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살랑살랑 분다. 바람과 함께 사람들 마음에 따사로운 봄 햇살이 든다. 향기로운 꽃향기 그리운 시간에 직장 팀 회식으로 우리는 꽃밭으로 갔다.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운 경남 진주 교방 음식을 찾아 3월 9일 진주 신안동 아리랑 한정식집으로 향했다.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을 팔지 않는다는 매화가 차에서 내리는 나를 먼저 반긴다. 시원한 폭포수처럼 매화 향기가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옆에는 개나리가 보란 듯이 노란빛을 피웠다. 직장 동료들이 먼저 자리를 잡은 방으로 들어가자 하얀 보가 깔린 상에는
새해 다짐이 무디어 간다. 처음 먹었던 마음을 그대로 실천하기 힘들다. 찌든 마음을 헹구고 안일해지는 내 마음을 벼리기 위해 떠났다. 백일기도로 왕이 된 인조의 흔적이 머문 성전암을 향해 2월 21일 오후 햇살을 길라잡이 삼아 집을 나섰다.경남 진주에서 옛 마산으로 가는 국도에서 경남수목원 교차로를 지나 이반성 교차로에서 빠져나왔다. 길을 따라 앞으로 가면 저수지 하나 지나 이내 면 소재지가 나온다. 면 소재지가 끝날 무렵 태극기가 바람이 펄럭이는데 노란 바탕에 붉게 쓴 밀면이라는 간판이 한눈에 들어오는
두툼한 겨울 잠바가 무겁게 느껴진다. 봄을 느끼고 싶었다. 저만치 가버리는 겨울도 기억하며 새로 다가오는 봄도 마중하러 2월 23일 아침 일찍부터 길을 나섰다. 경남수목원으로.수목원 입구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산림박물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건물이 아닌 밖에서 겨울도, 봄도 함께 느끼고 싶었다. 오른편으로 그냥 걸었다. 검은 대나무, 오죽이 반갑다며 온몸으로 흔든다. 상한 녀석의 모습이 강단 있어 보여 걸음을 세우고 요리보고 조리 보고. 옆에 있는 실화백은 어떻고. 햇살 받은 화백의 잎들이 마치 화려한 불꽃처럼 하늘에서 내리
해 바뀌고 벌써 한달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고 싶었다. 느린 숨으로 시간을 멈춰 세워 잠시 숨고르고 싶은 마음은 1월 27일, 밤 근무를 끝내고 시간의 들판에서 머무르다 왔다. 몇 천 년의 시간이 빚어낸 바위를 만나 ‘바위처럼 살아가보자’ 다짐도 하고 강추위에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푸근하게 맡겼다. 경남 진주에서 옛 마산으로 가는 4차선 국도를 시원하게 따라 가다 경남수목원을 지나 이반성교차로에 못미쳐 대천리에서 빠졌다. 굴다리 아래를 지나면 가을걷이 끝난 들에
개학을 며칠 앞둔 1월 23일, 초등학교 5학년 막내 녀석과 단둘이 진주청동기박물관을 다녀왔다. 1박2일로 가족 나들이도 다녀왔지만 5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에서 배우는 ‘역사’를 어려워한다. 사회(역사)과목을 방학을 맞아 공부하는 아이에게 실감 나는 현장을 둘러보게 하려는 까닭 등이 추운 날씨에도 굴하지 않게 했다. 박물관 입구에 도착하자 말자 아이는 태블릿 PC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몇 번 다녀온 곳이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한 모양이다. 박물관 입구 앞에는 깔때기 모양의 기둥 밑을 지난다. 아래에서 위를
이제는 뜯어낼 달력도 없다. 며칠 남지 않았다. 남은 달력마저 사라지면 새해다. 올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고 싶었다. 더구나 좋은 기(氣)를 온몸에 담아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한 발짝 더 앞으로 디뎌보자고 다짐하려 했다. 소나무를 만지면 좋은 기를 얻을 수 있는 산청 가래송을 찾아 12월 26일 길을 나섰다. 경남 산청군에서 함양군으로 가는 국도 3호선에서 산청읍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차황면으로 향했다. 차황으로 가는 길은 와룡산 자락을 돌아가는 길이다. 길은 굽이굽이 돌아 산을 넘는다. 입촌마을에서 차를 세웠다. 마을 입구에는 느티
