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아사히 뺨때리고 칭타오 멱살 잡는 맥주 하나 만들어보자”

우선 간단한 문제를 풀어보자.

1. 쌀10%에 나머지는 잡곡으로 밥을 하면 이 밥은 쌀밥인가? 잡곡밥인가?

2. 쌀가루10%에 나머지는 밀가루로 떡을 하면 이건 떡일까? 빵일까?

일본의 수출 제한과 백색국가 제외 결정으로 반일감정과 일본 불매 운동은 점점 치열하고 조직적이며 전면적인 양상을 띄어가고 있다. 며칠 전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소재·부품의 대체 수입처와 재고 물량 확보, 원천기술의 도입,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공장 신·증설, 금융지원 등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겠다. 나아가 소재, 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다시는 기술 패권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물론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일본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도록 수입처를 다양화하고 우리 기술을 개발해 국산화 효율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반도체 부품 분야를 필두로 제조업 전반에서 기술 독립을 이루어 우리 기술로 일본을 넘어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에 여론은 '늦은 감은 있지만 차라리 잘된 일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손을 잡고 정부가 지원하여 우리 기술력으로 우리가 완제품을 만들자' 라는 의견이 많은데 나는 이 기사를 습관적으로 맥주에 대입해 보았다.

▲ 백승대 450 대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시작이 일본 맥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고 한 달이 지난 지금 일본맥주의 판매율은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앞으로 꾸준히 습관적 불매운동이 지속된다면 일본 맥주의 대체제가 있어야만 한다. 지금은 국산맥주를 마신다는 사람과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 맥주를 마신다는 사람들이 많다. 아사히가 수입맥주판매율 1위에서 내려오며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칭타오라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좀 과격하게 이야기하면 죽 써서 개주는 꼴이랄까?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에서 기술독립을 이뤄 기술패권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것은 우리의 반도체와 제조업 기술이 일본에 뒤쳐지지 않고 세계적으로도 뛰어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맥주3사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맥주)를 넉넉한 인심으로 국내업체라고 인정하고 묻자. 이들은 일본맥주를 뛰어 넘을 양조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가? 물론이다. 하이트진로는 역사가 백년이 되어가는 기업이고 오비맥주의 카스는 시작이 쿠어스맥주이며 지금은 인베브 본사의 엄격한 품질관리를 받으며 버드와이저와 호가든을 한국공장에서 만들고 있을 정도이다.

한국맥주가 오줌맥주, 북한의 대동강보다 맛없는 맥주 소리를 듣고도 달라지지 않았던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양조기술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88올림픽 이후 맥주가 대중화되고 판매율이 급증해도 그들은 보리 함량 10% 라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좋은 맥주가 아닌 싸고 잘 팔리는 맥주들만 만들어 왔던 것이다. 우리나라 맥주는 전체 함량에서 보리(맥아)가 10% 이상이면 맥주라는 이름을 쓸 수 있고 전분을 타든 밀가루를 섞든 맥주라는 이름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싸고 질 낮은 맥주를 생산하는데 여기에 우리의 소맥문화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밋밋하고 홉향도 약하며 개성 없던 맥주가 소맥제조용으로는 안성맞춤이 되는 괴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니 신제품을 내놓지 않아도 맥주는 팔리고 기술이 있는데도 일본맥주나 다른 수입 맥주들처럼 맥주의 고급화나 차별화에는 등한시 했던 것이다.

쌀 10% 넣었다고 쌀밥이라고 할 수 있나? 맛있는 밥의 기본은 좋은 쌀이다. 쌀 이외의 다른 재료 안 넣고 정부미, 안남미 같은 질 떨어지는 쌀 말고 국내서 지은 햅쌀이면 맛있는 쌀밥을 지을 수 있다. 국내 맥주 업체들은 정작 맥주의 원재료에 집중하지 않고 XX공법을 쓴다고 광고를 하는데 우리 집 전기밥솥이 수십 수백만 원짜리면 뭐하나? 쌀이 정부미에 그것마저도 10% 밖에 안 넣는데. 질 낮은 재료를 기준량보다 적게 넣고도 높은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공법이란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물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이번 일본 불매운동을 계기로 맥주업계도 일본맥주를 뛰어 넘어 세계에 내놓을 만한 맥주를 만들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만년 적자의 하이트진로와 롯데맥주는 매출을 흑자로 바꾸고 업계순위를 바꿀 수 있는 기회이며 오비맥주는 수입맥주나 들여와 대신 팔아주는 판매업체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몇 년이나 되었나? 그 짧은 시간에도 우리는 반도체 선진국들을 따라잡고 유수의 반도체 회사를 망하게 했으며 지금은 우리끼리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맥주도 비록 시작은 일본으로부터였으나 우리 맥주 양조 기술도 백년이다. 한국인의 저력을 믿으며 100년 양조 기술력을 믿는다. 맥주가격 몇백 원 오르더라도 좋은 보리 좋은 홉으로 괜찮은 한국 맥주를 만들 때가 된 것이다. 누구 덕이든 탓이든 우리 이제라도 아사히 뺨때리고 칭타오 멱살 잡는 맥주 하나 만들어보자. 제발!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