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탄소 배출 감축과 욕망 억제

사진=pix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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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심각합니다. 봄장마, 여름폭우와 폭염, 가을장마 등 우리가 새롭게 경험하는 날씨로 볼 때 우리나라도 이제 아열대기후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2년 가까이 겪고 있는 코로나19 상황도 기후위기의 산물입니다. 기후변화가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급변점)에 가까워졌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 시민들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단디뉴스>기후위기와 대응을 주제로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기후위기 실태, 원인과 대응 등 기후위기 전반의 이슈를 살펴보고, 진주지역의 각 분야 전문가들과 단체, 기업에서 전개하고 있는 다양한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소개할 계획입니다. 이번 시리즈 연재에서는 과대포장 억제와 용기 재사용, 녹색구매센터 활동, 생물 다양성 보전, 농지 잠식 영농형 태양광 규제, 교통 분야 에너지 감축, NO 플라스틱 캠페인, 플라스틱 대체 종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여러분들의 다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 편집자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기구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 이하 IPCC)에 따르면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구의 평균 기온이 2020년 현재 1.1상승하였으며, 만약 2.0온난화가 되면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인간의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IPCC2100년까지 지구 기온의 상승 폭을 1.5미만으로 제한하기 위한 구체적인 온실가스 배출 목표와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IPCC의 목표: 50년 탄소 중립

먼저 2050년 이후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추가로 상승해서는 안 된다. 2050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순제로(net zero) 또는 탄소중립이 되어야 한다. 중간 목표는 2030년까지 전 지구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까지 감소시키는 것이다. ‘순제로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동일한 때를 말한다.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의 절대량이 증가하더라도 흡수량이 이에 따라 증가하다면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탄소 배출은 최대로 감축하고 흡수는 최대로 해야 한다.

 

시나리오별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 (출처: KAIST, 기후솔루션. 2050 탄소중립 전환 시나리오: 한국형통합평가모형 분석)
시나리오별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 (출처: KAIST, 기후솔루션. 2050 탄소중립 전환 시나리오: 한국형통합평가모형 분석)

국내 연구 기관이 분석한 시나리오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르면 NDC 지속[우리나라가 2015년 유엔에 제출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유지] 또는 현재 정책 지속(2018년 작성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의 경우 2050 탄소중립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난 수십 년간 빠르게 증가한 만큼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욱 가파른 속도로 감축해야 한다.

전력의 70-85%를 재생에너지로 생산

에너지 산업(발전 부문)은 석탄, 천연가스 및 중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연소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큰 부문이지만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정도에 따라 배출 제로가 가능하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 IPCC는 전력의 대부분(70-85%)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하며, 석탄 발전은 전 지구적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한다. 일부 전력을 천연가스에서 생산한다면 반드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저장하는 기술이 활용되어야 한다.

산업 중에서도 제조업 및 건설업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데 석탄, 석유, 가스, 전기 등 에너지 연소로 인한 배출이 대부분이다.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한 전기로 공급(전기화)할 수 있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전기화는 에너지 손실 등의 문제를 수반할 수 있으며 산업 공정에 따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전기차와 수소차로 대체

수송은 산업 부문 다음으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많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와 수소와 같은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수송 수단(자동차, 철도, 항공기, 선박) 중심의 시스템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우선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자동차 연비를 개선함으로써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할 수 있다.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이 잇달아 내연기관 개발 중지를 발표한 바 있으며, 유럽연합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차 판매 금지를 선언하는 등 내연기관차 퇴출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철도는 우리나라에서 일부 디젤 기관차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력기반 시스템이 이미 완비되어 있다. 관건은 공급되는 전기가 얼마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되느냐이다.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항공분야는 향후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서 과감한 대책이 요구된다.

