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지난 날 무한히 흘러간 시간 속에서 한가닥 흐르는 맥을 찾아 헤매는 작업입니다. 시간이란 끊임없이 흘러가는 것으로 과도기란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1987년 대학 3학년 2학기 전공 수업으로 한국문학역사를 들었다. 사범대학 려증동 교수 강의를 한 학기 들었는데 많이 혼란스러웠다. 학력고사 치르듯 일사분란하게 주입된 교육내용이 깡그리 무시당하는 수업이었다. 문학사를 가르는 연대와 용어도 달랐고 시각도 달랐다. 자기 글에 남의 문헌을 인용하여 주를 다는데 힘을 쏟는 학자들과는 달리 어려운 한자말 풀어쓰기 두음법칙 부정하기,
"강도왜로!"왜로(倭虜)란 말은 힘의 원리로 사는 짐승 무리를 뜻하는 말입니다. 역사를 거슬러 멀리 신라, 고려까지 가지 않더라도 1876년 병자년 겁탈조약부터 일본은 조선을 잠식침략했고 1910년 우리 국권을 강탈했습니다.1945년 우리가 국권을 회복했어도 그들의 야욕은 끊이지 않았으며 오늘까지 우리 바다와 땅을 탐하고 있습니다. 동해를 뺏고 독도를 뺏고 그 다음 무엇을 뺏을까요?폭행이나 협박으로 남의 재물을 빼앗는 자를 강도라 합니다. 일본은 그런 나라입니다.2023년 8월 24일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는 야만행위와
입추가 지나, 이제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도 얼마 남지 않았다. 길고 긴 장마와 그 뜨겁던 무더위도 끝이 나 가는 느낌이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는 조금씩 서늘한 기운이 돌아, 듣기 편안한 피아노 소품집을 골랐다. 피아노 연주자는 정명훈.피아니스트 정명훈은 요즘 거의 지휘자로 활동하지만, 사실은 대단한 피아니스트이다. 1974년 소련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하고 금의환향한 적도 있다. 지휘자로의 꿈을 키우고는 줄곧 앞만 보고 달려온 지휘자이지만 그의 근본은 피아노 연주였다.1994년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 자리에
1. 집권 여당, 교육부, 기타 등등의 착각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두고 문제 해결 방법으로 학생 인권 조례를 들먹이는 집권 여당, 교육부, 그리고 일부 인사들의 망발을 들으며 이들이 지향하는 곳이 어딘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이들이 공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은, 놀랍게도 자본의 확대 재생산을 위한 근대적 훈련방식이다. 거기에는 오로지 지침과 수행의 단선적인 절차만 있을 뿐이다. 더러 창의적 발상도 존중되지만 그것은 자본의 증대에 이바지했을 경우만 해당한다.이런 관점은 교육이 추구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은 거의 없다. 따라서 학생 인권이니 하
딸기는 우리나라 농업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주요 소득작목이다. 수출도 크게 늘고 있다. 딸기는 유통과정에서 신선함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수출딸기는 70% 익을 때 수확하고, 국내 딸기도 덜 익었을 때 수확해 품질의 손실을 감내한다. 딸기의 신선도 유지기간이 매우 짧음으로 상인들은 신선도 하락의 위험(Risk)를 피하기 위해, 농업인은 신선도가 유지되어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 1주일에 6일 매일 출하한다. 딸기 수확이 집중되는 때에 농업인들은 원하는 시기에 쉬지 못하며, 아파도 안 된다. 새벽부터 오후 5시까지, 출하를 마
공영방송 정상화의 길을 걷던 MBC가 또 다시 위기에 처했다. 최근 한 달 동안 ‘TV수신료 분리 징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감사’, ‘공영방송 이사 해임 추진’ 등 공영방송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그리고 9일 조선일보는 KBS 이사장에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이, MBC 방문진 이사장에 차기환 전 MBC・KBS이사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차기환은 이미 방문진 이사를 두 차례 지냈고, KBS 이사도 한 차례 지낸 적이 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
얼마 전, 농업부문상 수상자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 활동을 했습니다. 감히 농민이 농민을 심사할 수 있는지, 그 자격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덥석 참가했습니다. 워낙 권위가 있는 상인지라 두말할 나위가 없기도 했지만, 또 다른 사심은 다른 농가의 속살을 볼 수 있는 더없이 귀한 기회이다 싶어 냅다 수락하였습니다. 최종 후보군에 오른 세 사람, 서류상으로는 대상자의 공적을 충분히 알기 어려웠기에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이 심사과정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심사위원도 세 사람, 각기 다른 영역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1910년 조선이 멸망했다. 교방도 폐지되었다. 냉면은 교방을 벗어나 부유층과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부분적이지만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일본인들과 부자들은 요정 등에서 유흥을 마치고 나면 음주 후 냉면을 먹었다.그리고 1920년대가 되자 일반인들도 비빔밥뿐만 아니라 냉면을 접할 수 있는 외식업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다.1920년대 냉면과 비빔밥이 대중화될 시기에, 우시장과 도축장이 있었던 진주에서, 육전과 육회가 올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우시장과 도축장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도축하고 해체하고 판매, 유통,
