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수송분야 에너지 감축

기후위기가 심각합니다. 봄장마, 여름폭우와 폭염, 가을장마 등 우리가 새롭게 경험하는 날씨로 볼 때 우리나라도 이제 아열대기후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2년 가까이 겪고 있는 코로나19 상황도 기후위기의 산물입니다. 기후변화가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급변점)에 가까워졌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 시민들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단디뉴스>기후위기와 대응을 주제로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기후위기 실태, 원인과 대응 등 기후위기 전반의 이슈를 살펴보고, 진주지역의 각 분야 전문가들과 단체, 기업에서 전개하고 있는 다양한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소개할 계획입니다. 이번 시리즈 연재에서는 과대포장 억제와 용기 재사용, 녹색구매지원센터 활동, 생물 다양성 보전, 농지 잠식 영농형 태양광 규제, 교통 분야 에너지 감축, NO 플라스틱 캠페인, 플라스틱 대체 종이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여러분들의 다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 편집자

 

 암스테르담 자전거 출퇴근 [사진=암스테르담 시청]
 암스테르담 자전거 출퇴근 [사진=암스테르담 시청]

지속가능한 교통

2020년과 2021,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위기의 징후가 남반구와 북반구, 물불가리지 않고 나타났고, 지난 7월은 미국 해양대기청 관측 142년 이래 가장 더운 7월이었다. 전 세계의 청년들은 우리의 미래를 훔치지 말라고, 생존권을 짓밟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이상기후와 코로나 19의 대재앙에 던져진 2021년 인류의 화두는 단연코 지속가능성이다.

세계 탄소배출의 약 20%를 점하고 있는 교통수송 분야에서도 지속가능성이 미래다. 수송분야에서 탄소감축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와 자동차 수요관리다. 많은 나라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금지를 발표하고, 현대나 GM, 볼보 등의 자동차업체도 내연기관 자동차생산 중단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세계 많은 도시에서 자가용 중심에서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로 바꿔왔지만. 최근에 그 전환의 내용과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 파리 시장 이달고는 시내 자동차 주행 속도를 30로 제한하고 지상 주차장 6만개를 자전거도로로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2020년 재선에 성공했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유럽과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 검토, 시행되고 있고,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도심[사진=tvN 알쓸신잡 화면캡처]
독일 프라이부르크 도심[사진=tvN 알쓸신잡 화면캡처]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먼 거리는 버스를 탄다.”

이 간단한 문장이 시민들의 실천으로 이어진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먼저, 통행 차량의 감소로 차가 밀리지 않으니 도로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아질 것이다. 미세먼지가 줄어들 것이고, 온실가스도 적게 배출될 것이며, 교통사고 또한 줄어들 것이다. 곳곳에 불법 주차된 차량도 줄어들어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는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예측해볼 수 있지만,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자동차로 휙- 하고 지나다녔던 길을 걸어가게 된다면? ! 여기에 문방구가 있었어? 이렇게 작은 코너에서 옷을 팔고 있다니, 구경 한 번 해볼까? 가벼운 면 티셔츠 한 개정도 손에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 엘리베이터에서 어색한 인사만 나누던 이웃을 밖에서 만나다니, 반가운 인사가 절로 나올 수도 있다. 아파트 층간 소음의 장본인으로만 대하던 아이들이 길에서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을 마주치는 건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대기오염, 도로혼잡, 기후위기를 단번에 해결하고, 동네상권 살리고 이웃이 만들어지면서 함께 안전해지는, 일석이조를 넘어서 육조칠조가 되는 일을 우리는 왜 하지 않고 있을까? 불편하다. 그리고 모두들 너무나 바쁘다.

하지만 보행로가 안전하며 쾌적하고, 시내버스는 빠르고 편리하며, 자전거도로가 시내 곳곳에 안전하게 잘 연결되어 있다면 어떨까? 바로 이 지점이 정치와 행정이 있어야 할 자리이다.

 

너무나 먼 시내버스

시내버스와 자전거를 타는 것이 정의라고 방방곡곡 외치고 다니면서도, 정작 나의 주 이동수단은 자가용이다. 정류장까지 가는 머나먼 길과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자가용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다.

