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오면 누군가에게서 한 번 쯤은 듣게 되는 토머스 엘리엇의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 황무지의 구절은 역설적으로 4월의 생명력을 드러낸다. 또한 4월이면 한 번 쯤은 듣게 되는 박목월 시인의 시를 가곡으로 만든 4월의 노래도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라고 4월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긴 겨울을 지나고 맞이한 계절로서의 4월은 찬란한 벚꽃과 형형색색의 꽃으로 우리를 봄의 한가운데로 인도한다. 게다가 올해는 6·13 지방선거가 있어 예비후보들의 움직임이 4월의 찬란함만큼이나 활발하다.그러나 우리가 맞은 4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세례 사건으로 재벌총수 일가의 '갑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현민은 한 달 전, 광고 관련 회의 도중 광고대행사 팀장에게 반말과 욕설을 퍼붓다가 급기야는 당사자에게 직접, 혹은 바닥에 물이 든 컵을 집어던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른바 ‘물벼락 갑질’ 파문이다.2014년 12월, 조현아가 ‘땅콩 회항’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더니 ‘피는 못 속인다’는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 친동생이 다시 사고를 친 것이다. 언니 조현아에게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는
*** 이 글은 어디까지나 지난 80년대 필자만의 경험에 의존한 것이어서 현재의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기억을 떠듬떠듬 재구성한 것이어서 다음의 개별 사례가 팩트에 부합하는지조차도 자신이 없음을 밝힌다. 시작한다. 기자는 왕이었다얼렁뚱땅 어쩌다 기자라는 직함을 가졌던 84년 초봄. 기자 선배들의 행태에 경이로움을 넘어 황당함을 느낀 나는, 명함을 받은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나만 바라보며 오랜 세월 고생하셨던 어머니에게 ‘장 시간’ 고민 끝에 일자상서 했다. “어머니. 기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일이
"국민의 정서와 너무나도 동떨어진 자유한국당은 이미 내부 자정능력마저 상실했다."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214표 차이로 아깝게 떨어진 바 있는 자유한국당(이하 자유당) 인천시 연수구갑의 정승연 전 당협위원장이 밝힌 탈당의 변이다. 정승연은 지난 달 29일 발표한 탈당선언문을 통해 자유당이 공당으로서의 책임감과 보수당으로서의 기본가치를 잃어버렸다고 질타했다. 자유당 소속의 전직 대통령이 2명이나 구속됐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그 밑에서 호가호위하던 자들은 아직도 그 알량한 권력을 유지하는 데만 혈안이 돼
성선설은 맹자가 주장했다. 맹자의 주장을 고등학교 교과서대로 거칠게 요약하면 인간은 본래 선하게 태어났는데 주변 환경에 지배당하면서 살다보니 어찌어찌 악하게 바뀌었다는 말이다. 교육의 세례를 전혀 받지 않은 어린애의 맑은 눈동자와 살 만큼 산 노인의 웅숭깊은 주름, 모든 것을 달관한 부처같은 행동 등을 보면 인간은 선하게 태어났으되, 인생풍파를 한 80쯤 겪으면서 가끔은 악할 때도 있었지만, 본래는 선했고 종국에는 선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주장에 소중한 한 표를 던진다. 성선설이 맞다.성악설은 순자이다. 순
지난 14일 기자실을 찾은 이창희 시장은 또 한 번 막말을 쏟아냈다. 자신의 잦은 목욕탕 출입을 지적한 언론을 ‘사이비’로 규정하고, 수개월 동안 추적해 사진을 찍은 행위에 대해 ‘사찰’이라는 표현도 썼다. 그러면서 기자단에 가입 안 된 기자들이 기자실에 들어오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아무나 와서 취재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보도를 한 기자에게 반말은 기본이고, 나이가 새까맣다느니, ‘그럼 야 이 새끼야라고 할까’라며 저잣거리 잡배들이나 쓸 말을 연달아 쏟아냈다. 불과 2년 전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시의원에게 ‘까