삼림 확대, 습지 보존. 이산화탄소 포집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감축뿐 아니라 흡수량을 높이는 전략도 필요하다. 숲은 다양한 육상 생물 대부분의 서식지이자 중요한 탄소 흡수원이다. 탄소 흡수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존의 산림을 조성하고, 아울러 방치되고 있는 휴경지나 폐부지 그리고 섬 지역에 나무 심기 같은 적극적인 산림 확장이 필요하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산림이나 녹지를 훼손하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 새만금방조제 공사 등으로 없애기만 해 온 국내 갯벌이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규모로 흡수한다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됨에 따라 연안 습지 보존은 탄소중립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토양도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가 시작한 ‘4(4퍼밀, 4/1000) 실천운동은 전 세계 토양에 유기물 함량을 매년 0.4% 증가시키면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모두 흡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풋거름 작물을 심고 경운을 최소화하는 등 토양의 탄소 저장을 높이는 농법과 함께 벼농사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배출은 줄이는 토양관리 기술이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제거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육상, 해상 또는 기기에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인위적인 활동을 말한다.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이하 CCUS)은 탄소중립을 가능하게 할 기술적 대안 중 하나이다. CCUS는 발전시설이나 대규모 산업 시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분리한 다음 적합한 장소까지 운송하여 필요한 곳에 사용하거나 지하 깊은 암석층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CCUS는 탄소 배출을 저감하기 어려운분야에 대한 해결책으로 각광받고 있으나 아직은 기술적 혁신이 요구된다.

세계 각국의 그린 뉴딜정책

IPCC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반이라는 전 지구적 목표에 부응하여 세계 주요 국가는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하였다. 미국의 그린 뉴딜과 유럽연합의 그린 딜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경제사회 대전환,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의로운 전환 그리고 에너지, 건물, 교통, 순환경제, 폐기물, 농업, 생물다양성 등 포괄적 영역의 전환을 추구한다. 실행을 위한 막대한 공공예산 투입과 제도 개선 계획도 포함한다. , 전환 과정을 경제성장 의 투자이자 일자리 창출 전략으로 삼는다. 지금까지 영국과 독일이 탄소배출을 줄이면서도 경제성장을 해 온 것처럼, 자원 사용을 줄이면서도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식이다. 이를 탈동조화(디커플링, decoupling)라고 하는데 과연 이것이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국제사회와 주류 환경운동의 목표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함으로써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를 방지하는 것이다. 보완적으로 온난화에 따른 위협과 피해를 방지하는 적응대책이 있다. 해수면 상승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해안 근처 주거지역을 내륙으로 이동시키거나 방파제를 세워야 한다. 그 외에도 산림 파괴 방지, 지속 가능한 토지 사용 및 물 관리 그리고 재난위험 관리의 다양한 적응 전략이 있을 수 있다. 최근에는 어차피 기온 상승을 막기에는 늦었다는 비관론이 늘면서 적응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온실가스 감축체계 결여

우리나라도 2020년 코로나19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한국판 뉴딜은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는 디지털 뉴딜, 녹색산업을 육성하는 그린뉴딜 그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휴먼뉴딜의 큰 정책 방향에 따라 구체적인 추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경제적 전환 과정에서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 발전 전략이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터무니없이 낮고 명확한 온실가스 감축체계가 없다고 지적한다. 기후위기를 막을 정도의 급진적 사회경제의 전환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대기업 중심의 구태의연한 경제성장 정책이라는 것이다.

지난 831일 국회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는 내용이 담긴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통과되었다. 진보정당과 시민단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2030년까지 감축 목표가 국제적 기준에서 매우 미흡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으며,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이 병기된 이 법은 성장과 이윤을 우선으로 하는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였다.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수립된 계획이 광역 및 기초지방자치 단위에서 잘 실행되어야 한다. 20206월 우리나라 226개 기초지방정부는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공동으로 선포하였다. 아울러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자립 계획 수립 및 실행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하는 제도 수립과 추진 등을 약속하였다.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는 기후위기 비상선언 이행을 위한 안내서를 펴냈다. 이는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이행 방안을 10개 부문(이행기반 마련, 공공의 역할, 거버넌스, 기후리스크 평가 및 적용, 교통, 건물, 산업/경제, 폐기물 및 자원순환, 교육 및 홍보, 탄소 흡수원 조성 및 생태계 보전)50개 항목으로 제시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통합 정책을 펼 수 있게 하는 지침이다.

