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심각합니다.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도 기후위기의 산물입니다. 기후변화가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급변점)에 가까워졌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단디뉴스>는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진 전문가나 활동가의 힘을 빌려 기후위기와 대응을 주제로 지난 9월부터 10편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기사의 마무리로 지난 5<단디뉴스>는 지역 내 기후위기 활동가들과 기후위기의 현재와 대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활동가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기후위기 해소를 위한 세계적 연대와 각계각층에 위치한 시민들의 노력을 주문했습니다. 간담회 내용을 싣습니다. / 편집자

 

기후위기와 대응을 주제로 한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 왼쪽부터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 김장락 경상대 예방의학과 교수, 백은숙 진주아이쿱생협 이사장, 이수빈 진주기후위기행동 활동가
기후위기와 대응을 주제로 한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 왼쪽부터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 김장락 경상대 예방의학과 교수, 백은숙 진주아이쿱생협 이사장, 지수빈 진주기후위기행동 활동가

 

기후위기 심각, 지금 당장 행동해야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대부분의 시민들이 이제는 일상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느끼고 있을 겁니다. 지구공동체의 생존이 걸린 일인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 무엇이든 해야 합니다 올해 9월부터 11월까지 지속된 <단디뉴스>기후위기와 대응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간담회가 지난 5일 진주아이쿱생협 평거·신안점 2층에서 열렸다.

간담회에는 진주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인 김장락 경상국립대 예방의학과 교수, 백은숙 진주아이쿱생협 이사장, 지수빈 진주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참여했다. 김 교수와 장 명예교수는 기후위기의 전반적 문제를 거론했다. 백은숙 이사장는 소비자로서, 지수빈 활동가는 젊은 세대로서 바라본 기후위기 문제를 이야기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이미 기후위기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시민들 모두 이 점을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지구공동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문제해결을 위해 뭐든지 해야 할 필요가 있다(김장락)” “개인의 노력만으로 기후위기를 막기 힘드니, 기업과 정부 등에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지수빈)”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분별한 경제성장과 과잉소비에 있다“(탄소배출량 가운데) 37%는 식생활에서 나오는 만큼 육식소비를 줄이고 채식을 강조하는 교육 등이 필요하다(백은숙)”는 의견도 있었다. “막 사고 막 버리는 행위를 부추기는 문화가 기후위기를 초래한다며 대중소비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장상환)”는 지적도 잇따랐다.

정부 탄소배출 감축 목표, 실천이 중요

 

참석자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탄소배출 감축 목표는 현실적 여건을 감안한 것이겠지만, 심각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0% 감축하고, 2050년 넷제로(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를 이루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김장락 교수는 국제사회의 요구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5% 줄이자는 것인데, 우리는 2018년 대비 40%이다. 부족하다면서도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 정부도 나름 애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50년 넷제로를 이룬다는 시나리오를 마련했으니, 부족하더라도 일단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은숙 이사장은 정부가 2050년 넷제로 목표를 정해 두고서도 석탄발전소를 7기 신규건설 중에 있다며 이 점을 비판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진행하면 안 된다.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야 하는 데 화석 에너지를 쓰겠다는 입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수빈 활동가 또한 이 같은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장상환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수출 중심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것 같다며 산업분야에 탄소배출 감축 총량을 어떻게 배분할 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할당받은 감축량을 줄이지 못하면 패널티(징벌)를 주고, 감축하면 인센티브(이익)을 주는 등의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 탄소배출 감축, 불평등 문제 인식하며 진행돼야

 

참석자들은 국제사회의 2050년 넷제로 달성 등을 위한 탄소배출량 감축결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거론하며, 이 문제에 불평등 문제가 자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중국, 인도 등은 넷제로 달성 시점을 각각 2060년과 2070년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자국의 경제수준이 선진국 수준이 될 때 탄소배출 감축도 원만히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장락 교수는 지금까지 지구기온이 1도 가까이 오른 건 사실 기존의 선진국들 때문이다. 그들이 (경제개발을 한다는 명분으로 탄소를 배출해) 기온을 실컷 올려놓고, 개발도상국에 탄소를 (같은 비율로) 줄이라는 건 다소 불평등하다. 특히 EU는 온실가스 배출이 심한 공장 등을 개발도상국으로 다 옮겨놨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수빈 활동가는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도 나라마다 다르고, 특히 기후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선진국 등 일부 나라들이다. 선진국은 넷제로 달성을 위해 개발도상국 등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재생에너지 기술을 공유하든지, 방법은 여러가지다. 선진국이 살 만하다고(경제력이 좋다고) 가난한 나라에 희생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백은숙 이사장은 이 말을 받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에게서 나온다고 한다.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으로 보더라도 부유한 이들이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독일하면 친환경 정책을 잘 펴는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만큼 탄소배출량도 많다. 선진국들은 친환경 기술을 타국에 무상 이전하는 등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장상환 교수는 기후위기의 배경에 급속한 경제성장이 있다며 선진국은 매년 2~3% 성장률을 보이고, 개도국은 이보다 훨씬 높고 빠르다. 선진국이 먼저 제로성장, 마이너스 성장을 감수하면서 개도국에 성장률을 낮출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기술을 나누고, 각국의 상황에 맞게 탄소배출량 감축수준을 합의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전환, 어려움 많지만..”

