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나와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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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근본 문제 해결, 재활용이 아닌 안 쓰기

지난 4, 목포시에 사는 어떤 분이 SNS에 올린 충격적인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가 공개한 영상에는 아귀의 배를 가르자 플라스틱 생수병(500ml)이 나오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병이 언젠가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 우리를 병들게 할지도 모른다는 자연의 경고였다.

1분마다 트럭 1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진다고 한다. 버려지는 플라스틱 중 가장 많은 것이 바로 생수병이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플라스틱도 문제지만 플라스틱 생수병 안에 녹아 있는 미세플라스틱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시중 생수 93%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고 한다. 플라스틱 용기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퇴출되는 분위기다. 대체 용기로는 종이팩 용기가 대세다. 종이팩 용기는 생산과정에서 플라스틱 용기에 비해 탄소 발생량을 절반 이상 낮춰 준다.

그러나 플라스틱 문제는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 발생량 뿐만 아니라 폐기 시 더 큰 피해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분리배출만 잘 하면 재활용도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편해서 좋은 줄만 알았던 페트병, 지구에는 골치병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페트병은 분당 100만 개, 판매된 페트병이 그대로 버려진다고 하면 1분마다 약 15t의 플라스틱이 버려지고 있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1,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2위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약 96(500ml)의 생수를 소비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약 1.4kg(병 무게 약 14.58g/1), 이 무게를 다시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약 10kg이다. 30년생 소나무 2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탄소량과 비슷하다.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플라스틱 재활용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지난해 말부터 시행되고 있는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가 있다. 투명 페트병으로 의류, 가방, 신발 등 제품으로 재활용하겠다는 정책이다. 그런데 과연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일까? 플라스틱은 분리배출해 재활용을 하는 것보다 생산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플라스틱 문제 중,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빠질 수 없다. 한국인이 매년 어패류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먹는 미세플라스틱은 약 187,000개로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45일 영국 헐 대학 연구팀은 전 세계인이 1인당 연간 54,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미세플라스틱은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에 영향을 주고, 체내에 들어왔을 때 위험 물질의 독성도 증폭시킨다고 한다.

미세플라스틱의 발생 경로는 다양하지만, 옷을 세탁하는 과정에서도 엄청난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 1벌을 세탁할 때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약 1.7g(플리스 소재 기준). 2017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연간 전 세계 해양으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 원인 중 1위는 의류 세탁이라고 한다. 문제는 작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은 하수처리장에서도 완전히 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해양오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했지만, 안타깝게도 세탁 폐수 속 미세플라스틱 관리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재활용 의류도 세탁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생하게 된다. 미세플라스틱은 다시 바다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지구를 병들게 한다. 물론 플라스틱을 폐기하고 소각하는 것보다는 재활용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선이 아닌 차선책이다. 역시나 플라스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플라스틱을 안 쓰는 것이다. 그리고 미세플라스틱을, 바다로 흘려보내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하수처리장의 미세플라스틱 정화방법은 아직 연구에만 머물러 있다. 미세플라스틱을 하천과 바다로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쿱생협과 자연드림은 최근 각 가정에서 배출되는 세탁폐수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세이브디오션(Save the Ocean)이란 필터를 개발했다. 세이브디오션 장치는 세탁기 옆면에 부착 후 호스만 연결하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세이브디오션 필터링 결과, 세탁폐수 1L당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은 12. 그러나 최근 KBS환경스페셜에 방영된 실험에 따르면 혼합소재 옷 1kg(여름의류 기준 7~8) 세탁 시, 675천 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고 보도된 바 있다. 아이쿱생협은 ‘No 플라스틱 약속 캠페인의 일환으로 조합원, 시민과 함께 세이브디오션 장치를 사용하며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줄여나가고자 한다. 앞으로 미세플라스틱 제거장치가 공공시설에 의무 설치되고, 세탁기 생산단계에서 의무적으로 미세플라스틱 제거장치를 장착할 수 있게 하는 정책 요구 활동도 해나갈 계획이다.