말로만 하는 탄소중립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말로만 한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대규모 천연가스 발전소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월 집권여당이 앞장서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기후위기를 오히려 부추기는 것이다. 경상남도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원인인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가 폐쇄되는 한편으로 대규모 신규 석탄 발전소를 새로 가동하거나 건설 중에 있다. 온실가스 흡수와 저장 기능이 있는 산림을 무차별 파괴하는 지리산 형제봉 산악열차 추진 계획은 아직도 폐기되지 않았다. 기후대응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한다.

길들여진 성장과 과소비 줄이기 쉽지 않아

우리 사회가 탄소중립 사회로 진정한 발걸음을 떼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면서 에너지와 상품 소비를 극대화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이 우리 사회에 너무나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시장원리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산업계의 자발적인 탄소 배출감축 노력을 제고하기 위하여 경제적 정책 수단부터 시행한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탄소 배출허용총량을 설정하면, 기업은 배출권을 할당받거나 구매 또는 거래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실효성 있게 시행되지 못하였으며 시장 기능의 부진과 배출권 할당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탄소세는 정부가 세율을 정하고 배출량에 따라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도 탄소세 도입 및 배당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이들 제도는 기업이 탄소 배출로 이윤을 창출하였으며 이에 따라 기후위기가 촉발되었으니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탄소 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대해서 탄소국경세 명목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개인적인 대응도 필요하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풍요로운 소비에 길들여진 오래된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무척 힘들다. 환경부는 탄소중립 생활 실천 안내서를 펴내 가정, 기업, 학교에서 온실가스 줄이기를 생활화할 수 있는 81개의 구체적인 실천 수칙을 에너지, 소비, 수송, 자원순환 그리고 흡수원 영역에 걸쳐 제시하고 있다. 한 사람의 실천은 미약해 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게 되면 그 영향이 커질 뿐 아니라 기업이 친환경 제품 생산하게 하거나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수립하게 압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개인의 실천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고 비난하게 될 수 있으며, 기업이나 정부의 역할을 소홀히 여기게 될 수 있다.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의 소비를 줄이면 수요 감소로 가격이 내려가 다시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21세기의 나침반이 되어줄 도넛 (출처: 도넛 경제학)
21세기의 나침반이 되어줄 도넛 (출처: 도넛 경제학)

도넛 경제학: 사회적 기초와 생태적 한계

경제학자 게이트 레이워스도넛 경제학이라는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창한다. 그림의 바깥쪽을 보면 인류는 기후변화와 이와 연관된 다른 환경문제(해양 산성화, 생물다양성 손실, 해양 산성화, 담수 고갈, 토지 개간 등) 측면에서 이미 더 이상 넘어서는 안 되는 생태적 한계 가까이 있다.

안으로는 모든 사람들의 존엄성을 위해서 부족해서는 안 되는 삶의 기초 요소들이 있다. 충분한 식량, 깨끗한 물, 양질의 위생 시설, 에너지 접근과 청결한 조리 시설, 교육과 의료 서비스, 제대로 된 주거, 최소 소득과 안정적인 일자리, 정보망과 사회적 지원망 등이 있다. 아울러 성 평등, 사회적 형평, 정치적 발언권, 평화와 정의가 있어야 한다.

