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인 계산, 혹은 정치적인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에 불어 닥친 ME TOO 운동은 사회의 변화를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시태그(#) ME TOO와 WITH YOU로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에 지지를 보내고 격려를 하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에도 이 운동에 여러 이유를 들어 딴지를 거는 반응들도 보인다. 이러한 여러 반응 중에서 가해자들이나 가해자들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언행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그 장면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 중에서도 두 가지의 장면이 오랫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 강문순 칼럼니스트

#1 안희정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자신의 비서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뉴스는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미투운동이 한창이던 2월25일에 피해자를 불러 미투운동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 다음에 또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었다.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운 행동이었다. 사과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식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사과하고 또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뭐지?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한참을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은 “아! 이 사람에게는 피해여성이 한 사람의 인간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성폭력 자체가 피해자를 인격과 인권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쾌락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기에 일어난 것이다. 미투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사과를 했다는 2월25일에 저지른 성폭행은 사과를 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는 여전히 여성을 도구화하는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피해자를 보았던 것이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도 피해자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 자신이 어떤 잘못을 해도 그저 사과 한 마디면 피해자를 다시 자신의 통제 하에 둘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일관되게 이어진 것이다.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의 마음 밑바탕에 단단히 똬리를 틀고 있는 이런 가부장적 사고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에 갇혀 있는 사람이 안희정 전 지사뿐일까?

 

#2 야당 성폭력근절대책위원장

미투 운동의 과정에서 보도를 통해 성추행은 있었으나 성폭행은 없었다고 강변하는 가해자들을 보았다. ‘우리는 터치만 있었고 저쪽은 성폭력‘ 이라고 말하는 제1야당의 성폭력근절대책특별위원장도 보았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성폭행을 한 것과 성추행을 한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기에 저들은 저렇게 강변하는 것일까?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터치가 바로 성추행을 말하는 것인데 터치와 성폭력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의아심이 커져갔다. 아마 위계적 사고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성폭행은 중범죄이지만 성추행은 강도가 약한 가벼운 범죄라는 생각, 성폭력은 범죄이지만 터치는 범죄가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러나 성추행과 성폭행이 법률적으로 형량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것들이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은 동일하다. 마찬가지로 그 어느 것이든 가해자가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행동들이 상대를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도구화한 행동이라는 사실 또한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이것과 저것이 다르다고 강변하는 것은 가해자 자신의 법적인 계산, 혹은 정치적인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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