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익 칼럼] 삼성 앞에만 서면 벌거벗는 언론의 민낯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적폐세력이 언론이라는 비판에 대안을 고민할 때이다." 최용익 전 MBC논설위원l승인2018.03.13l수정2018.03.1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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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주: 언론인이라는 자들이 장충기 전 삼성그룹 사장에게 보낸 문자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아부와 교태가 넘쳐나 이들의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한다. 마음만 먹으면 실명확인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원래의 자리로 다시 돌아온’ MBC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장충기 문자 파문’은 다른 곳에서는 뻣뻣하다가도 삼성 앞에만 서면 머리를 조아리고 꼬리를 흔드는 삽살개로 표변하는 언론의 민낯을 생생하게 폭로했기 때문이다.

“장 사장님. 바쁘시게 잘 지내시지요? 총선 이후 식사 한번 할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인데 혹 틈을 내실 수 있을는지요? 동지인 MBC ○○○ 본부장과 같이 하려 합니다. 연합뉴스 및 연합뉴스TV 보도담당 상무 XXX 드림.”

▲ 최용익 전 MBC논설위원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연합뉴스 상무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보낸 문자다. 뉴스타파의 이건희 회장 성매매 보도가 있던 2016년 후반에는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장 사장님. 늘 감사드립니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누워 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도 있구요. 나라와 국민,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갑니다. 연합뉴스 XXX 드림.”

삼성이, 그리고 이건희가 나라와 국민, 기업을 대표한다는 말인가. 연합뉴스는 삼성그룹의 홍보회사로 나서는 것이 더 나을 법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정이 내려지고 난 다음 날, 연합뉴스의 한 간부는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내는 문자를 보낸다.

“사장님 연합뉴스 △△△입니다. 국민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서 대 삼성그룹의 대외 업무 책임자인 사장님과 최소한 통화 한 번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간 나실 때 전화 요망합니다.”

“답신 감사합니다. 같은 부산 출신이시고 스펙트럼이 넓은 훌륭한 분이시라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분을 돕고 있나 알고 싶고 인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 올림”

1년 뒤인 2016년 7월에는 아예 호칭이 선배님으로 바뀌면서 충성의 의지를 다지기까지 한다.

“선배님 주소가 변경돼 알려드립니다. 적절할 때 부장 한 명만 데리고 식사 한 번 했으면 합니다. 편하실 때 국가 현안, 삼성 현안, 나라 경제에 대한 선배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평소에 들어 놓아야 기사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통신사라는 이유로 1년에 300억 원 이상의 국고보조금을 꼬박꼬박 받고 있는 공영언론이다. 물론 국민의 혈세로 조성되는 돈이다. 그런데 은밀하게 국민이 아니라, 삼성의 홍보 대행사 노릇을 계속 한다면 즉각 국고지원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광고국장은 대놓고 ‘혈맹’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삼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물론이고요. 도와주십시오. 저희는 혈맹입니다”

거의 구걸에 가깝다. 머리를 굽실굽실거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런 것도 언론사라고 해야 하는지….

□□□ 전 MBC 보도국장은 삼성으로부터 선물을 자주 받는지 감사의 문자를 보낸 모양이다. 선배님을 넘어 형님으로 호칭도 한층 끈끈해진다.

“형님, 귀한 선물 감사합니다. 별로 보탬도 되지 않는데, 늘 신세만 집니다.”

“형님 문화적 소양을 키울 수 있도록 좋은 공연 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올림”

낯이 뜨거워 똑바로 보기가 역겨울 지경이다. 언론과 재벌의 유착 정도가 후끈후끈하다. 이쯤 되면 제 4부로서 환경을 감시하기는커녕 외려 앞장서서 재벌기업의 치부를 은폐해주고 그 댓가로 뒷돈을 챙긴다는 점에서 조폭 집단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글로벌 기업으로 커 가는 회사의 홍보 틀을 새로 짜고 싶어” 삼성으로 옮겼다는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의 ◇◇◇ 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언론플레이한 내용도 그대로 공개됐다.

“사장님, 방송은 K, M, S 모두 다루지 않겠다고 합니다. 종편의 경우 JTBC가 신경이 쓰여서 말씀드렸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신문은 말씀하신 대로 자극적인 제목이 나오지 않도록 잘 챙기겠습니다.”

