해 방문한 농가들이 자체 수거한다.

 

곡물과 세제가 용기 없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

진주텃밭에서는 용기내 활동도 함께 진행된다. 용기내 활동은 음식을 사거나 장을 볼 때 포장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용기(勇氣)를 내 다회·재활용 용기(容器)로 음식이나 식자재를 포장하자는 뜻을 담은 환경운동의 개념이다.

진주텃밭에서 용기내 활동을 통해 판매되는 대표적인 제품에는 곡물과 세제 등이 있다. 소비자는 본인이 가져온 용기에 원하는 제품을 담아 매장 관리자에게 전달하고, 관리자는 제품별로 무게를 달아 판매액을 산정한다. 소희주 이사장은 매장 내에서 판매되는 세제의 경우 용기내 활동을 통해 기성 제품보다 약 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원순환 마을 만들기 및 재활용 관련 교육 모습 [사진=진주텃밭 제공]

진주텃밭은 조합원들에게 주기적으로 환경 관련 교육도 제공한다. 조합원들은 교육을 통해 용기 재사용 등 자원순환이 필요한 이유와 재활용 방식 등을 배우게 된다.

소 이사장은 학교나 회사에서 성평등 교육 등을 필수 수료 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처럼 환경과 기후변화 등에 대한 교육도 진행해야 한다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이를 해결할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지속해서 배워야 변화를 위해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로 이런 과정을 통해 진주텃밭의 비닐 구매량과 소비자들의 재사용 제품 기부에 변화가 생겼다고 전했다.

진주텃밭에 따르면 20198월부터 12월까지 비닐 포장재 구매에 총 244만 원을 지출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7만 원이 절약된 187만 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20208월부터 12월까지의 매출이 2019년 대비 60% 이상 증가해 기존과 같은 비닐 구매 비율을 적용할 경우 총 3904천 원이 투입되어야 하나, 예상값보다 52%나 감소한 결과를 이뤄낸 것. 농산물 포장에 사용되는 아이스팩 역시 조합원들과 소비자들의 기부로 2020년 하반기부터 구매액 0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녹색선언 현장 모습 [사진=진주텃밭 제공]

그는 올해 65일 환경의 날에 진주텃밭 조합원 천 명과 함께 진행한 녹색선언을 언급하며, 앞으로 진주텃밭 조합원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녹색 활동을 실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농업도 기후와 환경이 가장 중요해요. 농민들이 아무리 농작물을 지극정성으로 키우고 보살펴도 기후변화로 극심한 가뭄이 들거나 강한 태풍이 오면 소용이 없어요. 지속가능한 농업 역시 적절한 기후와 환경이 바탕이 돼야 가능하거든요. 저를 비롯한 진주텃밭 조합원들은 지역 농민과 농산물을 지키고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포장 축소와 용기 재사용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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