시내버스 이용 활성화를 논할 때 주로 배차간격이나 서비스 개선 등을 말한다. 대도시 지하철만큼 배차간격이 정확한 시내버스, 지간선 체계 노선과 이를 보완하는 마을버스 등, 전국 곳곳에서 빠르고 편리한 시내버스를 위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시내버스 이용자들은 버스 기사들의 난폭운전과 불친절함으로 인한 불편을 민원으로 제기하고, 버스지원금을 지급하는 지자체에서도 기사교육과 인센티브 등으로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큼이나 시내버스 활성화에 중요한 게 있다. 보행로이고 신호등이다. 겉으로는 시내버스와 무관해 보인다. 그런데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이 끊임없이 오가는 자동차와 주차된 차량으로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고, 신호등은 애당초 자동차 편이라면? 신호 없는 횡단보도는 무조건 자동차에게 우선권이 있고, 삼거리나 사거리에서는 녹색 횡단보도마저도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는 우회전 차량에게 양보하며 길을 건너야 하는 게 현실이라면? 우리는 시내버스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전거 도시? 진주

주말 오후에 자전거로 남강변을 달리다 보면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에, 그 순간만큼은 500억 원짜리 진양호 순환 자전거도로 건설마저도 이해하는 마음이 생길 것 같다. 2019년도에 진주시 자전거전용도로는 45, 보행 자전거 겸용도로는 160, 전체 자전거도로는 205였다. 진양호 40까지 완공된다면 자전거도로 길이가 250에 이르는 진주시는 명약관화 자전거 도시이다.

자동차보다 앞에 있는 자전거 정지선[사진=바이크 조선 2018, 유럽의 도시]
자동차보다 앞에 있는 자전거 정지선[사진=바이크 조선 2018, 유럽의 도시]

그런데 자전거 도시 시민들은 몇 명이나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을까? 자전거를 타고 일 보러 다니는 이들은 또 얼마나 될까? 강변에 쭉 뻗은 자전거도로는 주택가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혁신도시와 신안평거 등 몇 곳을 제외하곤 보행겸용 자전거도로조차 없다. 원칙상 자전거는 차도로 다니도록 되어 있지만 차도에서 얼쩡거리면, 자동차 운전자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들어야 한다. 좁은 인도를 아슬아슬하게 다녀야 하는 진주에서의 자전거 출퇴근은 거의 미션 임파서블이다.

자전거의 정체성은 비동력 무탄소 이동수단이다. 이동수단이 아니라면 자전거를 왜 녹색 교통수단이라고 칭송하겠는가? 그런데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자전거는 놀이도구이자 운동기구의 모습이다. 진주시는 자전거도로 건설에 해마다 거액의 돈을 쓰고 있지만, 생활용과 출퇴근을 위한 자전거도로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진주시청 홈페이지에서 자전거에 대한 정보는 교통이 아니라 생활스포츠나 관광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남강순환코스, 강주연못코스, 청곡사코스 등을 자전거도로로 소개하고 있다. 진주시의 자전거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자전거 수송 분담률- 코펜하겐 45%, 암스테르담 55%, 함부르크 22% -이런 통계의 비법은 도심 속 자전거 인프라에 있다. 도심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전용 신호, 자전거 우선도로 등. 시내 주요 지점에는 자동차 주차장보다 자전거 주차장이 더 넓다.

이제 할 일은?

녹색교통을 위한 기본 법률은 있다. 대중교통 이용 육성과 비동력, 무탄소 교통수단 활성화 등을 위해 2013년도에 지속가능교통물류발전법이 제정되었다. 이제 지방정부가 구체적인 제도와 정책으로 만들어내면 된다.

교통시스템에 따라 시민들의 교통행동이 바뀌고 동시에 의식도 바뀐다는 당연한 사실에 주목하자. 모든 교통체계를 자동차보다 사람 먼저인 가치가 실현되도록 바꾸어 나가자. 자동차에 할당된 공간을 사람과 자전거에 내어주어, 자가용 이용자가 불편해지는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하자. 차량 속도와 교통량을 줄이는 교통정온화 기법과 대중교통 중심의 정책 등은 이미 많은 도시에서 성공이 입증되고 있다. 일관성있는 제도와 정책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을 끌어낼 것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교통사고 증가로 일찌감치 자동차 교통체계의 한계를 알고 자전거와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한 네델란드는, 현재 자전거 왕국으로 불리며 모든 도시에서 자전거수송 분담률이 30%를 넘는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1970년대 핵발전소 건설 반대 싸움을 하다가 에너지 자립도시, 세계 환경도시가 되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기후위기를 지속가능한 녹색교통 전환의 기회로 만들어 보자. 기후위기 대응 교통정책을 진주시에 제안하고 요구하자. 2022년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에게 녹색교통 공약에 대해 물어보자. 말을 하기 시작함으로써 변화는 시작된다. 모두의 한 마디 말이 녹색교통 혁명의 씨앗이 되고 지구온난화의 브레이크가 될 것이다.

 

성종남 녹색당원·진주시 시내버스 개혁 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성종남 녹색당원·진주시 시내버스 개혁 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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