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전격 사퇴하면서 약 2개월여 동안 온 나라를 뒤흔들어놓은 이른바 ‘조국 사태’가 막을 내렸다. 지난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고,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직에 임명된 뒤 35일이 지난 시점이다. 조국을 둘러싼 집권세력과 반대세력 간의 갈등과 대립은 이 기간 동안 정치, 경제, 안보 등 한국 사회 모든 분야의 이슈들을 빨아들인 ‘메가톤급 블랙홀’이었다.조국을 교두보로 삼아 검찰개혁을 추진하려는 집권세력-대통령 문재인과 민주당 등 당정청-과 이
중독의 시대다. 별의별 것들에 중독된 시대. 정확하게는 중독을 강요하고 강제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즐기는 순간 이 사회는 나를 중독자로 낙인 찍어버린다.알콜, 카페인, 니코틴, 탄수화물, 설탕, 게임, 운동, 스마트폰, 페이스북... 인터넷서점에 중독을 검색하니 천여 개가 넘는 결과가 나오고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할인중독이라는 문구로 호객을 하고 있다. 세상 곳곳 우리의 눈이 닿는 모든 곳에 중독이 차고 넘친다. 이 정도면 중독의 중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의료계에서 진단하는 방법과 별개로 중독인가 아닌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최인훈 선생이 선지자 자격으로 말씀하셨던 ‘광장’은 신분에 관계없이 주인이 되는 장이었다. 누구나 말할 수 있고, 모여서 동질감을 느끼며, 누구도 억압받지 않는 공간. 그게 광장이었다. 광장은 밀실의 대척점에 있는, 도달할 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으며 자유의 표상이었으며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유토피아였다. 그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에 드디어 우리는 도달했다.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는 않지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외형적으로 우리는 유토피아에 도달했다. 일방의 전유물
다른 주제를 고르고 싶었지만, 조국 법무부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와 검찰개혁 주제를 모르는 듯 그냥 넘기기가 힘들어 한마디 보탠다.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윤석열과 검찰이 조국 가족에 대한 수사를 멈춤 없이 끝까지 잘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아마도 그것은 누가 걱정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리라 본다. 그리고 수사 결과 조국이 알았든 몰랐든 상관없이, 정경심이 사모펀드를 운용한 실질적인 주인이고, 국가 정책 사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관련 회사에 투자해 수익을 올린 혐의가 입증된다면 조국은 법무부 장관직 사임은 물론 처벌을
지구온난화에 대해 관심을 둔 지 오래다. 요즘은 그것에 관한 책들을 찾아서 읽고 있다. 많은 책들은 대체로 지구온난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경위를 밝히고 대비책을 찾고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책이 한 권 있다. 프레드 싱거와 데니스 에이버리가 쓴 라는 책이다. 이 책에는 ‘과학과 역사를 통해 파헤친 1,500년 기후변동주기론’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증명되지 않았다.”(100쪽)라는 문
지리산을 타고 내려온 덕천강은 덕유산에서 넘어온 경호강과 만나 진양호서 잠시 머물러 서로 어루만지다 이윽고 삼계 다리 아래로 흘러 바다에 안긴다. 더위의 시작은 진양호 ‘물’공원 너머 삼계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돌면 시작되는 진양호반의 배롱나무로부터다. 호수의 시작점인 그곳에서 대평을 돌아 오미에 이르기까지 호반을 감고 늘어선 이 나무의 수효가 무려 수천 그루라. 배롱나무는 한 번에 피고 지는 여느 꽃과는 달리 초하부터 무려 석 달 열흘에 걸쳐 꽃을 피워내는데 온갖 화초가 다 말라 죽는 혹서의 땡볕일수록 더욱 눈부신 선홍빛을 드러
