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의 계절 / 천지경

 

한결같이 몸이 비틀리고 뭉개져

재떨이에 던져진 담배꽁초

책상 아래 추락한 빈 담뱃갑은

온몸이 구겨져 나뒹굴고

빈 가슴 더 허하게 하는

컴퓨터 속 바둑판 돌 얹히는 소리

입만 열면 가계비용 나열하던 아내

일주일째 침묵하고 있다

저 혼자 침울한 담배 연기

갈 데 없는 방귀 냄새 역겨운 창밖엔

입 하나 없는 나목만이

시퍼렇게 눈 뜬 하늘 아래

하릴없이 서 있을 뿐이다

의아한 듯 아비를 바라보는 여린 눈망울들

등짝을 후려치는 눈을 피해 도망친 거리

바삐 오가는 사람들 열기가 닿아도

더 시려만 오는 어깨

노숙자들 모여드는 역 광장 전광판

남쪽 어느 지방의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한다

 

내 실업의 봄은 어디쯤 왔을까?

 

천지경 시인
천지경 시인

***** 코로나가 창궐하는 요즘,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말할 수 없고 실업자도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실직한 가장들의 어깨는 한없이 무겁고 우울할 것이라 여겨진다. 추위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다. 코로나도 함께 누그러져서 경제가 확 풀렸으면 좋겠다. 아름답고 희망찬 봄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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