중학교 아이들과 철학수업을 하면서 겪게 되는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어려운 철학 용어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일이다. 대부분의 철학용어들이 외래어인 데다가 그나마도 한자로 만들어진 단어들이 한글로 표기되어 있어 중학교 수준의 어휘능력으로 한계가 있다.하지만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알게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는 터라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처음 써본 방법은 철학수업 시간만 휴대폰을 허락하여 어려운 용어를 스스로 찾아보게 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용어를 찾아 종이에 옮겼다. 처음에는 약간의
국민의힘과 정부는 12일 ‘실업급여 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고 실업급여 제도 개선 방안을 밝혔다.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60%로 낮추거나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일하는 사람이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인 현행 실업급여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는 원칙에 뜻을 같이 했다”며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기준 월 최저 실업급여는 184만7040원으로 최저임금 근로
10여 년 전 어느 날 밤 느닷없는 국제전화가 와 스팸전화일지 몰라 끊은 적이 있다. 바로 전화가 다시 와 ‘아! 아는 사람 전화구나’하는 생각에 받았더니 체코에서 온 전화였다. 여행사에서 TC로 근무하는 친구였다."근종씨, 지금 제가 프라하 어느 레코드점에 있는데요. 저한테 딱 7분의 시간이 있는데 혹시 갖고 싶은 CD 있으면 얘기하세요!" 반사적으로 “라파엘 쿠벨릭이 체코 필을 지휘한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있으면 사다 주세요”라고 했다.프라하 시내 레코드점이니 체코의 국영 음반사인 SUPRAPHON CD는 당연히 있겠다 싶어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2월 21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첫 새해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2023년을 개혁을 추진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노동개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노동시장에서의 이중구조 개선, 합리적 보상체계, 노·노 간 착취적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것이야말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2월 2일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한다며 상생임금위원회가 출범했다. 임금체계 개편은 근로시간 유연화와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핵심의제가 됐다.
모내기가 끝나자마자 미뤄뒀던 밭일에 비로소 눈을 돌립니다. 어느새 키가 훌쩍 자란 고추는 여차하면 가지가 쳐질 판입니다. 얼른 줄을 쳐야 고추가 주렁주렁 달릴 터이고, 소독소독 자란 참깨도 솎아줘야 합니다. 밭고랑 사이에 풀은 또 어찌나 빨리 자라던지, 자꾸 손을 잡습니다. 바쁜 일이 끝났다 해도 자잘한 일들이 넘치는 농촌 늦유월의 복판을 삽니다.젊은 시절에는 농사일이 힘들어서 가급적 일을 적게 하고 쉬고 싶은 마음이 많더니, 희한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농사일이 더 재미있고 애착이 가기도 합니다. 그것이 농민으로 살아온 세월의 증거라
날씨가 더워지면 냉면이 당기듯 여름이면 유독 자주 듣고 싶어지는 음악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나라 스웨덴 핀란드 출신 음악가들의 곡이다. 매번 여름이면 소개했으니 이번에는 누구나 다 아는 음악가 베토벤을 골랐다.음악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평가받는 루드비히 판 베토벤은 수많은 협주곡과 독주곡, 교향곡을 남겼다. 9개의 교향곡, 30개가 넘는 피아노 소나타 또 5개의 피아노 협주곡 등이 있지만, 바이올린 협주곡은 딱 한 곡만 남겼다. 바이올린 소나타를 10곡 남긴 것에 비하면 의외의 숫자가 아닌가 싶다.거의 모든 클래식 장
1929년 12월 발간된 '별건곤'이라는 잡지에 진주 지역의 명물로 진주비빔밥이 소개되었다. “... 새파란 채소 옆에는 고사리나물 또 옆에는 노르스름한 숙주나물 이러한 방법으로 가지각색의 나물을 둘러놓은 다음에... (중간 생략) 육회를 곱게 썰어 놓고 입맛이 깔끔한 고추장을 조금 얹습니다.” 에서 박현수는 "식민지시대에도 새벽뿐 아니라 문을 닫지 않고 24시간 영업하는 설렁탕집 역시 드물지 않았다."고 한다. "100년 전만 해도 서울사람들 대부분은 냉면을 몰랐다. 불고기는 192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등장한다.
