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대해 관심을 둔 지 오래다. 요즘은 그것에 관한 책들을 찾아서 읽고 있다. 많은 책들은 대체로 지구온난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경위를 밝히고 대비책을 찾고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책이 한 권 있다. 프레드 싱거와 데니스 에이버리가 쓴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원제:Unstoppable Global Warming)>라는 책이다. 이 책에는 ‘과학과 역사를 통해 파헤친 1,500년 기후변동주기론’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증명되지 않았다.”(100쪽)라는 문장에는 밑금까지 그어져 있다. 그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기우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증명되지 않았다’고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대로, 1,500년이 지나면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 소비로 인한 온실효과 극대화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는 지구 온도 상승은 없는 일이 되어 예전처럼 돌아갈까? 그랬으면 좋겠다.

▲ 이영균 녹색당원

지구온난화의 증거는 우리가 경험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올해 4월 10일은 진해군항제가 끝나는 날이었다. 이날 MBC경남 [뉴스데스크]에는 ‘벚꽃 없는 군항제 … 내년 조기 개최 검토’라는 자막을 단 기사가 보도되었다. 기사에는, 군항제가 공식적으로 열리기 전인 3월 30-31일에는 상춘객이 110만 명이었는데, 정작 군항제 기간인 4월 6-7일에는 상춘객이 47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했다.(올해 군항제 기간은 4월 1일부터 4월 10일까지였다.) 두 경우가 다 주말이기는 했지만 예상보다 꽃이 일찍 피어 일찍 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창원시 관계자가 하는 말, 5년 주기로 2-3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겠단다. 이렇게까지 앞당겨야 할지 모를 일이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기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예전에는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북방한계선이 대충 대구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강원도에서도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만 재배되던 감귤이 뭍으로 오른 지는 제법 오래되었다. 봄에 꽃 피는 시기는 빨라졌고 가을에 단풍이 드는 시기는 점점 늦어지고 있다. 철 따라 바다에서 잡히는 어종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이 또한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없지 않을 터이다.

이런 현상들이 모두 지구의 자기 조절 시스템에 따른 것일까? 아니면 거기에다가 인간의 영향력이 더해진 때문일까? 아니면 인간의 영향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까? 판단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인간의 역할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부정적인 면이 훨씬 더 크고 많다. 이후에 따져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마크 라이너스는 <6도의 멸종>이라는 책에서 지구온난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에 온실가스 농도가 짙어지면서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온실가스는 지구 주위를 담요처럼 둘러싸서 온난화 효과를 내는 기체이다. 이 가스는 장파(長波)인 태양의 적외선을 통과시키지 않기 때문에 ‘온실효과’를 유발한다. 즉 단파인 태양빛은 온실가스 층을 바로 통과한다. 하지만 그 태양빛이 지구에 닿았다가 다시 복사될 때에는 파장이 길어짐으로써 가스층을 통과하지 못하고 갇히게 된다. 이는 온실의 유리가 태양열을 받아들이면서 내부 열을 가두는 효과와 같은 이치이다. 대기 중에 온실가스가 없다면 지구기온은 영하 18⁰C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니 온실가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 농도가 정도를 초과하는 게 문제이다.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지난 150년 동안 지구기온은 0.8⁰C 정도 올라 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그동안 누적된 온실효과 탓에 더 큰 기온 상승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많다. 게다가 21세기 들어 급격히 증가한 에너지 사용량 탓에 이산화탄소 농도는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으다.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서 지구 온도가 2⁰C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마크 라이저스는 “중국 남부와 북부에 각각 대홍수와 대가뭄이 닥친다. 가장 큰 생물 서식지인 바다의 환경도 나빠진다. 이산화탄소의 절반이 바다에 흡수되면서 석회질로 된 생물들이 죽어간다. 서늘하던 중위도권 지역마저 혹독한 열파에 시달리고, 산과 들은 자연발화성 화재에 타들어간다. 그린란드 빙하가 해빙하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그로 인해 바다에 면한 도시들이 가라앉는다.”고 예측한다. 이런 경고를 외면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와 같은 추세라면 지구 온도가 2⁰C 올라가는 날은 21세기가 다 가기 전에 올 것이다. 그러니 지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를 떠나 살 수 없으니 지구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시급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구를 걱정하는 것은 결코 한가한 일이 아니다.

지구는 날로 황폐화되고 있다. 나무는 잘려나가고 숲은 사라지고 사막은 넓어지고 있다. 화석연료는 바닥을 보이고 있다. 하늘은 파랗지만 지구는 빨갛게 되고 말았다. ‘녹색상상’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아득한 지구를 향해 한두 사람이 녹색을 외친다고 하여 무슨 변화가 있겠는가마는 더 늦기 전에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녹색을 퍼뜨려야 한다. 사소한 작은 실천에서부터 녹색은 그 상상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지구를 걱정하는 일은 대단하고 거창해 보이지만 그 시작은 사소한 일에서부터이다.

마지막으로 <녹색평론> 167호(2019년 7-8월)에 실려 있는, 16살 스웨덴 학생 그레타 툰베리의 “행동을 해야 희망이 찾아옵니다”에 있는 글 한 대목을 옮겨본다.

제가 100살까지 산다면 저는 2103년에 살아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지금 미래를 생각할 때는 2050년 너머까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오래 산다면, 2050년은 제가 절반도 살지 못한 때입니다.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2078년에는 제가 75번째 생일을 맞을 겁니다. 저에게 아이들이나 손주들이 있다면, 그들은 저와 함께 그날을 보내겠지요. 아마도 그들은 저에게 2018년에 살았던 여러분들에 관해 물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왜 여러분이 아직 행동할 시간이 있는데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지 물을 겁니다. 지금 당장 행동하거나 하지 않는 것 때문에 나의 전 생애와 내 자녀와 손자와 손녀들의 삶이 영향을 입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하거나 하지 않는 일의 결과를 저와 저의 세대는 미래에 되돌릴 수 없습니다.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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