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시내버스 개혁 범시민대책위원회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내버스 업체 부일교통이 노동자의 인건비를 착복하였는데도 진주시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주시 ‘2019년 시내버스업체 회계 및 경영·서비스평가 용역보고서'에 의하면, 부일교통은 진주시가 운전기사들의 임금으로 쓰라고 준 484475만원의 74%36237만원만 쓰고 124237만원을 남겼고, 그것이 고스란히 이윤이 되었다는 것이다. 부일교통 운전기사의 39.8%가 비정규직(신규계약직과 촉탁계약직)인데 비정규직은 상여금과 퇴직금 등의 불이익 때문에 정규직보다 평균 연봉1000만 원 정도를 덜 받는다는 것이다.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

시민대책위는 부일교통은 부당수익을 운전기사들에게 돌려주고, 진주시는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책정된 금액이 제대로 사용되도록 감독하고, 재정지원 투명성 확보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진주시는 반박자료에서 재정지원금 관련 조례를 시행 중에 있으므로 조례 제정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사전총액표준운송원가제도는 정해진 지원금 총량 내에서 운수업체의 자율경영을 유도하는 제도이고, 경영 서비스 평가를 통하여 업체의 선의의 경쟁을 유발하여 재정지원금 차등 지원을 통하여 관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부일교통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급여를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하였으므로 비정규직 인건비 삭감을 통한 부당 수익 창출이 아니고, 인건비 절감은 경영 효율화 노력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삼성교통과 시민버스는 기존 인원의 초과근무 수당으로 급여 부담이 큰데 비해 부일교통과 부산교통은 기본근무 시간 급여에 인력 추가로 급여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진주시가 모든 시내버스 회사에 동일한 액수의 표준운송원가를 보장함에도 일부 버스회사 노동자가 크게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은 사전(총액)표준운송원가제라는 유별난 제도 때문이다. 진주시의 사전(총액) 표준운송원가제는 서울광역시, 제주 등의 준공영제와 다를 뿐만 아니라 다른 시·군의 사후(실적) 표준운송원가제와도 차이가 있다. 준공영제와 다른 시·군에서는 표준운송원가를 전년도 사용한 원가를 분석하여 매년 용역시행으로 사후에 산정하는데 비해 진주시는 2016년 용역결과에 따라 매년 원가변동률을 적용하여 사전에 산정한다. 준공영제와 다른 시·군에서는 대부분 실적에 기초하여 사용원가를 모두 지원하는데 비해 진주시는 시가 재정여건을 고려하여 총액을 지원하면 업체가 경영효율화를 하는 식이다.

진주시는 업체의 자발적인 경영 및 서비스 개선을 유도한다고 사전(총액)표준운송원가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부일교통의 막대한 흑자는 운전직에게 표준운송원가 이하로 인건비를 지급하여 발생한 것일 뿐이다. 시내버스 운송원가의 80% 이상은 운전직 인건비와 연료비가 차지한다. 경영효율화라고 하지만 비용 절감은 인건비를 덜 주는 것 이외의 방법이 별로 없다.

2019년 시내버스업체 회계 및 경영 서비스 평가 용역보고서를 분석해보자. 표에서와 같이 진주시의 반박과 달리 대당 기사수는 부산교통 2.8명만 높고, 부일교통 2.1명은 삼성교통 1.9, 시민버스 2.3명과 차이가 없다. 1일 실제운전시간도 부산교통과 부일교통이 삼성교통과 시민버스보다 길다. 그러나 부일교통의 운전직 순급여는 다른 회사에 비해 크게 낮다. 시간당 순급여는 삼성교통 25,193, 시민버스 26,305원에 비해 부산교통 21.349, 부일교통 16,913원으로 적다. 월간 순급여도 삼성교통 410만원, 시민버스 396만원에 비해 부산교통 302만원, 부일교통 312만원에 불과하다. 부일교통 운전직의 연간 순급여는 3738만원으로 삼성교통 4925만원과 시민버스 4749만원에 비해 1000만원 이상 적다. 이에 따라 버스 1대당 1일 운전직 인건비가 다른 업체는 28만원 내지 30만원인데 부일교통은 약 21만원에 불과하다. 부일교통은 하루 1대당 표준 운전직 인건비 약 27만원과의 차액 6만원을 이익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러한 과도하게 낮은 인건비 지급이 과연 경영효율화라고 할 수 있는가.

 

표에서 보듯이 부산교통의 경우도 운전직 순급여가 부일교통에 못지 않게 삼성교통과 시민버스에 비해 크게 낮지만 대당 기사수가 2.8명으로 삼성교통 1.9명과 시민버스 2.3명에 비해 상당히 많다. 이에 따라 운전직 전체의 순급여 총액이 늘어나서 대당 1일 실적 운전직 인건비가 28만원으로 표준 인건비 27만원보다 많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부산교통의 운행버스 대당 기사수가 과연 2.8명이나 되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2019년 시내버스 업체 회계 및 경영 서비스 평가 용역을 수행한 다음회계법인은 부산교통에 대한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로 평가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부산교통은 진주 시내버스, 통영시내버스, 시외버스의 사업부로 구성되어 있고, 회사의 재무상태표는 회사의 모든 사업부 실적이 포함된 통합재무상태표로 작성되어 있으며, 손익계산서 항목 중 매출액, 보조금 수입, 인건비(임원 급여 제외), 유류비, 감가상각비, 인차료 항목은 진주시내버스 사업부의 실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기타 항목은 전제 사업부의 실적을 사업부별 인건비 또는 매출액 기준으로 안분한 금액으로 작성되어 있음. 진주시내버스 사업부에 대한 별도재무상태표와 일부 손익계산서 항목에 대하여 진주시내버스 사업부로 별도 구분된 실적을 제공받지 못하였으며, 이에 따라 진주시내버스 사업부의 20191231일과 20181231일 현재의 재무상태표와 동일로 종료되는 양 보고기간의 손익계산서 및 자본변동표에 관하여 수정이 필요한 사항이 발견되었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없었음.

요컨대 부산교통의 진주 시내버스 사업부 회계가 시외버스나 통영 시내버스와 분리되어 있지 않아 진주 시내버스 운영의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회계법인은 사전(총액) 표준운송원가 및 실적운송원가 비교에서 사전(총액)표준운송원가의 목적에 적합한 재무제표 작성 및 실적운송원가의 회사간 비교가능성을 제고시키기 위하여, 부산교통은 진주시내버스 사업분야에 대해 별도의 제무제표 작성이 필요하며, 향후 진주시내버스 표준회계처리기준을 도입하여 각 운수업체의 운송원가 지출 내역을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개선하여야 함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부일교통과 부산교통이 운전직에게 진주시가 책정한 표준 인건비보다 터무니없이 적은 순급여를 지급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주시는 하루 속히 사후(실적)표준운송원가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준공영제를 도입해 서울시처럼 시내버스 표준원가에 따른 운송비용 정산지침에 따라 매일 정산하고 이를 기초로 표준운송운가를 산정해야 할 것이다. 사후(실적)표준운송원가제로 전환하면서 업체 간 운전직의 근무여건 차이를 줄이기 위해 부일교통과 부산교통의 격일제 근무를 12교대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격일제 근무는 장시간 노동으로 피로와 졸음운전을 유발해 버스의 안전운행과 시민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다른 시·군에서도 시내버스 운전직의 격일제 근무에서 12교대제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2020. 3. 8)에 실린 같은 제목의 칼럼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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