작년(2022년)부터 시행된 교육기본법 제14조(교원) 제 ①항은 이렇게 되어 있다. 학교교육에서 교원(敎員)의 전문성은 존중되며, 교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는 우대되고 그 신분은 보장된다.‘존중’이나 ‘우대’는 법률용어가 아니다. 왜냐하면 법률용어는 ‘제한’과 ‘금지’ 또는 ‘의무’, 그리고 ‘요건’ 등을 가능한 가치개입이 없는 매우 건조한 용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왜냐하면 가치개입이 시작되는 순간 법질서는 흔들리게 되고 동시에 당해 법, 또는 법 조항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다. 가치개입이 없는 매우 건조
최저임금 심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무주택 1인 가구 노동자’의 한 달 평균 생계비가 241만원이라는 실태조사가 공개돼 내년 최저임금이 어떻게 결정될지 관심이 높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 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생계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 조사된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 241만원은 전년보다 9.3% 오른 것으로 노동계의 요구에 근접했다. 노동계는 2024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24.7
언제부턴가 새로운 만남, 새로운 관계가 꺼려진다. 어쩔 수 없이 부부동반 모임이라도 할라치면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뒷걸음질 치고 빠져나갈 핑계 궁리를 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세상을 대하는 자세가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던 젊은 날엔 새로운 사람이 늘 궁금하고 사람 몇 명이 모이면 금세 세상을 바꾸기라도 할 성 싶었다. 가슴도 뛰었던 것 같다.하지만 나이가 서른 마흔 어느새 쉰 줄에 들고 보니 그런 게 다 부담이고, 때때로 역겹기까지 하다. 알던 사람들과 하던 거 하는 게 편해지는 거야 당연한데, 역겨울 것 까지는 뭔가 할지 모르겠
"현증조고학생부군신위(顯曾祖考學生府君神位), 현조고학생부군신위(顯祖考學生府君神位), 현형학생부군신위(顯兄學生府君神位),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제사 때가 되면 아버지는 벼루에 먹을 갈아 지방을 썼다. 한지를 정성껏 잘라 가는 붓으로 한자 몇 자를 일렬로 썼는데 돌아가신 분이 누구냐에 따라 글자가 달라진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벼루는 나무 벼루집에 먹물을 머금고 담겨 있었다. 먹 하나, 가는 붓 두 개가 늘 같이 들어 있었고 누런 한지는 족보책 속에 늘 있었다.국민학교도 제대로 못 다닌 아버지가 설 추석 때,
마늘과 양파 등 봄 수확이 한밤중입니다. 뒤이어 이모작 파종까지 마치려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지경이지요. 그렇게 또다시 농촌의 오월이 흘러갑니다. 제아무리 뼈 빠지게 일해도 살림이 나아지지 않는 까닭이 뭘까요? 정말이지 주변 사람 중에 게으른 사람들은 아무도 없던데, 부지런하면 잘 산다는 신화는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요?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소득은 4,615만3,000원으로 전년(4,775만9,000원)보다 160만6,000원 감소했다 합니다. 특히 전체 4,000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