고등학교 음악시간, 선생님께서는 매 시간마다 수업 마치기 전 유명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곤 하셨다. 아마 그때 들었던 음악들의 기억이 나를 클래식 음악 마니아로 만들었지 않았나 싶다.고 2 아니면 고 3 때였을 것이다. 선생님은 그 날도 어김없이 테이프를 가져 오셨다. 잠깐 전주가 흐르고 우렁찬 팡파레가 흘러 나왔다. 흔히 응원가로도 쓰이고 그 전주 부분은 영화 죠스를 연상시키는 음악, 알만할 것이다.짐작한 대로 체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의 "신세계에서"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드보르작인데 그의 교향곡 제 9번 "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는 게 있다. 나보다 현저히 없어 보이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일단은 나보다 아래로 보되 약간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내가 가진 것 가운데 당장은 필요 없고 지니기에도 버거운, 가장 값싼 그 무엇을 던져주는 행위의 동인(動因)을 일컫는 말이다.수오지심 시비지심 사양지심과 함께 인간이 인간일 최소한의 조건으로 이를 사단(四端)이라는 이름으로 맹자는 정의했지만 정작 측은지심을 제 때에 필요하게 작동하는 이는 자고(自古)로 드물다. 따라서 인간도 드물다. 아울러 인생의 긴 기간에 지치지 않고 이를 마음에 담아두는 이
우리 술은 이름이 없다. 주세법에는 전통주, 약주, 청주, 소주, 탁주로 구분하고 이 범위를 벗어나면 그냥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수백년 전부터 만들어 마셨으나 오래된 것이니 간단하게 전통주라 부르고 한때는 민속주로 부르고 약이 되는 술이라 약주라 불렀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멀쩡한 시장을 재래시장이라 부르다가 재래라는 느낌이 안 좋으니 시장을 죄다 전통시장이라 부르는 것이고, 트로트를 전통가요라는 해괴한 이름으로 부르고 씨름을 프로화한다며 민속씨름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말은 알겠는데 뭔가 어색하고 꺼끌거린다.우리 고유의
과거제를 처음으로 시행한 고려 광종은 아마 우리 역사에서 별 볼 일 없는 가문의 자제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뿌린 최초의 왕이자 대책 없는 사람이었지 싶다. 수많은 선비들에게 정책의 책임은 지지 않은 까닭이다.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 또는 기성사회로 들어가는 관문은 비좁았는데 글 읽은 자들이 갈 수 있는 곳이 과거(科擧) 하나로 정해져 있었던 조선조까지 세월이 흐를수록 그 폐단은 참혹을 더했다. 글 읽는 사람이 집안에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나머지 식구들은 그야말로 희망고문에 시달려야 했다. 2-30년 전까지 틈틈이 불리었던 노래 ‘엽전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이 자동 실효되는 도시공원 일몰제가 2020년 7월 시행된다. 진주시는 민간공원특례사업의 일환으로 가좌공원과 장재공원에 민간업체가 참여하여 도시공원을 조성하는 민간개발특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이번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여러 가지 특혜의혹과 절차상 문제들을 시민단체 및 의회에서 제기했지만, 진주시는 도시공원위원회에서 가좌, 장재공원 조성계획을 조건부 가결(통과)시켰다.앞서 공공개발 및 도시공원 일몰제의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목적으로 민관협의체가 발족되기도 했지만, 합의를 찾지 못한 채 해산됐다. 시민단체들은 그간
올해도 7월초에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여름은 더 길어지고 더 더워졌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날씨가 아니라 매년 되풀이되는 기후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를 두고 기후변화라고 하고, 이에 모든 지구인이 나서서 대처하려는 국제적 약속은 여러 차례 있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1997년 교토의정서와 2015년 파리협정이다.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지 못하고, 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데도 문제가 있겠지만 지구의 골병이 이미 깊을대로 깊어져 단시일에는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이기 때문이라
동대문구 창신동 ‘언덕 위의 검은 집’. 산비탈 루핑이 너덜거리는 골목길에서 6살 어린이는 노래를 부르며 뛰어놀았다. “네가 좋으면 내가 싫고 내가 좋으면 네가 싫고... 비 오는 날이면 공(空)치는 날이고 달 밝은 날이면 별 따러 간다. 에헤야 데헤야 에헤야 데헤야 에에에에 에에에에 헤야... 네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콕콕 찔렀지 내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콕콕 찔렀나 사랑도 좋고 친구도 좋지만 막걸리 따라주는 색시가 더 좋더라 에헤야 데헤야 에헤야 데헤야...”(블루벨즈, 열두냥짜리인생) 그 땐 그랬지.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내용의
