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 하동읍 송림공원

저만치 훌쩍 가버린 겨울이 아쉽다. 봄 길목에서 겨울에 다짐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다. 겨울철에 더욱 빛나는 소나무를 찾아 2월 3일 경남 하동군 송림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입구의 화살나무들을 따라가자 저만치에서 ‘맞이 나무’가 반긴다. ‘맞이 나무’는 ‘하동 송림 입구에서 송림을 지키며 찾아오는 탐방객들을 맞아 인사를 하듯 살짝 기울어진 겸손한 소나무’란다. ‘맞이 나무’의 환영 덕분에 들어서는 기분이 좋다.

 

▲ 경상남도 기념물 제55호인 하동 송림은 조선 영조 21년(1745년) 하동도호부사였던 전천상이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심었던 솔숲이다.

 

경상남도 기념물 제55호인 하동 송림은 조선 영조 21년(1745년) 하동도호부사였던 전천상이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심었던 솔숲이다. 750그루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맞이 나무’를 비롯해 ‘원앙나무, 고운매나무, 못난이 나무’가 있다고 선간판에서 귀띔을 해준다.

 

▲ 하동 송림 입구에서 송림을 지키며 찾아오는 탐방객들을 맞아 인사를 하듯 살짝 기울어진 겸손한 소나무’란다. ‘맞이 나무’의 환영 덕분에 들어서는 기분이 좋다.

 

염두에 두고 나무를 찾아 숲으로 들어갔다. 솔향이 그윽하니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고 유쾌하게 만든다. 초중고 재학 중일 때 이곳으로 소풍을 오곤 했던 추억을 떠올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넉넉한 품을 내어준다.

 

▲ 하늘 향해 우뚝 솟은 소나무처럼 나 역시 한 뼘씩 더 커지는 기분이다.

 

부드러운 흙길에 마음이 평안해진다. 가끔은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았다. 하늘 향해 우뚝 솟은 소나무처럼 나 역시 한 뼘씩 더 커지는 기분이다. 덩달아 붉은 소나무 가지는 내 안의 열정을 불태운다.

 

▲ 하동 송림공원 앞으로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모래밭을 걸었다. 앞서서 난 새들의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솔숲에서 나와 섬진강으로 향했다. 모래밭을 걸었다. 앞서서 난 새들의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나란히 따라 걷는 흔적이 내 뒤를 따라온다.

'~두류산 천만 봉을 두루두루 구경하고/ 조각배에 몸을 싣고 큰 강 따라 흘러가네‘라고 섬진강을 노래한 조선 시대 선비 일두 정여창 선생의 말처럼 섬진강에 내 마음의 조각배 띄우고 싶었다.

 

▲ 흐르는 듯 잔잔하고 멈춤 듯 흐르는 섬진강을 힘찬 날갯짓으로 박차오르는 새들의 풍경에 기운을 얻는다.

 

강은 흐르는 듯 잔잔하고 멈춤 듯 흐른다. 강과 모래가 맞닿은 곳에는 하얀 물새들이 총총히 쉰다. 한참을 녀석들을 구경하다 나도 몰래 그들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푸드덕 푸드덕 고요한 강물을 박차고 편대를 이룬 청둥오리가 오르자 뒤를 따라 하얀 새들이 한둘 자리를 뜬다.

 

▲ 하동 송림공원 내 벤치에 앉아 소나무와 흘러가는 섬진강을 바라보면 마음의 평화가 깃든다.

 

쉬는 시간을 방해해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힘찬 날갯짓이 부러워 한참을 쳐다보았다. 내가 더는 쫒아가지 못할 강 한가운데로 가버린 새 한 마리는 신나게 물놀이다. 녀석들을 뒤로하고 다시 숲으로 갔다. 아직도 초나라와 한나라의 장기판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벤치에 앉아 강을 보고 소나무를 보았다. 종종걸음으로 숲을 거니는 꿩이 지난다. 한 마리가 두 마리가 되고 세 마리, 네 마리가 되자 호기심에 살포시 다가서자 아뿔싸, 녀석들은 그냥 제가 바라보기도 힘든 소나무 위로 날아올라 간다. 다시금 뒤로 물러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로 훔쳐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 송림 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앙 나무’는 수령이 200년이 넘은 연리목으로 마치 부부가 마주 보고 있는 모양새라 ‘부부송’이라 부르고 나무를 어루만지면 부부금실이 좋아진다고 한다.

 

문득 잊고 있었던 입구에서 소개한 ‘소나무’들이 떠올랐다. 소나무를 찾을 요량으로 여기저기 찾는데 저만치에서 개 두 마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장난치듯 거닌다. 아무 영문도 모르는 개를 길라잡이 삼아 나무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고운매 나무’를 발견했다. 마치 보물을 찾은 듯 기뻤다. ‘고운매’는 순우리말로 아름다운 맵시나 모양 또는 여인을 뜻하는 말로 가지가 미려하고 빼어나 거꾸로 보면 여인의 자태를 연상케 해 미인송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거꾸로 보려고 고개를 숙여 뒤돌아보았다. 늘씬한 자태다.

고운매를 지나자 ‘원앙 나무’가 나온다. 송림 내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수령이 200년이 넘은 연리목으로 마치 부부가 마주 보고 있는 모양새라 ‘부부송’이라 부르고 나무를 어루만지면 부부금실이 좋아진다고 한다. 서로를 그리워하며 안은 모양새에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띠게 한다. 다음에는 옆 지기와 함께 다시금 걷고 싶다.

 

▲ 하동 송림공원 소나무들은 내게 올해도 바람에 흔들리지 말라고 응원한다.

 

푸른 소나무들의 결기는 마음을 정갈하게 만든다.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부드러운 흙길에 온몸이 개운하다. 소나무들은 내게 올해도 바람에 흔들리지 말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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