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 각성한 시민들의 냉정하고도 철저한 심판이 요구된다.

"국민의 정서와 너무나도 동떨어진 자유한국당은 이미 내부 자정능력마저 상실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214표 차이로 아깝게 떨어진 바 있는 자유한국당(이하 자유당) 인천시 연수구갑의 정승연 전 당협위원장이 밝힌 탈당의 변이다. 정승연은 지난 달 29일 발표한 탈당선언문을 통해 자유당이 공당으로서의 책임감과 보수당으로서의 기본가치를 잃어버렸다고 질타했다. 자유당 소속의 전직 대통령이 2명이나 구속됐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그 밑에서 호가호위하던 자들은 아직도 그 알량한 권력을 유지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덧붙여서 색깔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자유당의 맹목적인 반북 이데올로기를 맹비난했다. 분단조국에 대한 아픔을 안고 통일로 나아가야 할 수권정당이 외려 “안보를 강화한다는 미명 하에 남북대화를 무조건 반대하며 반통일 세력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자유당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일획일점도 더 하거나 뺄 것도 없이, 딱 떨어지게 적시했다고 본다.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따르던 ‘친박’과 ‘진박’인사들의 뒤끝을 목격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은 최경환은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하겠다”며 큰소리를 쳤으나 끽소리 한마디 못하고 구속됐다. 서청원과 윤상현 등 친박그룹의 실세들은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지 종적을 알 수조차 없다. “박근혜와 티케이(TK, 대구·경북)라는 오래된 숙주에만 기생하는 단세포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공룡’ 친박세력은 운석 충돌에 버금가는 대통령 탄핵 충격으로 14년 만에 갑작스러운 대절멸을 맞이하며 여의도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다.

▲ 최용익 전 MBC논설위원

지난 6일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박근혜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 원을 판결했다. 재판 뒤 여야정당과 언론들은 일제히 ‘역사의 심판’, ‘국민의 심판’이며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했다. 오로지 자유당과 조선일보만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논평을 내놓았다.

“오늘 재판부의 판결내용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재판 과정을 스포츠 중계하듯 생중계한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다. 오늘 이 순간을 가장 간담서늘하게 봐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자유당의 대변인 논평)

“문 대통령 '박근혜 징역 24년' 보고 어떤 생각 했나”라는 제목의 7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한 발 더 나갔다.

“검찰은 대통령 재직 중엔 그의 충견(忠犬)이 돼 신임을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절대적 권력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대통령이 퇴임하면 새 대통령을 위해 전 대통령을 물어뜯는다. 노무현·이명박의 악연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문제의 주범은 사실상 '검찰'이다. … 한 정권에 종사했던 사람들과 주변 인물들을 이처럼 싹쓸이식으로 수사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 것이다. 조선시대 사화(士禍)가 떠오른다는 국민이 적지 않을 지경이다.”

현 정권의 정치보복 의도에 맞춘 표적수사라는 것이 둘의 주장 밑바탕에 깔려있는 기본전제다. 검찰을 현재 권력을 위해 이전 권력을 물어뜯는 충견에 비유하기도 했다. 지난 9년간의 검찰 행태를 근거로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있을 당시 시작된 수사까지 깎아 내린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비선실세의 행적이 jtbc와 TV조선 등 언론에 꼬리를 잡히면서 시작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역시 다스 소송 피해자들의 고소로 물꼬가 터진 것이다.

조선일보와 자유당(당시 한나라당, 혹은 새누리당)은 지난 9년 간 검찰을 권력의 사냥개나 충견으로 비판·견제해 본 적이 있는가? 문재인 정권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영 논리’의 기준으로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아닌가? 당일자의 다른 조선일보 사설이 이런 의문을 들게 한다.

“이희호 경호, 양승동 임명, 지지율 높은 정권의 일방독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해괴한 논리로 문재인 대통령의 KBS 사장 임명에 공연한 트집을 잡고 있다.

“문 대통령은 6일 양승동씨를 KBS 사장에 임명했다. 양씨는 KBS 사장 후보 면접 때 세월호 리본을 달고 나와 '적폐 청산'을 외쳤는데, 그 후 국회 청문회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노래방에서 법인카드를 쓴 사실이 드러났다. … 이날 발표된 어느 여론조사의 문 대통령 지지도는 74%였다고 한다. 그러니 다들 입 다물라는 뜻인지 정권의 독주가 어디까지 갈지 모를 지경이다.”