“OO경제 사설은 일단 빼기로 했습니다. 정말로 글로벌 미디어에 이런 이슈가 퍼져나가면 그 때 쓰자고 했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 드림.”

실제로 지상파 3사 메인뉴스와 경제신문 사설은 제일모직 상장 건을 다루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가(家) 3남매는 제일모직 상장으로 5조 9천억 원 가량의 평가 차익을 거뒀다. 이재용은 편법으로 상속받은 제일모직 주식을 상장해 700배가 넘는 차익을 챙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은 YTN의 모 기획조정실장이 2015년 8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 매매 영상을 갖고 있던 제보자를 삼성과 연결시켜줬다는 의혹에도 등장했다. 뉴스타파는 당시 YTN 모 실장이 취재 기자들 몰래 이건희 성매매 영상 제보 사실을 삼성 측에 알리고 삼성 측으로부터 연락처를 받아 제보자들에게 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은 이건희 성매매 영상에 대한 대응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명색이 MBC의 간판 뉴스프로그램의 얼굴 역할을 했다는 자가 지금은 재벌기업 총수 집안의 집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삼성과 언론의 끈끈한 유착관계를 대부분의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장충기 문자’ 파문은 언론과 자본권력이 얼마나 끈끈하게 유착돼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시켰다. 제 4부로서 재벌기업의 문제점과 폐해를 감시·견제해야 하는 언론사 간부가 삼성그룹 고위간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시종일관 아양을 떤 ‘장충기 문자 파문’은 상당수 언론이 침묵하면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물론 요즘 언론이 주목해야 할 사안은 많다. 극적으로 개최가 확정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소환, 안희정 충남 도지사와 정봉주 전 의원 등에 대한 피해자들의 연이은 성폭행과 성추행 폭로로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미투 운동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안은 중요하게 취급하면서도 유독 ‘장충기 문자 파문’에 대해서만 침묵하고 있다. 언론 내부의 오래된 묵계로 내려오고 있는 ‘침묵의 카르텔’이 그만큼 막강한 것이다.

지난 4일 밤 MBC의 보도 이후 12일까지 이 소식을 지면에서 전한 언론은 한겨레뿐이라고 미디어오늘은 전한다. 한겨레는 이 때문에 미운 털이 박혀 삼성 광고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이 전가의 보도인 ‘눈 밖에 난 언론에 광고 끊기’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삼성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 있는 동안 다른 언론들은 삼성 광고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만드는 반도체로 인한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자들의 모임인 ‘반올림’에서 낸 보도자료는 신문에 나오지 않아도 삼성의 보도자료는 알아서 실어주는 것이다.

삼성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삼성 앞에만 서면 꼬리를 흔들고 저자세를 취하는 한국 언론의 특수성을 모르는 독자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 언론이 얼마나 삼성에 굴욕적인지는 이미 이재용 2심 재판 관련 보도에서 드러난 바 있다. 조중동과 경제신문을 비롯한 많은 언론들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이재용을 향해 ‘이재용 이제는 앞만 보고 뛰어라’, ‘삼성의 미소, 국가경제 웃음으로 이어져야’, ‘삼성은 심기일전해서 글로벌 정도경영에 매진하길’과 같은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삼성 기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언론들이 삼성과 이재용의 미래를 앞다투어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을 거듭하는 이유이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적폐세력이 언론이라는 비판에 대안을 고민할 때이다.

사족으로 한 마디 덧붙인다. MBC에 최승호 사장이 취임한 후 새롭게 편성된 탐사보도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방송 때마다 대형 특종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9년간 죽어 있던 MBC의 저널리즘 기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일 것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편성시간대는 사각지대이다. 일요일 밤 11시 15분. 이 시간은 월요일 출근을 앞둔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큰 맘 먹지 않고는 보기 어려운 시간대다. PD저널리즘의 아이콘이라는 최승호가 사장으로 왔는데도 이 프로그램은 왜 이런 시간대 밖에 받지 못했을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빠른 시일 내에 시정되기를 기대한다.


최용익 전 MBC논설위원  choihan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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