하늘 보기 미안했다. 겨울이라고 그냥 창 너머로 저 맑고 푸른 하늘을 보기에는 미안했다. 그저 바람이 향하는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은 주말이었다. 12월 20일. 푸른빛으로 물든 하늘을 안고 차를 몰았다. 경남 산청군 산청읍에서 함양군과 거창군으로 향한 일반국도 3호선을 내달렸다. 창 너머로 햇살이 곱게 들어왔다. 생초면 소재지에서 빠져나와 다리를 건넜다. 곧바로 가면 대전-통영 고속도로 생초 나들목이고 오른편으로 가면 화계리다. 왼쪽은 동의보감촌으로 향한다. 왼쪽으로 동의보감촌으로 틀었다. 국도를 내달릴 때는 구형왕릉이 있는 화계
오늘도 내일도 해는 뜨고 진다. 그러나 12월의 해는 다르다. 사람이 편하자고 시간을 나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다. 새로운 시작을 맞기 위해 아름다운 마무리를 보내는 시간이 12월이다. 본능처럼, 의식을 치르듯 우리는 12월 해넘이를 보냈다. 나 역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기 위해 12월의 해넘이를 보러 경남 진주 진양호로 15일 떠났다. 진주 하대동 집을 나와 남강이 주는 아늑한 풍경도 즐길 요량으로 강변으로 에둘러 차를 몰았다. 20여 분 뒤에 진양호라는 큼지막한 현판
“한옥마을로 유명한 전주로 가자, 아냐 통영 동피랑 벽화 마을로 가요.”12월 6일, 모처럼의 일요일. 가족 나들이는 떠날 장소를 결정하지 못했다. 느즈막하게 일어난 까닭에 멀리 가기도 부담스럽다. 결국, 내가 관광 안내자가 되기로 하고 경남 산청으로 떠났다. 동피랑 못지않은 벽화 마을이 있고 한옥마을처럼 고즈넉한 멋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고 어지러워~ 그만 그만~”아내의 비명에도 아이들은 신났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 긴 의자형 그네에 앉은 아내는 어지럽다며 서둘러 그네에서 내렸다. 결국, 큰 애가
바람이 세찼다. 지리산 자락은 하얀 눈에 덮여 있다. 그런데도 아침이 밝아오는 12월 4일, 오전 7시에 바람을 맞으러 길을 나섰다. 춥다고 움츠려선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더구나 밤 근무의 흔적과 함께 마음속 찌꺼기도 훌훌 날려버리고 싶었다. 경남 산청군 산청읍에서 퇴근하면서 진주로 곧장 가지 않고 신안면에 이르러 합천, 의령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우를 많이 키우는 동네라 고깃집이 길가에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소고기국밥 맛있기로 소문난 동제국 식당을 지났다. 찬바람에 소고기국밥 한 그릇으로 허한 마
“진주에서 궁금해서 왔어요~ 운동하러”털모자에 긴 방한화 신고 두툼한 겨울 잠바 입은 50대 초반의 중년 남자는 이렇게 말하고 경남 산청 신안면 엄혜산으로 우산을 지팡이 삼아 올라간다. 사내처럼 나 역시 진주에서 오가며 궁금했다. 그래서 12월 2일 여길 걸었다. 산청군 신안면 양천강 산책로가 특히나 밤이면 조명을 받아 빛나는 다리가 궁금했다. 신안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양천강으로 가는 길은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남쪽으로 그냥 걸으면 나온다. 더구나 지리산을 닮은 듯 아주 뾰족한 형상을 한 토현교는 한눈에
경남 진주와 산청을 오가며 늘 보았다. 그런데도 가보지 못했다. 12월 2일 뜻하지 않게 낮 근무가 밤 근무로 바뀌면서 출근했던 산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갔다. 출퇴근길, 시속 80km의 국도가 주는 속도감에서 벗어나자 새로운 즐거움이 따라왔다. 집과 직장의 점과 점 사이를 벗어나 적벽산의 숨은 매력에 빠진 날이다.산청군 신안면사무소에 차를 세우고 산으로 올랐다. 입구에는 적벽산,백마산 등산로 안내판이 먼저 나온다. 166m인 적벽산에서 286m인 백마산으로 해서 334m인 월명산까지 둘러보는 코스다. 굳이 이 모두를 다 돌아볼
여기저기 시사(時祀)를 지낸다고 주말마다 재실이며 산소 앞이 바쁜 요즘이다. 조상 신에게 제사를 지내듯 곡식신과 땅신에게도 제사를 지냈던 역사의 현장이 문득 보고 싶었다. 아침이 온전히 밝아오기 전에 역사의 시간으로 11월 28일 훌쩍 떠났다.남 산청군 신안면 지나 단성교를 건너 오른편으로 가면 단성면사무소가 나온다. 면사무소를 지나면 옛 단성현 관아가 있던 단성초등학교가 나온다. 농협주유소 앞 사거리에서 통영대전 고속도로 단성 나들목으로 들어가는 입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원당으로 향했다. 길가 송엽국들이 만개한 건너편에 항일독립