아베의 “안 팔겠다”에 그럼 “안 사겠다”로 시중의 여론이 형성되자 우선 불매운동에 대한 부정적 된소리가 안팎에서 일었다. “일본 기업들의 한국 매출 비중이 낮으니 해봤자 효과도 없다.”라거나 저쪽도 우리 물건을 안 사겠다 맞불 놓으면 우리 농산물 경작자들의 피해는 어쩌누 라든지 “그런 편협하고 극단적인 국수주의적 발상으로 어찌 글로벌 시대를 꾸려가겠는가” 등의 훈장질까지 다양한 논리가 동원된다.그러나 정작 우리 청년들을 자극한 한마디는 유니클로 일본 본부 간부라는 자의 “한국 불매 운동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특별히
1993년 제대하고 진주 시내 어느 레코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다. 그 시절 도동에 살았는데 근무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다 당시 단골 비디오가게에서 눈에 띄는 비디오 포스터를 하나 발견했다. 바로 프랑스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Tous Les Matins Du Monde)”의 포스터였다.이 포스터가 눈길을 끈 가장 큰 이유는 은근히 야한 사진이었기 때문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지만 영화를 보고는 그 음악에 반해버렸다. 그래서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사운드트랙 음반을 주문해서 사버렸다. 그 당시 17,000원이란 거금을 주고 샀
요즘처럼 더위에 부대끼던 74년 여름의 어느 날로 기억한다. 철거민들이 모여 가쁜 숨 내쉬던 부산시 사하구 어느 동네 어느 지저분한 골목에서 웃통을 벗어부친 40대 초반의 남자 어른과 꾀죄죄한 몸뻬의 30대 후반 여자 어른이 마치 오늘 당장 세상이 끝나기라도 할 듯 큰 소리로 싸우고 있었다. 몇몇 동네 어른과 까무잡잡 땅꼬마들이 이제는 지겹다는 표정으로,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각자 할 일에 몰두하고 있어서 어쩌면 싸우는 소리가 갈수록 더 커져가기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7평 판잣집 텁텁한 방에서 영어단어 외우기에 몰두하던 나는
우선 간단한 문제를 풀어보자.1. 쌀10%에 나머지는 잡곡으로 밥을 하면 이 밥은 쌀밥인가? 잡곡밥인가?2. 쌀가루10%에 나머지는 밀가루로 떡을 하면 이건 떡일까? 빵일까?일본의 수출 제한과 백색국가 제외 결정으로 반일감정과 일본 불매 운동은 점점 치열하고 조직적이며 전면적인 양상을 띄어가고 있다. 며칠 전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소재·부품의 대체 수입처와 재고 물량 확보, 원천기술의 도입,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공장 신·증설, 금융지원 등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겠다. 나아가 소재, 부품 산업의
오랜 세월 지나 지금 생각해 보니 어머니는 그 옛날 일일일식(一日一食)을 자식들에게 철저하게 가르치신 거였다. 돌멩이도 삭일 나이의 자식들에게 어머니는 아침 한 끼만 차려주셨다. 나머지는 알아서 먹든지 말든지 하라는 건지, 내일 아침까지 참으라는 건지 매우 헷갈렸다. 옥수수 급식빵이 무슨 까닭인지 배달되지 않은 날 학교가 파한 뒤 오뉴월 땡볕을 무릅쓰고 돌아온 집에는 일 나가신 어머니는 당연히 안 계셨고 삶은 보리가 망태기에 담겨 저 높은 시렁에 걸려 있었다.물론 동생과 나는 거기에 손이 닿을 수 있었다. 내가 엎드리고 동생이 올라
세상의 모든 다이어트 방법과 이론들이 해명하고 극복해야할 세 가지 근본 문제가 있다. 칼로리, 호르몬, 기초대사량이 그것이다.다이어트는 건강 증진과 체중 조절을 목적으로 음식을 조절하거나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무수한 다이어트 방법들이 있다. 생각나는 몇 가지만 적어보자면, 여러분들이 다 익히 아시거나 한번쯤 실천해 보신 바대로, 저지방, 원푸드, 황제, 구석기 등의 방법과 이론들이다. 최근에는 앞선 다이어트 방법과 이론을 비판하거나 보완하여 저탄수화물 고지방(저탄고지)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이 대세다. '저
내일 우리집엔 일본에서 온 초등학생이 한 명 입주한다. 우리가족은 국제 언어교류를하는 단체 히포클럽 멤버라 매년 여름 방학이면 이렇게 홈스테이를 받는다. 8월에는 경상대학교에서 진행하는 교류프로그램에 참가한 일본 대학생을 3일간 받는다.이번에 오는 학생들과 일본의 부모들이 걱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아베의 발언과 반도체 원료 검수 조치로 촉발된 한일간의 대결 국면에서 혹시라도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자녀들이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것이다. 우리쪽 책임자가 한국 가족은 그런 분별력 정도는 있다면서 걱정하지 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