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치 훌쩍 가버린 겨울이 아쉽다. 봄 길목에서 겨울에 다짐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다. 겨울철에 더욱 빛나는 소나무를 찾아 2월 3일 경남 하동군 송림공원으로 향했다.공원 입구의 화살나무들을 따라가자 저만치에서 ‘맞이 나무’가 반긴다. ‘맞이 나무’는 ‘하동 송림 입구에서 송림을 지키며 찾아오는 탐방객들을 맞아 인사를 하듯 살짝 기울어진 겸손한 소나무’란다. ‘맞이 나무’의 환영 덕분에 들어서는 기분이 좋다. 경상남도 기념물 제55호인 하동 송림은 조선 영조 21년(1745년) 하동도호부사였던 전천상이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
입춘을 하루 앞둔 2월 3일, 봄 마중을 떠났다. 경남 하동군 하동읍 내 어디서든 접근이 쉬운 하동공원으로 점심을 먹고 올랐다. 햇살은 따사롭다. 아파트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올랐다. 숨이 헉헉거린다. ‘개조심’이라는 안내판과 달리 누렁이는 그저 목을 기다랗게 내밀어 나를 구경한다. 앞서서 아이와 함께 올라가는 가족들이 서로 맞잡은 손이 정겹다. 저만치 겨우내 얼어붙은 땅을 박차고 팝촌처럼 팡팡 터질 채비를 마친 매화나무들이 보인다. 벌써 팝콘처럼 고소한 꽃을 피운 매화가 사박사박 걷는 이 길을 더욱 설레게 한다.전망대 앞에는 탐
설 연휴를 끝난 1월 31일 다들 출근하는 시간, 우리는 나들이 나섰다. 겨울방학 보충수업도 빼먹은 아이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남명 조식 선생의 발자취를 찾아 경남 합천군 삼가면으로 향했다.먼저 들른 곳은 남명 조식 선생이 태어난 생가지이자 외가인 경남 합천군 삼가면 외토리(外吐里)다. 토동(兎洞)으로 불린다. 길라잡이인 양 남명교 앞에서 차를 세운 뒤 마을을 감싸고 있는 ‘옥토끼가 달을 바라보는 모양(玉免望月)’ 형상을 먼저 들려주었다. 다리를 건너 500년 넘은 느티나무와 그 옆에 있는 남명 선생의 외할아버지 이국
산청향교와 서계서원을 찾아서공부, 쉽게 할 수 있는 법은 없을까? 정유년 한 해 동안 나름 공부 열심히 하리라 다짐하면서도 쉽게 할 방법은 없는지 요령을 찾는다. 조선 시대 국‧사립 학교인 향교와 서원을 찾아 숨은 비법이 없는지 살펴보고 싶었다. 향교는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국립학교이고 서원은 사립학교다. 유교 사상을 근본으로 삼은 조선은 고을마다 하나의 향교(1읍 1교)를 설립 공자의 유교상을 가르쳐다. 최상위 국립대학인 ‘성균관’이다. 서원은 지역 유림에 의해 건립된 사립교육기관으로 성현을 배향하고 유생을 가르친다.
진주 냉정리 이정표석희망을 노래하는 1월. 희망과 함께 더 나은 한 해를 다짐하는 마음을 영원불멸한 돌에 새기고 싶었다. 1월 24일, 돌이 돌로 보이지 않는 돌을 찾아 나섰다.급할 것 없는 마음에 경남 진주시 하대동 남강 강변도로를 따라 진주농수산물도매시장에 차를 세웠다. 강변도로를 건너 강둑으로 갔다. 청둥오리, 독수리, 백로 등이 어우러져 겨울을 난다. 억새밭 사이로 걸어가는 사람 등 뒤로 남강물에 반짝이는 햇살이 함께한다. 인기척에 놀랐는지 청둥오리 한 무리가 푸드덕날갯짓하며 강을 박차고 거슬러 올라간다. 한 무리가 지나자
바람이 세찼다. 겨울 잠바를 입었는데도 춥다. 문밖을 나서면 추위가 으르렁거리며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더욱 가고 싶었다. 작은 불 하나가 공간을 따스하게 데우고 우리 삶을 밝히듯 뜨거운 열정 같은 불을 가진 그를 만나러 1월 18일 집을 나섰다. 새로운 다짐을 새기는 1월. 더욱 그를 만나 새해 결심을 굳건하게 하고 싶었다. 1. 합천 삼가면 남명 조식 선생의 생가지와 뇌룡정경남 진주에서 합천 가는 33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의령군 대의면 소재지로 빠지는 대의교차로에서 빠져나와 합천대로 방향으로 가다가 외토 방향으로 들어가면 2k
‘당신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줍니다.(When you want something, the whole Universe conspiresto help you realize your desire.’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말이 경남 의령 의병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흑백으로 펼쳐졌다. 김도주 마애불 사진전1월 15일까지 의령 의병박물관에서 열려2017년 한 해가 시작되고도 십여 일이 지난 13일. 새해를 맞아 새롭게 결심을 하면서도 정작 지난해 정작 다사다난
