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이 조작한 사건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이라고 음해하면서 중상모략을 퍼붓던 자유한국당(이하 자유당)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자유당은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내려 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규탄대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체제 전쟁’을 선포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사건의 주범이기 때문에 사살 대상”이라고 하자, 홍준표 대표는 SNS를 빙자해 “문재인을 대한민국 국군의 뒷통수를 치는 대통령이라는 뜻의 ‘국군 뒷통수권자’라고 부른다”라고 비아냥거렸다.

자유당의 이런 저주와 폭언 퍼레이드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과 비교해 보면 퍽 대조적이다. 2014년 10월, 남북군사회담에서 김영철이 북한측 협상대표로 참석했을 때는 “대화와 도발이 오가는 국면에서도 대화의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며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대한다”는 당시 새누리당 대변인 발표가 있을 정도였다. 그 때와 지금 사이에 김영철의 신분에는 큰 변화도 없다. 다만 보수를 표방하는 제1야당의 이율배반적인 태도만이 돋보일 뿐이다.

‘내로남불’은 자유당의 기관지 노릇을 하는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2014년 10월6일자 사설에서 당시 박근혜 정부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北 실세들의 깜짝 방문, 차분하게 남북대화 이끌어야’라는 제목으로 “당장은 힘들더라도 차근차근 남북 간의 신뢰를 회복해 가는 단계적·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그랬던 조선일보가 지난 24일자 사설에선 180도 다른 주장을 펼친다. ‘김영철 방남(訪南) 노림수 김정은 계산대로 흘러가나’라는 제목 아래 “우리 국민 수십 명을 죽게 만든 테러에 관련됐거나 관련된 것으로 의심할 소지가 있는 사람을 상대방이 협상 대표로 보낸다면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 그런데 정부는 우물쭈물 말을 흐리고 여당 지도부는 오히려 문제 삼는 사람들을 타박하고 있다.”고 질타한 것이다.

보수당과 조선일보의 움직임과 더불어 눈에 띄는 것이 검찰 출두를 눈앞에 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보다. 이명박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평택 천안함 기념관을 다녀 왔다고 밝히면서, “천안함의 처참한 잔해와 산화한 용사들의 얼굴을 바라보다 천안함 폭침 주범에게 국빈대접을 하는 이 나라의 현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했다. 보수층을 상대로 검찰의 칼 앞에 서있는 자신의 구명을 간절하게 호소하는 SOS의 의미가 읽혀진다.

그래서 말이다. 보수야당과 조중동 등 보수세력이 줄기차게 ‘천안함 폭침’으로 고집하면서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해 온 천안함 침몰사건의 진실을 본격적으로 조사해서 명명백백하게 그 진상을 공개하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다. 마침 김영철의 방남 시기에 맞춰 청와대 게시판에 ‘천안함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재조사 청원’이 시작되면서 천안함 사건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 최용익 전 MBC논설위원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은 숱한 의문과 반박, 반대 증거가 제기됐음에도 이명박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북한에 의한 폭침’으로 규정해 버린 채 현재 시점에까지 이르고 있다. 천안함을 폭파시켰다는 파란 매직펜의 ‘1번 어뢰’를 전시해 놓고 한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도올 김용옥 교수가 “천안함 발표를 열심히 들여다 봤지만 0.0001%도 설득이 안 된다”고 한 발언은 국민 다수의 생각을 대변한 것이기도 했다. 조선일보가 ‘바닷속 자살폭탄’이라고 보도한 ‘북한의 인간어뢰’는 황당한 공상과학소설 수준이었다.

합조단 발표에서 풀리지 않는 의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침몰 사고 원점에서 불과 180m 떨어진 곳에, 수심 47m의 얕은 서해 바다에서 천안함을 발견하는 데 3일이나 걸렸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3일 동안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 어뢰같은 폭발에 의한 절단이라면 찢어진 단면 자체가 다르고 화염에 불 탄 흔적이나 그을음 등이 발견되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더구나 생존자나 희생자 모두, 폭발에 의한 손상 즉 고막이 터지거나 코피가 나는 등의 일이 없었다는 것도 폭발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의 강력한 증명이다.

이밖에도 이명박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제공한 경계 실패와 부하대원 46명을 사망케 한 책임을 지휘라인에서 져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총기 사고만 나도 지휘관들이 줄줄이 옷을 벗는 판인데 천안함의 지휘관들은 오히려 포상과 훈장을 받고, 진급을 했으니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천안함 사건은 특히 미국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의문이 크고도 많다.