 

참석자들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 문제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특히 원자력 발전 문제와 영농형 태양광 발전 문제 등에서 첨예한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산림이 많고, 농지와 도시면적이 제한돼 있어 에너지 전환을 두고 여러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점도 거론했다.

김장락 교수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건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고 탄소중립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라며 가치관에 따라 에너지 전환에 대한 입장은 다르지만, 미래세대가 위험을 감수해야 할 원자력 발전은 용납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원자력이나 엘엔지 발전 없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의 100%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를 보면 재생에너지 목표율이 70%, 원자력이 7%, 나머지 20% 가량은 아직 완전하지 않은 신기술이라며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70%로 높이려면 도시에서 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은 다 하고, 영농형 태양광 발전도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영농형 태양광 발전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상환 명예교수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다. 우선 도시에 집을 지을 때 태양광 패널을 붙이도록 (강제)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영농형 태양광 발전을 하더라도 농업진흥구역(절대농지)은 최후에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은 농지를 잠식해 식량위기, 식량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은숙 이사장은 원자력 발전을 두고 이걸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그래도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며 깨끗한 에너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있다국민들이 이것을 판단하기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는 만큼 정부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과 관련해서도 정확한 정보가 없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 정의롭게.. 육식 줄이고 먹거리 문화 변경 필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업과 저개발 국가의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김장락 교수는 독일은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으로 전체 일자리가 소폭 증가했지만, 그만큼 기존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많다에너지 전환과정에서 피해를 볼 화력발전소 근무자 등을 위해 적립금을 넣거나 직무이전 교육을 사전에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장상환 명예교수는 파리기후협약(2015) 당시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매년 개발도상국지원을 위해 1000억 달러씩의 전환비용을 조성키로 했는데, 실제 돈이 안 모인 것으로 안다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방안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라고 짚었다.

김장락 교수는 선진국이 돈을 내고, 대기업이 돈을 내고 해서 이 돈들을 적립해야 한다. 적립된 돈을 정의로운 전환(공정한 에너지 전환)에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소비자가 전기를 많이 써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전기세도 인상해 에너지를 많이 생산하는 것보다 적게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산업, 교통, 먹거리 분야에서 발생하는 탄소감축 방안도 이야기했다. 산업분야 토론에서는 탄소세, 탄소배출권거래제, 탄소국경조정세 등을 거론하며 탄소배출에 따른 책임을 거론했고, 교통분야에서는 자전거 ,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먹거리 분야 토론에서는 탄소배출이 많은 육식이 아닌 채식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먹거리 분야 토론에서 백은숙 이사장은 육식, 특히 소고기 생산과정에서 탄소가 가장 많이 배출된다는 통계가 있다며 채식문화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또한 1회용 포장지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는 식재료 생산과정 다음으로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분야라며 포장지 사용 지양, 유통기한 아닌 소비기한 설정으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과도한 경제성장, 과소비 해결해야..”

 

참석자들은 토론 말미, 기후위기 문제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과도한 욕망에서 비롯됐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과도한 경제성장과 과소비, 늘어나는 인구로 탄소배출이 늘면서 기후위기가 초래됐다는 것. 특히 과소비를 촉진시키는 자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성장보다 분배, 물질적 욕망보다 정신적 안정이 중시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있었다.

김장락 교수는 과소비 문화가 기후위기 원인의 한 축임을 지적하고 극장에 갈 때 먹는 팝콘과 콜라만 보더라도 몇 년 새 사이즈가 1.5배 가량 커졌다. 많이 먹고, 많이 버리는 문화. 이 과정에서 (생산도 많아지고) 쓰레기 배출도 많아지는 문제가 있다. 성장보다는 분배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좋은 삶을 유지하는 쪽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말했다.

장상환 명예교수도 공감을 표현했다. 그는 “()소비문제는 사람들이 기업의 소비촉진 드라이브에 휘말리는 것에 기인한다편의점에 가면 1+1 판매, 홈쇼핑을 보면 3개씩 상품을 묶어주는 이런 것들이 있다. 과소비를 촉진시키는 건데 금지시켜야 한다. 소비자 스스로 소비를 자제하도록 소비자교육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백은숙 이사장은 인식이 바뀌지 않는 다면 과소비 문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광고에 노출되다보니 (과소비 문화에) 따라가고 물든다. 소비자에 앞서 기업의 인식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담보할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미래세대들도 이 같은 문화에 금세 물들어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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