지지율이 높다고 일방적으로 독주하지 말라는 뜻은 알겠는데 노래방과 KBS 사장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 세월호 사고 당일날 어떤 이유로든 노래방에 갔던 사람은 세월호 리본을 착용하면 안 되며 그런 사람은 KBS 사장이 되면 안 되는 것인가? 양승동이 박근혜 같은 청와대 등의 구조의 책임을 진 고위 공직자였던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이렇게 말이 안 되는 주장을 버젓이 편다는 면에서도 자유당과 조선일보는 한통속이다.

언뜻 보기에 논리적 연관관계가 분명치 않은 이 사안에는 국회의원 박대출(진주시갑) 등 자유당의 악의적인 덫이 깔려 있었다. 일종의 함정수사에 비교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의 묘연한 행적 7시간’으로 궁지에 몰린 자유당(당시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폄하하고 비틀면서 (유)가족과 국민을 안타깝고 피멍이 들게 했는지는 모두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교통사고의 일종일 뿐이다’, ‘유족들이 과다한 보상금을 요구한다’, ‘사망자에 대한 국가 추념일 지정, 추모공원지정, 사망자 전원 의사자 처리, 단원고 피해학생전원 대입특례전형, 수업료 경감 등등을 유가족이 요구한다’는 등 악선전으로 유족들을 파렴치한으로 몰아갔다. 이랬던 자유당이 KBS 사장 후보자 양승동이 당일 노래방에 간 사실을 KBS의 내부정보원을 통해 알아내고는 양승동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외면한 냉혈한 혹은 파렴치범으로 보이게 만들려고 몰아붙인 것이다.

자유당은 지난 달 28일 홍지만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이 업무를 잘못했다고 탓했으면 됐지 7시간 난리굿을 벌일 일이 아니었다. 난리굿을 한 야당, 시민단체, 좌파언론, 촛불시민은 석고대죄하라.”고 발표한 뒤, 뒤늦게 실언을 깨닫고 취소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자유당 지지율 하락에는 보수당 대표의 품격이나 자질과는 담을 쌓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과 비민주적 행태에 대한 여론의 반감도 큰 요인을 차지한다. 홍준표는 “향단이, 바퀴벌레, 암덩어리, 영감탱이는 막말이 아니라 우리가 통상 쓰는 서민적 용어”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대한민국 서민의 수준을 얕잡아보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

홍준표의 글 곳곳에 나타나는 ‘촛불’, ‘좌파’에 대한 인식은 비판의 수준을 넘어 증오에 가깝다. ‘촛불집회’를 시민들의 주체적, 자발적 저항이 아닌 좌파세력의 선동에 의한 대규모 군중집회라고 규정하고 있다.

“2008. 봄 압도적 표차로 정권을 잡고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양보한 것을 구실로 한미 FTA를 반대하면서 광우병 괴담으로 좌파들은 광화문에서 촛불로 온 나라를 뒤흔들었습니다. MB 정권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아침이슬 운운하면서 허위와 거짓에 굴복하는 바람에 집권기간 내내 흔들렸습니다.”

“뒤이어 집권한 박근혜 정권도 100프로 국민통합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로 좌파 눈치보기에 급급하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광화문에서 좌파들의 주도로 촛불을 든 세력들에 의해 탄핵되고 감옥 갔습니다.”

주목할 것은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적’이라고 명시했다는 점이다.

“오늘 MB도 기소된다고 합니다. 10년 전 경선때 앙금을 극복 하지 못하고 서로 집권기간 내내 반목하다가 공동의 적에게 똑같이 당한 것입니다. 적은 밖에 있는데 아군끼리 총질하고 싸우다가 똑같이 당한 것입니다.”

홍준표는 이명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좌파의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촛불시민들은 자유당에게는 ‘적’인 것이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이명박근혜 정권 몰락의 책임을 촛불시민에게 전가시키고, 박근혜 탄핵과 이명박의 구속 수사에 찬성하는 절대다수 시민들을 적으로 규정한 제 1야당 대표의 황당한 인식을 어찌할 것인가.

한국헌정사 최초로 탄핵당한 대통령 박근혜를 낳은 당, 또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대통령이 됐다’는 희대의 사기꾼을 배출한 당이 자유당이다. 그런 자유당 대표나 대변인의 막말과 망나니 행태를 보면 이들이 유권자와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알 수 있다. 한반도 동남부, 그 중에서도 특히 TK(대구·경북) 지역의 몰표로 유지되어 온 케케묵은 냉전적 사고방식에 절어있으며, 감히 시민들을 ‘적’이라고 표현하는 무례한 정치세력을 어찌할 것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야말로 각성한 시민들의 냉정하고도 철저한 심판이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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