천안함 침몰 이틀 후 미 국무성은 공식발표를 통해 “북한은 관련이 없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자체의 문제”라고 규정한 바 있다. 침몰 사건이 북한의 잠수정 침투를 막기 위한 한미합동해상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었기 때문에 만약 이것을 북한의 소행으로 밀어붙일 경우, 최고 200여 개의 목표를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으며 그 중 20여 개 이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고 자랑해 왔던 이지스함 등 미군의 최첨단 레이다망이 전혀 쓸모 없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F35 전투기 구입 등 미국산 무기 판매와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을 무산시키기 위한 전략 등과 연계되면서 미국의 입장이 ‘북한 관련’쪽으로 바뀌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미국과의 수상한 거래를 의심케하는 또 다른 강력한 증거는 당시 한국 최고의 UDT대원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한준호 준위의 순직과 얽힌 것이다. 한준위는 침몰된 천안함과는 전혀 다른 장소에서 잠수 활동을 하다 숨졌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한 준위만을 위한 추도식이 미군 주도하에 미 해군함정에서 따로 거행되었으며, 이곳에 캐슬린 스티븐스 미국 대사와 미8군 사령관이 참석하여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에게 금일봉을 전달했다. 왜 그랬을까? KBS 9시뉴스가 이같은 사실을 최초 보도했지만 얼마 안 가 중단됐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대사는 그의 자서전에서 천안함은 북한에 의한 소행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과거 행적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즉 미국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상대에게 하지도 않은 짓을 했다는 누명을 뒤집어 씌우고도 대외적으로는 거짓말을 일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두 가지만 들어본다. 2003년, 이라크를 상대로 대량살상무기가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외교전과 언론을 총동원해 이라크 침략을 정당화하고 침공해 초토화시킨 뒤 사담 후세인을 제거했다. 또 베트남 전쟁 기간인 1964년, 있지도 않았던 북베트남 어뢰정의 선제공격을 구실로 북폭 등 본격적인 베트남전 개입의 단초를 열어젖힌 통킹만 사건도 미국의 패권주의를 드러낸 좋은 사례다. 통킹만 사건 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는 30년이 지난 뒤인 1995년에야 자서전을 통해 통킹만 사건이 자작극이었음을 털어 놓았다. 이미 수백만 명의 베트남인이 희생된 뒤에야 진상을 고백한 셈이다.

더욱이 2011년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으니 정상회담 비밀접촉을 갖자’고 간청해 왔으며, 비밀접촉 과정에서 남측 대표단의 ‘사과’ 요구에 북측은 ‘우리와 무관한 사건’인 천안함 사건에 사과를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자 남측은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지만,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세상에 내놓자”고 애걸(?)했으며 이 과정에서 북측 대표를 돈으로 매수하려 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는 이에 어떠한 해명도 하지 못해 결국 북한측 발표가 사실임을 인정함으로써 국제적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진상조사는 우리 사회를 수십 년간 억누르고 있는 반공냉전 이데올로기인 ‘빨갱이(레드)콤플렉스’를 타파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자유당이 장관급 청문회 때 전가의 보도로 써먹어 온 것이 “천안함 폭침이 누구의 소행이라고 믿느냐?”는 질문이었다. 천안함 사건을 이념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압박의 기제로 삼아온 것이었다. 이렇게 되니까 “정부의 발표는 신뢰하나 북한의 소행임을 확신할 수는 없다”고 대답한 어떤 이를 대한민국보다 북한을 먼저 의식했다고 낙마시키는 일이 일어났고, 이를 보고는 아예 분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자신의 평소 소신과는 달리 “북한의 소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임시변통으로 답하고 넘어간 이도 있었다.

천안함 침몰사건의 진상규명은 남북 간의 대화와 한반도의 긴장완화, 그리고 경제협력 및 교류의 재개에 가장 큰 걸림돌이요, 반드시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진상조사 결과 북한이 저지른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명박근혜정권은 이 사건을 북한을 악마화하는 지렛대로 활용해왔다는 말이 된다. 이 같은 상태에서 남북한 간에 정상적인 관계 개선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역대 독재정권 하에서 저질러진 수많은 간첩단 사건들이 거의 다 조작이라고 밝혀졌듯이, 국가권력이 조작한 사건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을 우리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야말로 남북한이 평화정착과 교류협력을 통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밑바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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