이른 겨울이 속살을 드러내듯 추운 날, 밤 근무 사흘째는 몸이 적응했다. 11월 29일 사흘째를 끝으로 11월 밤 근무를 끝냈다. 성큼 다가선 겨울에 저만치 가버린 가을과 제대로 작별 인사를 못 했다는 아쉬움은 경남 진주 하대동 집으로 가는 길에 산청-진주 국도 3호선에서 진양호 일주도로로 접어들게 했다. 청동기문화박물관이라는 이정표가 더 정겨운 길을 따라갔다. 쌩쌩 달리는 대전-통영고속도로 아래를 지나자 동그랗게 눈을 뜨고 놀란 얼굴의 수달이 보인다. ‘진양호 야생동물특별보호구역- 과속금지, 수달을 보호
밤 근무를 마치자 긴 밤의 피로가 한순간에 몰려온다. 잠시 내게 쉼표를 주기 위해 11월 27일 경남 산청에 있는 직장에서 집이 있는 진주로 가면서 생비량면 쪽으로 돌아갔다. 아파트에 사는 나처럼 부처님 스물 아홉분이 1층, 2층, 3층, 4층 아파트처럼 계신 도전리 마애불상군에 아침 해를 맞으러 갔다. 낮 근무자와 교대하고 직장을 나선 시각은 오전 7시. 주위는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다. 산청- 진주 국도 3호선을 타고 가다가 신안면 원지에서 생비량면 이정표와 함께 좌회전했다. 문대리 삼거리에서 합천,
휴대전화는 곧잘 충전하라고, 밥 달라고 조른다. 나 역시 오늘은 휴대전화를 충전기에 꽂듯이 쳇바퀴 돌아가는 일상에서 지친 나에게 에너지로 충전하러 길을 나섰다. 더구나 프랑스 파리에 있다는 퐁네프 다리를 보러 진주 이현동으로 갔다. 경남 진주에서 산청으로 출퇴근하면서 먼발치에서 퐁네프의 다리를 봤다. 궁금해서 지리산 일대에 첫눈이 내린 25일 걸었다. 이현동 웰가 아파트 앞에서 눈이 날렸다. 붉디붉은 단풍잎 사이로 눈발이 날리는 사이로 털모자를 쓴 사람들을 따라 걸었다. 빨간 남천 열매가 따스하게 위로해주
간밤에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세상은 촉촉하다. 다행히 오후에는 비가 그쳤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기 전에 저만치 가는 가을에게 인사를 해야 할 듯싶었다. 11월 22일 가을이 보고 싶었다. 직장 근처에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을 그저 걷고 싶었다. 당직 휴식 시간, 경남 산청군 산청읍에서 웅석봉 군립공원으로 향하게 했다. 산을 찾은 것이 아니라 산으로 가는 입구에서 여유롭게 걷고 싶었다. 읍내에서 승용차로 5분여 들어오자 내리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를 지나자 느티나무 아래 넓은 평상이 나온다. 그 옆으로 곰 조형물 음수대가
진주에서 나고, 자랐다. 지금도 진주에서 산다. 그럼에도 아는 게 없다. ‘참, 진짜’라는 ‘에나’라는 진주지역의 표준말(?)처럼 에나 아는 게 없다. 진주의 정신.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의 진주성 1, 2차 전투와 논개의 순국, 진주농민항쟁, 형평운동 등 진주에서 일어난 굵직한 역사의 흔적 속에 드러난 진주정신이 무엇인지 늘 궁금했다. 더구나 25일 개봉을 앞둔 영화 의 예고가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영화 의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던 시대의 금기를 깨고 조선의 첫 여자 명창이
가을 햇볕이 자취를 감췄다. 회색빛이 감도는 초겨울의 경계에 선 11월 17일, 경남 진주시 남강댐관리단을 찾았다. 훌쩍 떠나고 싶었던 참에 서포터즈 간담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간담회보다 더 관심이 간 것은 진양호를 배 타고 둘러보는 일정이다. 한때 진양호는 신혼부부들이 즐겨 찾는 신혼 여행지였다. 진양호에 유람선을 타거나 노를 저어 유람하는 즐거움이 좋았다. 어릴 적 놀러 온 친지들과 진양호에서 유람선을 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더구나 데이트 코스로 아직도 찾는 이가 많아 옛 추억을 하나둘씩 끄집어내기 좋다.
그냥 걸었다. 짧은 가을을 느끼고 싶었다. 짧아서 더욱 아쉬운 가을을 붙잡고 싶었다. 가을이 주는 파란 하늘의 선물로 위로받고 싶었다. 10월 28일, 밤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방향을 틀었다. 경남 진주시 경상대학교병원 근처에 차를 세우고 남강을 걸었다. 진주의 팔경 중 하나인 새벼리에 새로 난 남강 산책로를 걷고 싶었다. 지난 9월말에 개통된 가호동 남부산림연구소와 망성교 1.2km 자전거도로를 포함한 산책로를 해를 안고 걸었다. 거미줄에는 바람에 날려왔는지 잎사귀며 곤충들이 걸려있다. 석류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