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농익어 간다. 훅하고 떠나버릴 가을을 찾고 싶었다. 어딜 가도 아름다운 이 계절이 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 경남 산청 대원사로 11월 9일,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

지리산 대원사 계곡의 농익는 가을

r

▲ 지리산으로 한 발 더 다가서자 산자락마다 다홍치마 걸친 듯 울긋불긋하다.
▲ 지리산 대원사 계곡에서 펼쳐지는 경치는 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기 사진으로 깊어가는 가을을 담기에 바쁘게 한다.

 

진주에서 산청으로 가는 길가 산들은 단풍으로 물들었다. 지리산으로 한 발 더 다가서자 산자락마다 다홍치마 걸친 듯 울긋불긋하다. 본격적인 대원사 계곡 입구인 주차장에서 30여 분 거리에 있는 대원사로 향했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쉽게 걸음을 옮길 수 없다. 대원사 계곡에서 펼쳐지는 경치는 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기 사진으로 깊어가는 가을을 담기에 바쁘게 한다.

 

▲ 별 모양을 한 단풍나무들이 새빨갛게 별빛으로 빛난다. 발아래에는 무리 지어 떨어진 별들이 곱디곱다.

 

계곡 사이로 굴참나무, 때죽나무, 굴피나무, 대팻집나무, 굴피나무, 비목, 쪽동백들이 한창의 푸른빛을 덜어내고 붉고 노랗게 물들었다. 대원교를 앞두고 별들이 쏟아진다. 별 모양을 한 단풍나무들이 새빨갛게 별빛으로 빛난다. 발아래에는 무리 지어 떨어진 별들이 곱디곱다.

 

▲ 지리산 대원사 일주문

 

일주문을 지나자 나무 사이로 계곡물 흘러가는 소리가 세차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 위를 걸어가도 젖지 않는 만월(滿月)같이/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벗어나라~ (김재진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중에서)’는 시 구절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 길을 떠나게 등 떠민다. 지리산의 빈 바람이 휘~휘 반갑게 잘 왔다며 인사 건넨다.

 

▲ 지금은 산청유평야영수련원으로 쓰이고 있는 옛 유평초등학교. 가랑잎초등학교라는 별칭이 더 정겹다.

 

대원사에 이르렀지만 내려오는 길에 들르기로 하고 유평마을로 걸음을 옮겼다. 지리산 품으로 갈수록 풍경은 청량하다. 나무 사이로 반짝이며 들어오는 햇살이 포근하다.

 

▲ 지리산 대원사 계곡은 ‘세상에 없는 골짜기’라 불리던 오지 중의 오지였다. 요즘에는 차가 드나들 수 있는 길이 만들어져 천천히 걷으며 계곡에 물든 경치를 손쉽게 구경할 수 있다.

옛 초등학교 터가 나왔다. 지금은 산청유평야영수련원으로 쓰이고 있는 옛 유평초등학교다. 1946년 개교했다가 1994년 폐교된 유평초등학교의 별칭이 가랑잎초등학교다. 민박과 식당을 겸하는 동네 점방 앞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아주 능숙하게 이 지역 특산물인 곶감을 만들 감을 기계로 깎고 있었다. 동네 유래와 폐교된 학교의 사연을 묻자 할아버지는 감 깎으면서 싫은 기색 없이 들려주었다.

 

▲ 대원사 계곡으로 더 알려진 유평계곡의 맑은 물.

 

“국제신보 기자가 여길 취재 왔다가 산골 학생들이 가랑잎을 밟고 다니고 가랑잎으로 미술 활동도 한다는 소리에 가랑잎초등학교라고 신문에 소개했다더마. 여기 이곳은 임진(왜란) 때 난리를 피해 왔다가 머문 동네라~”

 

유평계곡에 흐르는 물길은 진주 남강의 지류인 덕천강의 시작이기도 하다. 유평계곡보다 대원사계곡으로 더 알려진 이곳은 한때는 ‘세상에 없는 골짜기’라 불리던 오지 중의 오지였다. 요즘에는 차가 드나들 수 있는 길이 만들어져 천천히 걷으며 계곡에 물든 경치를 손쉽게 구경할 수 있다.

 

▲ 대원사 계곡 단풍

 

‘이름만으로도 좋아라/ 지리산 중턱의 가랑잎초등학교/ 더덕 순같이 순한 아이 셋과 선생님 한 분이/ 달디단 외로움 나누며/고운 삶의 결을 가슴에 새기고 싶어라/새소리 실려 오는 바람 속으로/ 소나무숲에 앉아 글 읽는/ 맑은 음성이 고요히 퍼지는 곳/~( 정세기 시인의 <가랑잎초등학교> 중에서)‘

 

 

학교터에 들어서자 오른편에 충효라는 비석과 함께 호랑이 조형물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작은 운동장에는 느티나무 한 그루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웠다.

 

▲ 비구니 절인 지리산 대원사 경내

 

가랑잎초등학교에서 나와 대원사로 걸음을 돌렸다. 대원사까지 이르는 여정이 화려한 단풍으로 설레게 했다면 대원사는 들뜬 마음을 추스르며 가을의 정취를 다시금 품을 수 있게 한다.

 

▲ 지리산 대원사까지 이르는 여정이 화려한 단풍으로 설레게 한다

 

비구니 절인 앞에는 전나무가 떡하니 혼자 서 있고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는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노란 물감을 뚝뚝 떨구고 있다. 대웅전 오른쪽 뒤편에 스님들이 수도 정진하는 선원이 있는 사리전이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한다. 종무소에 양해를 구하면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산신각으로 올라 먼발치에서 보았다. 사리전 앞에는 화강암으로 된 6.6m의 보물 1112호 보물 다층석탑이 붉은빛을 낸다. 대원사 탑은 지리산 3대 탑 중 하나로 대원사 탑은 동탑, 법계사 탑은 중탑, 화엄사 삼층석탑은 서탑인데 일 년에 두 차례씩 세 탑에서 각각 나온 서광이 하늘에서 만나 무지갯빛을 비춘다는 이야기 전해온다.

 

▲ 낙엽 밟는 소리가 소복소복 쌓인다. 별들이 소곤소곤 노래한다.

 

숲 사이로 부른 바람에 발아래 별들이 이리저리 뒹군다. 길가로 걸으면서 일부러 “바스락~바스락“노래를 청했다. 낙엽 밟는 소리가 소복소복 쌓인다. 별들이 소곤소곤 노래한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