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까지 영어공부 시키지 마라”

* 이글은 철저하게 학교내신을 포함한 입시영어에 초점을 맞춘 내용으로 입시제도, 한국의 교육 시스템 나아가 교육가치 전반에 관한 관점이 아님을 밝혀둔다.

우리 아이들의 영어공부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이루어지지만 최종목적지(finish-line)는 동일하다. 고등학교 영어 1등급. 고등학교 첫 시험, 1 모의고사에서 70(3등급) 이상이 몇 명인지 알고 있을까? 한 반에 평균 3~4명이다. 그리고 절반이상은 50점 이하이다.

요즘 어릴 때부터 영어공부를 하지 않는 친구는 없다. 초등학교부터(빠르면 영어유치원부터) 10년 이상 투자한 시간과 돈이 얼마인데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40점을 받는단 말인가. 중학교까지는 그나마 주어진 시험범위에 맞춰 열심히 암기하면 어느 정도 고득점(80~90)을 받을 수 있었지만 범위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 고등학교 첫 모의고사는 그동안 해온 영어공부의 민낯을 드러낸다.

온 나라가 어릴 때부터 영어공부에 목을 매는데 대학진학을 앞둔 고등학교에서 왜 좋은 점수를 받는 아이들은 극소수일까. 나는 그것의 가장 큰 원인이 엄마의 조급함과 그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교육업체에 있음을 확인한다. 아이들은 농담조로 엄마가 모임만 갔다 오면 영어 레벨이 한 단계씩 올라간다고 말한다.

주위의 엄마들이 우리 아이는 몇 학년 과정을 하고 있고 요즘은 그것도 부족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면, 불안하고 흔들리지 않을 엄마가 얼마나 되겠는가. 상담을 해보면 흔히 우리 아이는 지금 어느 수준의 과정을 끝냈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많다. 초등학교 5학년인데 중학교 몇 학년을 끝냈다는 둥, 중학교 2학년인데 고등학교 과정을 하고 있다는 둥.

하지만 막상수업을 해보면 십중팔구는 자기학년 수준의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해도 못하는 내용을 계속해서 듣고 배워야하니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아침 먹은 것도 소화되지 않았는데 계속 간식과 점심을 억지로 먹이는 경우이리라.

서승덕(두달영문법학원장)
서승덕(두달영문법학원장)

초등학교 때 공부방법의 선택은 오롯이 엄마들의 몫이다. 엄마들이 현재 우리아이의 영어공부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초등학교 때는 회화위주의 표현영어에 치중하면서 기초문법은 암기형태의 반복에 의존한다. 이해에 바탕을 두지 않는 암기식 영어공부는 아이들에게 영어는 힘들고 재미없다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중학교에 진학해서 본격적으로 입시위주의 영어공부를 하려고 하니 자신은 많이 배워서 안다고 생각하며 학교든 학원이든 수업시간에 귀담아 듣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리고 만다. 용어에 대한 익숙함을 두고 스스로는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때는 이미 초등학교 때 투자한 회화, 표현영어는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그것이 아이들에게 영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폐해가 돼 있다. 이렇게 영어를 싫어하도록 강요받은 아이들은 결코 좋은 결과를 낼 수없다.

조기 영어 교육의 바탕을 제공한 건 영어는 어릴 때 할수록 효과가 뚜렷하며 일정시기를 놓치면 따라잡기 힘들다는 ''결정적 시기(critical-period) 이론''이다. 하지만 이 이론은 미국, 영국 등 영어권 국가의 이민자를 상대로 연구한 것으로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적용할 수 없다. 비영어권 아이들에게 영어학습의 결정적 시기는 만 12~13(1~2학년) 라는 것이 이미 밝혀지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 선행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영어공부의 흥미를 유지하는 길이요. 또한 좋은 성적을 내는 방법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엄마들의 교육에 관한 자존감이다. 그 누구의 말이나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나는 우리 아이 영어공부를 어떻게 시키겠다는 기준과 신념이 있어야한다.

공자가 말했다.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간다. 조랑말도 열흘이면 천리를 간다. 중요한 건 어디를 가느냐이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