 

나와 지구의 건강을 위해 펼치는 “No 플라스틱 약속 캠페인

아이쿱생협이 지난 7월부터 벌이고 있는 ‘NO 플라스틱 약속 캠페인은 플라스틱 생수뿐만 아니라 일상 속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회(多回) 용기 사용, 종이팩과 같은 대체 소재를 이용할 것을 약속하는, 말 그대로 전체 플라스틱 사용을 ‘NO’ 하겠다는 캠페인이다. 플라스틱 생수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버려지는 대표적인 플라스틱 용기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로 지명되었지만, 실제로 실생활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은 어마어마하다. 특히 배달음식이 생활화된 코로나 시대에 일회용 용기는 큰 문제로 대두되었는데, 배달음식이 불가피하다면 종이같은 대체 용기를 제안해 보거나, 직접 집에서 용기를 가져가 포장해 오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아이쿱생협은 소비자 조합원의 적극적인 종이팩 분리배출을 위해 종이 멸균팩으로 생산한 종이팩 생수 기픈물과 한모금음료에 각각 20, 10원의 환경 보증금을 도입했다. 조합원이 해당 종이팩을 매장으로 반납하면 개당 환경 마일리지(보증금과 동일한 금액)” 적립 또는 20, 40개 회수 단위로 “(종이팩)재활용 휴지” 1개를 제공한다. 회수된 종이팩은 화장지, 페이퍼타월로 재활용해 소비자 조합원의 자원순환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 생산자, 소비자, 재활용업체 모두의 노력이 모여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회수한 종이팩 수거량은 멸균팩만 38t에 달한다.

 

지난 5월에는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테트라팩코리아, 주신통상(삼영제지), 부림제지와 함께 '종이팩 자원순환 협약'을 맺기도 했다. 종이팩 생산부터 수거 및 재활용까지, 자원순환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관련 업체들의 실천 약속이었다.

이 밖에 전국 아이쿱생협 지역조합은 병뚜껑과 같은 자투리 플라스틱 모으기 등 조합원과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아이쿱생협은 다양한 지역의 실천을 모으고, 자원순환의 필요를 알리며 누구나 쉽게 자원순환을 실천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에 앞장서나갈 계획이다. 아이쿱생협은 소비자기후행동을 결성해 기후문제에 대응하는 소비자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의 실천을 통해 생활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제도와 정책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캠페인을 지속하려 한다.

 

이제 ‘NO 플라스틱은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기후 위기가 한순간의 재앙이 아닌 일상이 되어 가고 있는 요즘, 당면한 기후 위기를 조금이라도 늦춰보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시작은 마음가짐부터, 그 다음이 행동이다. 우리는 대부분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정작 목표를 위한 실천들이 버거워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포기해버리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목표를 작게 잡자는 것은 아니다. 목표는 분명 커야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은 쉽고 지속가능해야 한다. 그렇게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바꾸고 실천하다 보면 그것들이 모여 결국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완성되지 않을까. 하나가 바뀌지 않으면 두 개의 변화는 없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도 변하지 않는다.

 

하나 더! 내 몸의 건강을 위해 식단의 중심 이동, 육식에서 채식으로!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 소식이 쏟아진다. 한 마을을 뒤덮은 홍수와 끝없는 가뭄으로 인한 산불, 폭염 등 예측할 수 없는 기후위기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 영구동토층이 본격적으로 녹아 그 안에 갇혀 있던 메탄이 대기 중에 나오면 기후변화의 가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단체를 비롯해 각국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 중 하나가 채소, 과일 중심의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은 식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고, 이 중 약 80%가 축산업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낙농 제품과 계란을 합하면 83%에 이른다. 가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비롯해 축산업을 위한 사료 재배와 축사 온도 유지, 도축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세계식량기구의 2013년 통계를 보면 가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연간 7.1기가t으로 인위적인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한다.

 

채소, 과일 중심으로 식문화를 바꾸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네덜란드 환경평가원(PBL)2008년 전 세계가 고기를 덜 먹는 식단으로 전환할 경우 2050년까지 예상되는 기후 비용의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채소, 과일 중심의 식습관 변화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과학계와 환경운동 진영은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건강에도 좋고, 동물권을 보호하는 장점도 있지만, 그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으로서 채식의 중요성이 커졌다. 식단을 바꾸면 에너지 전환에 비해서 더 빠르게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채소, 과일에 함유된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s, 식물성 화학물질) 우리 몸의 면역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친환경으로 키운 채소, 과일의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살아있는 땅에서 자연의 시간으로 키운 농산물은 우리 건강에 좋은 시그널을 보낸다. 채식은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며, 지구를 지키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백은숙( 진주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백은숙( 진주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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