어느새 2016년 한해도 무르익어간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민다. 겨울바람은 스산하다. 세상사 시름도 잠시 잊고 마음속 찌꺼기도 훌훌 털어버릴 한 해를 보듬는 겨울 풍경을 만나러 산청 단계를 찾았다. 작은 면 소재지인 단계에서는 고려 시대 불상도 있고 조선 시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흔적도 있다. 무엇보다 세월을 품은 정다운 돌담길이 함께한다. 12월 7일, 경남 진주에서 산청 가는 일반국도 3호선에서 원지에서 합천 방향으로 빠져 신등면쪽으로 향했다. 신등면보다는 ‘단계’라고 하면 더 많이들 안다. 고려 성종 때 단계현으로 불렸다가
뜨끔했다. 월간 형태로 발행하는 진주지역 청소년문화공동체(http://www.ifeeltong.org/)에서 펴내는 신문에서 ‘우리 학교 안에 문화재가 있었어?’ 기사는 마치 진주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죽비를 내리치듯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몇 해 전의 기억을 더듬어 12월 4일, 신문 기사를 복기하듯 길을 나섰다. 먼저 찾아간 곳은 진주시 이현동 숙호산 자락에 있는 대아고등학교. 정문을 들어서자 한쪽에는 일요일 아침부터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공 따라 물결처럼 일렁인다. 학교 건물에는 행정고시 합격과 장군 진급, 장관 발탁
그냥 지나칠 뻔했다. 아무도 눈길을 제대로 주는 이 없다. 바람을 가르며 쌩하고 지나갈 뿐이다. 진주에서 합천으로 가는 일반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이 길은 더욱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이 줄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할 강직한 이의 넋을 달래는 비문이 있다. 12월 4일, 일요일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는 가족 몰래 집을 나왔다. 명신고를 지나 옛 합천 가는 길을 따라 올라갔다. 경남예술고를 지나 5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차를 세웠다. 비록 옛길이라고 하지만 차들이 여전
쉬는 날에도 출근하듯 집을 나섰다. 출근하며 얼핏 설핏 봤던 그 길을 찬찬히 둘러볼 참으로 아침 먹자 운전대를 잡았다. 시원하게 뚫린 4차선 일반국도 3호선에서 벗어나 옛 진주-산청 구간을 지나가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진주와 산청의 경계를 이루는 진주 명석면에서 다리를 지나 에둘러 신안면 원지마을로 들어가 적벽산을 감아도는 길은 호수처럼 맑은 경호강이 함께하고 바위 벼랑이 운치를 더한다. 경호강을 가로지르는 단성교를 건너면 지리산 품에 안긴다. 신선 세계에 접어드는 첫걸음이다. 조선 전기 문신이자 학자인 탁영 김일손은
“옷은 화사한 거로 미리 챙겨두세요.”카카오톡으로 날라온 박혜정 집행위원장의 당부에 하루 입은 검은 색 겨울 잠바를 벗고 다소 밝은 톤의 잠바를 장롱 속에서 꺼내 입었다. 진주인권교육센터(센터장 권춘현) 주관으로 열린 ‘경남 인권로드- 길에서 만난 평화’에서 경남 내 일본군‘위안부’ 피해할머니를 기리는 기림상을 찾아보고, 피해할머니를 직접 만나는 시간을 통해 이 땅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11월 26일 있었다. 이날 경남 진주시청 앞에서 모인 초중고
가을이 농익었다. 지리산 자락에 들어서자 불붙듯 활활 타오르고 있다. 11월 10일. 경남 산청 대원사 계곡 가는 길에 만나는 황금빛 나뭇잎들의 인사가 정겹다. 농염하게 익어가는 은행에 마음 뺏겨 삼장초교에 차를 세웠다. 지난여름 가족 피서지로 다녀온 송정 숲은 그때보다 더 맑고 고운 물이 조용히 흐른다. 불타듯 뜨거웠던 여름의 추억을 산과 물은 푸른 하늘과 붉고 노란 단풍잎들로 뒤덮었다. 명상삼거리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돌리자 대원사 가는 길이다. 대원사 계곡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0여 분 걷다가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살았다
도둑이 판치는 세상이다. 남의 집 담을 넘어 훔쳐가는 게 아니라 숫제 나라를 도둑질한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입맛이 씁쓰레하다. 시대가 만든 영웅, 도둑을 찾아 11월 9일 지리산을 찾았다. 임걸룡을 찾아 지리산으로 가는 길은 온통 단풍으로 물든 산자락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조선 시대 성호 이익은 에서 연산군 때의 홍길동, 명종 때의 임꺽정, 숙종 때의 장길산을 조선 3대 도적으로 꼽았다. 조선 3대 도적에 들지는 못하지만, 삼남지역 큰 도적으로 손꼽히는 이가 산청 출신의 임걸룡이다. 임걸룡의 출생지가 지리산 천왕봉 가
