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후배가 페이스북에서 '진주냉면' 이야기를 꺼냈다. 관심 있는 주제라 지나간 다큐멘터리 와 음식 관련 책, 면과 냉면에 관한 글들을 찾아봤다. 그러던 중 진주에 '논개시장'이라는 데가 있는데 거기에 '누들로드'라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진주니까 가능한 일이다. 물론 가보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국수나 냉면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의 사전적 의미는 밀가루나 메밀가루 등을 반죽하여 얇게 밀어서 가늘게 썰거나 국수틀로 가늘게 뺀 것 또는 이것으로 만든 음식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밀가루가 흔했기 때문에 '면'하면 당
* 이글은 철저하게 학교내신을 포함한 입시영어에 초점을 맞춘 내용으로 입시제도, 한국의 교육 시스템 나아가 교육가치 전반에 관한 관점이 아님을 밝혀둔다. 우리 아이들의 영어공부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이루어지지만 최종목적지(finish-line)는 동일하다. 고등학교 영어 1등급. 고등학교 첫 시험, 고1 모의고사에서 70점(3등급) 이상이 몇 명인지 알고 있을까? 한 반에 평균 3~4명이다. 그리고 절반이상은 50점 이하이다.요즘 어릴 때부터 영어공부를 하지 않는 친구는 없다. 초등학교부터(빠르면 영어유치원부터) 1
1편에서 밝혔듯이 일본인의 진주 정착은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1904년 러일전쟁 개전까지 미약하게 증가하던 일본인의 진주 이주는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면서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1910년 한일병합 이후에는 이주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1913년 무렵 2,300여 명의 일본인이 진주에 거주하게 되었다. 1910년 무렵 진주 중심지에 해당하는 진주면의 인구가 1만 명 정도였음을 감안한다면, 무려 진주면 인구의 1/4 정도가 일본인으로 채워졌던 것이다. 이는 경성, 부산, 대구를 비롯해 1914년 부(府)로
가을비 후렴 / 조은길 손마디가 해삼 토막 같은 여자 자식들 몰래 술을 배웠지만남자 앞에서는 수줍어서 고개도 못 드는 여자 가을비에 뜸해진 손님 핑계로안주도 없는 소주 한 병을 다 비우더니삼십 년 과부 신세 후렴이 시작되는가 했는데 나는 요새 그기 하고 싶어 죽것다야기어이 19금 폭탄을 터뜨리고 만다 폭탄 맞아 우르르 그녀 쪽으로 쏠려버린상설시장 노점 골목더 센 폭탄을 예상한 단골 여자들이물 만난 고기처럼 그녀를 에워싸고그녀의 조개는 까기도 전에 동이 나버리고가난보다 더 가난했던 그녀의 아랫도리는이슬 머금은 꽃잎처럼 촉촉이 벙그는데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정점에 서 있었던 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 『고리오 영감(Le Père Goriot)』에는 요즘 흔히 회자되는 ‘수저론’의 시초가 등장한다. 고리오 영감 외에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 라스치냐크는(요즘으로 말하자면 흙수저이거나 아예 거기에 끼지도 못하는 신분의 청년) 성공을 위해 파리에서 혼신을 다해 공부하고 노력한다. 이것을 본 고리오 영감은 그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죽기 살기로 일해서 버는 노동 소득보다 자산 소득으로 먹고사는 것이 훨씬 풍족하다.”대한민국의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는 자본이 거의
진주시 시내버스 개혁 범시민대책위원회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내버스 업체 부일교통이 노동자의 인건비를 착복하였는데도 진주시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주시 ‘2019년 시내버스업체 회계 및 경영·서비스평가 용역보고서'에 의하면, 부일교통은 진주시가 운전기사들의 임금으로 쓰라고 준 48억 4475만원의 74%인 36억 237만원만 쓰고 12억 4237만원을 남겼고, 그것이 고스란히 이윤이 되었다는 것이다. 부일교통 운전기사의 39.8%가 비정규직(신규계약직과 촉탁계약직)인데 비정규직은 상여금과 퇴직금 등의 불이
이 봄, 몇 가구 안 사는 우리 마을에 건설의 소리가 끊이지를 않습니다. ‘집을 수리한다’ ‘터를 새로 다진다’ 하여 중장비들이 분주합니다. 노랫말처럼 멀리 사람 듣기 좋고 곁의 사람 보기가 좋지요. 마을에 새로이 이사오는 이들이 있다는 것. 그것도 한결 젊은 층이 오게 된다는 것은 마을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므로 복된 일입니다. 특히 우리 마을처럼 작고도 오래된 마을은 두말할 것도 없지요. 한동안 나가는 사람은 있어도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는데, 반대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뜨문뜨문 있습니다. 어라 그런데 단독 귀촌? 그렇습니다. 퇴직