영화 를 봤다. 워터게이트로 유명한 에서 일어난 1971년 ‘펜타곤 페이퍼’ 폭로를 둘러싼 사장과 편집국장, 기자들 사이의 갈등과 협력 과정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이다.펜타곤 페이퍼(국방부 기밀문서)는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1968년 5월까지 -트루먼에서 존슨까지 4명의 대통령 재임 시기- 미국이 인도차이나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기록한 문서로, 베트남 전쟁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의 지시로 작성됐다. 이 작성작업에 참여했던 MIT 연구원 다니엘 엘스버그는 미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에 불어 닥친 ME TOO 운동은 사회의 변화를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시태그(#) ME TOO와 WITH YOU로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에 지지를 보내고 격려를 하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에도 이 운동에 여러 이유를 들어 딴지를 거는 반응들도 보인다. 이러한 여러 반응 중에서 가해자들이나 가해자들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언행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그 장면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 중에서도 두 가지의 장면이 오랫동안 머리를
87년쯤으로 기억되니 30년 전의 일이다. 나는 지역의 어느 조그마한 언론사에서 기자노릇을 하고 있었다. 6월 항쟁에 무임승차해 언론사에도 노조 바람이 불었고 4년차 기자였던 나는 일생일대의 용기를 내 성명서를 작성했다. 그 성명서의 제목이 “우리는 촌지를 거부한다.”였다.촌지는 관공서를 비롯한 취재원들이 기자들에게 ‘은밀히’ 내미는 봉투를 일컫는 말이었다. 청운의 꿈을 품어 천신만고 끝에 기자가 되고(당시에는 언론고시였다), 고통스럽던 수습기간을 통과해 드디어 출입처를 받을 때 바로 위 선배(수습기자 교육 담당)가 조용히 가르침을
※ 필자 주: 언론인이라는 자들이 장충기 전 삼성그룹 사장에게 보낸 문자는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아부와 교태가 넘쳐난다. 자신들이 남몰래 보낸 문자가 세상에 공개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 자들의 이름을 차마 실명으로 공개할 수 없어 익명으로 처리한다. 인터넷을 뒤지면 실명확인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원래의 자리로 다시 돌아온’ MBC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 보도한 ‘장충기 문자 파문’은 다
※ 필자 주: 언론인이라는 자들이 장충기 전 삼성그룹 사장에게 보낸 문자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아부와 교태가 넘쳐나 이들의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한다. 마음만 먹으면 실명확인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원래의 자리로 다시 돌아온’ MBC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 보도한 ‘장충기 문자 파문’은 다른 곳에서는 뻣뻣하다가도 삼성 앞에만 서면 머리를 조아리고 꼬리를 흔드는 삽살개로 표변하는 언론의 민낯을 생생하게 폭로했기 때문이다.“장 사장님. 바쁘시게 잘 지내시지요? 총선
문재인 대통령의 인내 외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이 발표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북한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 북한체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이야기가 있어서 같이 나누고 싶다. 1979년 시국사범으로 수감생활을 하는 과정에 운동시간에 북한에서 남파된 공작원, 이른바 간첩과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한 분에게 북한에서 무슨 일을 하였는지 물었더니 대학에서 철학교수를 했다고 했다. 철학 중에서 어떤 분야를 가르쳤느냐고 물
한 여자가 자기 삶에 대해 진실을 말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이 글을 쓰는 동안 몇 번의 ‘새로 고침’ 과정을 거쳐야 했는지 모른다.자고 일어나면 또 터져 나오는 아픈 고백과 고발의 말들, 그에 따른 놀라움과 분노와 참담함을 추스르며 다시 무언가를 새로 고쳐 쓰는 과정이 여러 번 되풀이됐다.“한 여자가 자기 삶에 대해서 진실을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은 터져 버릴 것이다”라고 했던 뮤리엘 루카이저의 말이 요즘처럼 꼭 맞는 때도 없었을 것 같다.‘미투’ 운동에 관한 글을 마무리하려던 어젯밤에는 JTBC ‘뉴스룸’에서 안희정 충남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폭로로 추동된 미투(#ME TOO)운동의 불씨가 문학계와 연극계, 연예계, 학계로 번지면서 한국사회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한국사회가 여성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가부장제와 남존여비 사상, 신자유주의의 무비판적인 수용까지 겹쳐 이중 삼중 차별이 중첩됐으리라 짐작은 해 왔다. 하지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피해자들의 울분에 찬 목소리를 듣자니 ‘과연 우리 사회가 이 정도였나?’라는 탄식과 함께 부끄러움이 뒤따른다. 모두가 지적하다시피 미투운동의