가을이 농익어 간다. 훅하고 떠나버릴 가을을 찾고 싶었다. 어딜 가도 아름다운 이 계절이 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 경남 산청 대원사로 11월 9일,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지리산 대원사 계곡의 농익는 가을r 진주에서 산청으로 가는 길가 산들은 단풍으로 물들었다. 지리산으로 한 발 더 다가서자 산자락마다 다홍치마 걸친 듯 울긋불긋하다. 본격적인 대원사 계곡 입구인 주차장에서 30여 분 거리에 있는 대원사로 향했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쉽게 걸음을 옮길 수 없다. 대원사 계곡에서 펼쳐지는 경치는 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
봄을 대표하는 개나리가 겨울처럼 쌀쌀한 시월의 마지막 날 노란 꽃을 피웠다.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는 경남 산청 성심원 경호강 언저리에 핀 개나리의 샛노란 빛은 찬바람이 불며 기온이 뚝 떨어져 초겨울 같이 찾아온 추위를 잊게 한다. 산청 경호강 언저리에 핀 개나리에 따르면 ‘꽃은 스트레스의 산물’이라고 한다. 책에서는 개나리, 산수유, 매화, 목련은 급상승하는 기온에 민감해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데 한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스트레스를 받아 꽃을 피운다고 한다. 식물이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
거제는 제주보다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바다를 벗 삼아 느릿느릿 함께하는 풍경은 바람과 구름이 함께한다. 구석구석 사람 이야기가 숨어 있다. 거제는 사람들을 품었고 우리 역사를 온전히 담은 숨결에 바다는 더없이 넓고 깊다. 어머니 품처럼 넓고 깊은 품에 안기고 싶어 거제로 어머니와 함께 10월 25일 길을 나섰다. 대전-통영 고속도로 덕분에 경남 거제는 훨씬 가까워졌다. 아침 7시에 경남 진주에서 출발했는데도 아침 8시가 못돼 통영을 지나 견내량에 이르렀다. 한산대첩의 출발점인 견내량을 건너는 거제대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성큼 다가선 가을이 낯설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 그렇게 물러날 줄 몰랐다. ‘훅~’하고 여유롭고 풍요로운 가을도 빨리 지나갈까 아쉬워 숲을 찾았다. 가을에 걷기 좋은 길, 일상의 찌든 때를 잊고자 길 떠났다. 과거 보러 가는 선비 마음이 이랬을까. 집 나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티셔츠 포켓 주머니에 꽂힌 볼펜을 확인하듯 만졌다. 10월 15일 함양에서 열리는 과거 재현과 농월정에서 거연정까지 걷는 걷기대회에 참가하는 나는 벌써 선비가 되었다. 걷는 선비문화 탐방로는 과거를 보러 무수히 많은 선비가
조금은 느긋한 마음을 가져도 좋을 햇살 가득한 가을. 결혼 17년 시간을 곰 삭인 우리 부부는 설움도 다디달게 익어가는 젓갈처럼 살아왔다. 바쁜 오전의 직장일 때문에 연차를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고 점심 무렵부터 반 차를 사용한 아내와 10월 11일 짭조름한 젓갈 냄새 물씬 풍기는 전북 부안으로 떠났다. 신혼여행을 제외하고는 둘만의 1박 이상의 여행은 처음이었다. 초중고에 다니는 아이 셋을 키우며 ‘가족’이라는 형태로 전국 각지를 즐겨 나들이 다녔지만 정작 우리 부부만의 온전한 나들이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늘 이맘이면 설렜다. 한때는 해마다 하는 축제라 무시했다. 요즘은 신성한 의무감이 깃들고 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아침 이슬보다 더 고운 ‘진주’에서 보석처럼 열리는 유등축제를 찾아 10월 4일 어둠이 몰려올 무렵 집을 나섰다. 진주농산물도매시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셔틀버스를 탔다. 진주농산물도매시장에서 출발한 셔틀버스는 진주성 인근에 재깍 나를 데려다줬다.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 20분쯤 출발했지만 정체는 없었다. 진주교를 지나며 건너편 앵두등 터널도 봤다. 멋지다. 지난해와 달리 완전 가림막이 아니라 드문드문 남강과 유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