형사사건에서 대부분의 피고인(범인)은 반성문을 제출한다. 판사가 유죄로 인정하는 경우,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지 여부도 형을 정할 때 고려의 한 사유이다. 보통 법정 최후진술에서 피고인은 반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선처를 받기 위해 반성하고 있다는 사정을 강조할 필요가 있고, 또 재판에서 구두로 하는 것보다 가급적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반성문을 작성하는 요령이나 몇 번 정도 제출하는 것이 좋은지는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사건도 다르고, 개인의 사정도 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
Music “쌀,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김백근이라는 사람이 있다. ’노래하는 농부’라 불리는 그는 밴드 ‘이방인(Foreigner)’에서 활동하며 서울 생활을 거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어머니, 아내와 함께 30년 넘게 쌀농사를 지었다.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1만 8천 평 논과 4천여 평 밭을 직접 경작하는 그는 ‘백작수수쌀’을 개발한 육종가이기도 하다. 김백근의 집안은 300여 년간 8대가 경기도 광명시 가락골에 터를 잡아왔다.광명시에선 해마다 ‘논두렁 음악회’가 열린다. 가족들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의 끈을 놓지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 이르기까지 모 종편에서 방송한 싱어게인이란 프로가 인기리에 종영되었다. 프로그램은 데뷔앨범이나 몇 개의 앨범을 내고도 주목받지 못한 무명가수들을 대중에게 소개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대신 오디션 형식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감춘 채, 번호로 불리며 심사위원과 카메라 앞에 서야했다.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르게 우선 따뜻한 시선이 녹아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차별점이었다. 길든, 짧든 무명생활이 주는 박탈감과 생활적 스산함이야 쉬 상상해 볼 수 있는 노릇이었다. 거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 연예계라는 곳도 기
우리 역사에서 전통사회와 근대를 나누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역사학계에서는 1876년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강화도조약)’를 근대의 출발점으로 보는데 큰 이견이 없다. ‘조일수호조규’에 따라 1876년 처음으로 부산항이 개항되고 1879년 원산, 1880년 인천이 개항됐다. 이에 따라 조선의 급속한 근대화도 진행됐다. 주지하듯 개항장을 중심으로 근대적인 변화를 주도한 세력은 우리가 아닌 일본, 미국, 러시아 등 외부인들이었다.그렇다면 진주는 언제부터, 어떤 세력에 의해 전통도시에서 근대적 상업도시로의 변화 과정을 거쳤을까? 크게
입춘도 지나고 여기저기서 꽃 소식이 들리는 2월이다.흔히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하면 거창한 작곡가들의 곡을 떠올린다. 얼마 전 서울발(發) 음악회 글을 보고 오랜만에 중국 작곡가 첸 강, 허 잔하오의 바이올린 협주곡 Butterfly Lovers 음반을 꺼냈다.Butterfly Lovers는 중국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이다. 위키백과의 설명을 따르면 “세도가의 천방지축인 축영대(祝英台)를 시집보내기 위해 그녀의 부모는 남자만 학생으로 받는 서원에 축영대를 남자로 변장시켜 입학시킨다. 축영대는 그 곳에서 운명적으로 양산백(梁山伯)을 만나
“아버지. 다음 주 월요일엔 절대로 술을 마시면 안 돼요. 알았죠.” “아, 알았어. 그래 알았다고.” 며칠 전부터 보름이는 나만 보면 다음 주 월요일 술 마시지 말라는 다짐을 받고 있었다. 화요일에 보험회사에서 간호사가 건강검진을 나온다는 거였다. 건강검진이래야 심전도검사와 혈압검사에 소변과 혈액을 채취하는 게 전부일 거라 했다. 주사공포증이 있어서 혈액채취라는 말에 마음이 찜찜했다.“아버지. 아버지가 건강하시지만 그래도 연세가 있으시니 실손보험이라도 하나 들어야지 않을까 해서요.” 며칠 전부터 보름이와 아내가 상의를 했다면서 보
진주는 통일신라시대 이후 오랜 기간 영남지역의 거점도시로 기능했다. 그렇기에 영남의 중심이었던 진주 역사는 진주지역과 영남은 물론, 다양한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진주의 근대사는 조선시대 병영이 있던 진주성과 관아가 있던 대사지 북쪽지대(현재의 계동, 평안동, 중안동, 대안동)를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아쉽게도 지난 100여년 옛 모습은 대부분 사라졌다. 남은 기록도 적어 진주의 근대사를 소상히 알기는 어려운 실정이다.그럼에도 우리가 우리 고장의 역사를 아는 것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의 과거가 현재를 만들었고,