경제학의 목표는 성장이 아니라 생태적 한계는 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기초 이상을 누리는 도넛 모양의 공간에 인류가 위치하는 것이다. 그 수단은 적절한 인구 수, 자원의 공평한 분배, 욕망의 제어, 기술 혁신 그리고 효과적인 거버넌스이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착각

인간 욕망을 자극하는 자본주의 속성 외에도 탈탄소 사회로 가는 길에는 다른 장애도 많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탄소중립의 시한은 2050년이고 탄소 예산 측면에서 보면 불과 7년의 시간이 있을 뿐이다. 에너지 및 산업 부문의 담대한 전환, 탄소포집 및 저장 기술 혁신, 또는 전면적인 수소경제를 구현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녹색성장이라는 거짓된 분칠로 기후변화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허비한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의 불확실성은 설마하는 마음과 연결되어 행동을 소극적으로 만든다. 아직은 먼 나라나 먼 훗날의 일이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애써 치부한다. 더구나 우리 대신 국가를 경영한다는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기후위기란 없는 듯이 행동하지 않는가?

기후위기를 초래하지 않는 범위의 탄소 배출이라는 공동 자원의 통제를 국가온실감축목표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라는 자율 규제에 의지한다면 공유지의 비극’(공동 자원의 이용을 개인 자율에게 맡길 경우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여 자원이 남용되거나 고갈되는 현상)에 이를 수 있다. 탄소저장 및 흡수나 수소전지 기술의 혁신이 탄소중립 사회 달성에 반드시 필요하기는 하나 과학기술이 모든 난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과학만능주의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주저하게 하고 방해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위험천만하면서도 미래 세대에 고준위 핵폐기물의 처리를 떠넘기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유망한 대안인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

함께하는 정의로운 전환

바람직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정의로운 전환이다. 에너지 및 산업 시스템의 전반적 전환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특히 화석연료 관련 경제분야(화력발전이나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 등) 노동자와 그들의 지역사회에는 생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과 지역사회가 일방적 피해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인데 교육훈련, 재정적 지원, 좋은 일자리 창출 등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전환은 함께 가는 길이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사회의 전 영역에 걸친 전환과정의 수많은 이해당사자(정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포함하는 경제계, 에너지 산업계, 농축산업계, 소비자, 시민단체, 청년 미래세대, 환경운동가 등)들이 합의하는 목표와 전략을 도출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농어민과 지역주민이 반대한다고 대규모의 태양광이나 풍력 단지 조성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에너지 산업의 빠른 전환이 어렵게 된다. 하지만 지구를 지키면서도 여전히 좋은 삶을 살아가고 싶은, 각자 삶의 주인인 우리를 무시하는 전환은 안 된다.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우리가 원하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함께 논의하고, 감시하고, 비판하고, 대안을 마련해서 주장하는 깨어있는 시민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 여기, 각자가 있는 위치에서 정치가 필요하다.

 

김장락 진주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경상국립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김장락 진주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경상국립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참고문헌>

1. 최영은송치만김민기김유진. “‘지구온난화 1.5특별보고서해설서”,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2020

2. IPCC AR6 WGI. “Climate change 2021:the physical science basis”, 2021

3. 엄지용 등. “2050 탄소중립 전환 시나리오: 한국형통합평가모형 분석”, KAIST, 기후솔루션. 2021

4. 대한민국정부.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전략”, 2020

5. 국회입법조사처. “국제항공 온실가스 감축관리체계 도입을 위한 향후 과제”, 2020

6. 김필주. “흙은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 비밀병기”,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1.4.6.

7. 권선연. “일론 머스크도 찾는 탄소포집기술이란?”, 코트라 해외시장뉴스. 2021.2.10

8. 이유진. “한국의 그린뉴딜과 정부국회의 역할”, 녹색전환연구소

9. 보도자료. “정부 합동 한국판 뉴딜 2.0 추진계획 발표”, 기획재정부. 2021.7.15

10.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 “기후위기 비상선언 이행을 위한 안내서: 기후위기 비상선언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2020

11. 기후솔루션. “국내 공적 금융기관의 해외 화석연료 투자현황과 문제점”, 2021

12. 조효제. [탄소 사회의 종말], 21세기북스, 2021

13. “배출권 거래 및 탄소세”, ETS 브리프 8. 20194

14. 환경부. “탄소중립 생활 실천 안내서”, 2021

15. 게이트 레이워스(홍기빈 역). [도넛경제학], 학고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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