지난 달 말 서지현 검사가 검찰에서의 성폭력을 폭로한 것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성폭력 폭로(Me Too)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계, 문학계, 연극계, 영화계, 심지어 종교계까지. 들불처럼 이어지는 폭로의 행렬을 보면서 "아니, 이 사람도?", "아니, 이런 곳에서도?"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냉정히 사태를 바라보면 지금까지의 폭로는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피해자들의 폭로 속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의 본질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폭로된 사실들에 귀를 기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이라고 음해하면서 중상모략을 퍼붓던 자유한국당(이하 자유당)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자유당은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내려 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규탄대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체제 전쟁’을 선포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사건의 주범이기 때문에 사살 대상”이라고 하자, 홍준표 대표는 SNS를 빙자해 “문재인을 대한민국 국군의 뒷통수를 치는 대통령이라는 뜻의 ‘국군 뒷통수권자’라고 부른다”라고 비아냥거렸다.자유당의 이런 저주와 폭언 퍼레이드는 박근혜 대통령
어머니는 강인한 분이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다 그렇겠지만 우리 어머니는 특히 더 그랬다. 나는 지금까지 어머니가 눈물을 보이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잠시를 제외하고는. 어머니는 오랜 세월 나의 버팀목이었다. 고생하신 어머니를 생각해 이 더러운 세상을 이를 악물며 버텼고, 젊어서 고생하시던 이런저런 모습이 가끔씩 떠올라 눈시울을 적셨다. 올해 여든여덟. 어머니는 최근 허리를 다쳐 수술을 하셨는데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통증과 함께 누워 계신다. TV를 틀어놓고.어머니는 실향민이다. 평안북도 철산
선거의 계절이 다가왔다. 머리에 입만 달린 사람처럼 하고 싶은 말만 하던 정치인들이 모처럼 고개를 숙이고 귀를 여는 척 연기하는 시기다.정치인은 물론 모든 정치적인 이야기마저 냄새나는 오물 취급하던 사람들도 약속이나 한 듯 정치 전문가, 평론가가 되는 시기다. 그래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린다.명절이 지나면 이른 봄 만발하는 꽃처럼 거리에는 온갖 아름다운 말과 공약들로 넘쳐날 것이다. 지역경제가 발전하고, 복지사회를 이루고, 주택문제가 해결되고, 일자리가 몇 만개나 늘어날 것이라 장담하는 향기 없는 조화 같은 말들.
참으로 극적인 반전이다. 전쟁 위기설이 나돌던 한 달 전만 해도 남북한의 최고위급 지도자들이 손을 맞잡으면서 웃고 대화하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의 만남은 이명박근혜 정권 9년간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한 관계가 녹아내리는 신호탄이 되기에 충분했다. 사실상의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 친서 전달로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출구를 찾지 못해 미로 속을 헤매는 것 같던 한반도 정세가 아연 활기를 띠면서 아직은 실체가 잡히지 않지만 뭔가 모를
진주 인근 농촌 딸기 공선장에 15인승 셔틀버스로 출퇴근하고 있는 50대 후반의 A씨는 한 때 ‘사모님’으로 불렸다. 나름으로 반듯한 외모에 성격도 그런 대로 괜찮다는 세간의 평에 조금은 자족하며 인생을 긍정했다. “내일 그만둔다 모레 그만둔다” 철없는 소리를 수시로 하면서 사람 염장을 지르던 남편을, 한 30년은 족히 달래고 어르고 가끔은 눈물로 호소도 하고 해서 정년을 맞게 했다. 요즘 호칭은 그냥 ‘아줌마’이다.박봉은 아니었지만 그리 많은 것도 아니어서 아껴 먹으면 그런 대로 네 식구 인간구실은 할 수 있었던 세월이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