도교육청에서 공문이 왔다. 제목은 '2021. 함께 만들어가는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에 관한 공문'이다. ‘민주적’ 학교 문화는 무엇에서 출발하는지 생각해 본다. 초중등 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 ①항에 “교장은 교무를 통할(統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 · 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는 규정이 있다. ‘통할’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통할’이란 ‘모두 거느려 다스린다’는 뜻이다. ‘거느린다’는 말은 ‘부양해야 할 손아랫사람을 데리고 있다.’ 혹은 ‘부하나 군대 따위를 통솔하여 이끌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결코 민주적
방학식이 있는 날, 큰아이는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기침을 심하게 하며 목이 갑갑하다고 울어댔다. 대충 하던 일을 수습하고 부랴부랴 동네병원으로 향했다. 짧은 거리에 별의별 생각을 다 한다. 물론 코로나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지만 진짜 걱정은 코로나의 병증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아이가 당할 육체의 고통보다는 코로나 확진자에게 따라붙게 될 신상털이와 터부시가 더 걱정스러웠던 탓이다.사실 병이야 적절히 치료만 한다면 확률로 볼 때 크게 우려할 것이 없다. 그러나 확진자에게 가해지는 신상털이와 집단 따돌림은 아이나 우리 가족에게 오래고 오래
실업의 계절 / 천지경 한결같이 몸이 비틀리고 뭉개져재떨이에 던져진 담배꽁초책상 아래 추락한 빈 담뱃갑은온몸이 구겨져 나뒹굴고빈 가슴 더 허하게 하는컴퓨터 속 바둑판 돌 얹히는 소리입만 열면 가계비용 나열하던 아내일주일째 침묵하고 있다저 혼자 침울한 담배 연기갈 데 없는 방귀 냄새 역겨운 창밖엔입 하나 없는 나목만이시퍼렇게 눈 뜬 하늘 아래하릴없이 서 있을 뿐이다 의아한 듯 아비를 바라보는 여린 눈망울들등짝을 후려치는 눈을 피해 도망친 거리바삐 오가는 사람들 열기가 닿아도더 시려만 오는 어깨노숙자들 모여드는 역 광장 전광판남쪽 어느
올 겨울은 제법 춥습니다. 거의 재난 수준입니다. 남쪽 지역은 어북 따뜻해서 한겨울에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주택설비나 시설들의 배관장치가 영하 5~6도를 견뎌낼 정도로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영하 10도를 밑돌게 되니까 축사로 가는 관도 얼고, 지하수를 퍼 올리는 관도 얼고, 상수도도 얼고, 화장실도 얼고, 실내에 있는 세탁기도 얼어서 일상생활이 안 될 지경이었습니다.마을 상수도도 수원지 계곡물이 얼어붙어서 일체 물을 먹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몇 년 전, 인근 지자체의 상수도를
학교 교육이 산업 역군을 길러 내는 것을 목표로 하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바로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가 가속화되던 7~80년대의 이야기다. 제조업 중심의 숙련 노동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그 시절, 학교는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숙련된 산업 역군을 양산했다. 그것이 국가 교육 목표이기도 했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와도 연결되었기에 학교는 그러한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다.문제는 현재의 학교 교육과정에도 이 시기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현행 2015 교육과정의 핵심 내용은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 융합형 인재’를 키워내는 것
동종 영업을 하는 두 업체 A, B 가 있다. B는 A의 위반 사실을 알아내기 위하여 A 영업장 내부를 몰래 촬영할 수 있는 CCTV를 설치하였다. A는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고소 및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B가 일부 금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평소 A, B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A와 B간의 분쟁에 대하여 알고 있어 판결을 받자 A는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하여 자신의 SNS에 B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 내용을 게시하였다. A에 대하여 명예훼손죄가 성립할까? 과연 A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것이 법 감정에 반하는 면은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