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기획-3부] 세계 ‘최대’급 진주 공룡 화석, 보호·전시 시설은 세계 ‘최악’

다른 지역에 이관되거나 도굴당해, 익룡 전시관은 완공 됐지만 개관 못해 이은상 기자l승인2019.05.02l수정2019.05.0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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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진주가 세계최대 공룡화석산지?”

“경남 진주가 세계최대 공룡화석산지라고요?” 진주에는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를 포함해 ‘라거슈타테’로 인정받고 있는 화석산지 2곳과 ‘세계최대’ 익룡 발자국 화석산지, ‘국내최대’ 공룡 뼈 화석산지가 있지만 진주시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공룡기획-2부] “진주전역은 백악기 공룡들의 놀이터”

이 같은 현상은 진주시가 그간 이들 화석산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홍보에도 소홀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부 화석산지의 화석은 지금도 훼손되고 있으며, 발굴된 화석 가운데 일부는 보관 장소 부족으로 타 지역에 유출된 상황이다.

 

▲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정촌 화석산지가 뿌리산단 조성공사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정촌 화석산지는 현장보존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 유수리 화석지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공룡 뼈 화석이 나왔지만 타지로 유출돼 진주시민들이 볼 수 있는 화석은 남아있지 않다. 혁신도시 화석산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익룡 발자국이 발견돼 이곳에 전시관을 지었지만 1년 이상 개관을 못하고 있다. 가진리 화석산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새발자국 화석이 발견됐지만 이를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단디뉴스>는 진주 공룡화석산지의 가치를 다룬 1·2부에이어, 3부에서는 사라지고 있는 진주 공룡화석산지 보존 실태를 다룬다.

 

■ 정촌 육식공룡발자국 화석산지(천연기념물 미 지정, 지질유산 관리Ⅰ등급, 백악기 진주층)

 

-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어떻게 발견됐나?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정촌 뿌리산단 조성부지에서 지난 2017년 4월, 대형 초식공룡 보행렬 10개가 발견된 것이 정촌 공룡화석산지의 시초다. 이후 화석산지 주변 깨진 돌에서 피부자국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소형육식공룡 발바닥 화석이 세계최초로 발견돼 이목이 집중됐다. 한 달 뒤 현장에서 공개설명회가 개최되면서 학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고, 지난해 9월 문화재청도 연구팀이 발굴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 “정촌 화석산지 현지보존 여부는 아직 불투명”

 

▲ 세계 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를 현지보존하기 위해 20여개 시민단체가 모여 공룡화석 보존 시민모임을 결성했다.

문화재청은 애초 연구팀이 발굴조사를 통해 화석을 이전보존토록 조치했지만 공룡발자국 화석이 대규모로 발견되기 시작했다. 8개 지층면 가운데, 3번째 지층면에서만 7714개 육식공룡발자국이 발견된 것. 이에 정촌 화석산지가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로 부각되면서 학계와 시민단체는 “천연기념물 지정으로 화석산지 원형을 보존해야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전보존 조치결정이 나면 남은 화석의 발굴 조사 기간이 짧아 남은 지층면 모두를 발굴하지 못한 채 화석산지가 사라질 수 있고, 화석을 떼어내더라도 보관할 장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뿌리산단 주식회사 측은 “이전보존 조치가 합리적인 방안”이라며 이곳의 출입과 관련정보를 통제하며 맞서고 있다. 화석산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공사 진행에 차질이 발생하고, 보존조치에 따른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뿌리산단 주식회사 박원석 본부장은 “현지보존 시, 토지비 140억 원과 건축물 설치비용 160억 원 등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사업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모든 비용을 국가 또는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문화재청에 건의 하겠다”고 밝혔다.

 

▲ 좌(뿌리산단 내 공룡화석산지), 우(뿌리산단 내 배치도)

문화재 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 보존을 위한 시설물을 설치하는 경우, 문화재청이 지정한 관리단체가 필요한 경비를 부담하도록 되어있다. 또한 지자체는 문화재 보호 등에 필요한 경비를 부담하거나 보조할 수 있으며, 국가는 문화재를 관리할 때 필요한 경비를 보조금으로 관리단체에게 지급할 수 있게 되어있다. 즉 지자체인 진주시가 화석산지 관리주체가 되어 국가 보조금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촌화석산지의 현장보존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문화재청은 지난달 4일, 전문가 검토회의를 열었지만 문화재위원의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는 현지보존결정에 긍정적인가 하면 일부는 부정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문화재청 평가회의로 이관, 5월 중 회의를 거쳐 보존방법이 제시되면 문화재 위원의 심의를 거쳐 오는 6월말 쯤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 “현지보존결정 문제를 두고, 진주시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

 

▲ 뿌리산단 조성공사로 인해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지층이 균열되고 있지만 진주시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관건은 진주시의 태도다. 현지보존 결정에 지자체 의견 개진 또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뿌리산단 주식회사의 4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진주시는 “문화재청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이 문제 결정을 두고 일부 문화재 위원뿐 아니라 진주시가 시민 공청회 등을 열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정촌화석산지 현지보존시, 보존과학 연구의 대표적 성공사례 될 것"

정촌 화석산지를 직접 방문한 한국현장과학교육학회장 박정웅 숭문고등학교 교사는 “이곳에서 발견된 화석은 세계최고 수준의 밀집도 뿐 아니라 다양성과 보존상태도 뛰어나 학술적인 의미가 크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화석이 발견될지 모르기 때문에 충분한 발굴조사 기간이 필요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촌 화석산지가 원형 그대로 보존돼 ‘보존과학’연구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 유수리 백악기 화석지(천연기념물 제390호, 지질유산 관리 Ⅰ등급, 백악기 하산동층)

 

▲ 세계급 보호대상인 유수리 화석지가 관리소홀로 방치돼 있다.

- “국내최고 화석지서 발견된 수많은 화석은 지금 진주에 남아있지 않다”

유수리 화석지는 다양한 생물화석이 분포해있어 ‘백악기 다양한 생태를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진주에서 이들 화석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곳에서 발견된 화석 대부분은 외부로 유출돼 있고, 남아있는 화석도 훼손정도가 심각하다. 이곳에서 발견된 화석은 무단 채집 등으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며, 일부 화석은 타 지역 연구실 등에 보관되어있다.

유수리 화석지는 지난 1997년, 천연기념물 지정 이후 관리소홀로 방치되고 있다. 관리주체인 진주시는 이곳에 표지판 3개와 CCTV 4대를 설치했지만 곳곳에 도굴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또한 하절기 남강댐 방류와 동절기 유수로 인한 해빙 등으로 지금도 새롭게 발견되거나 소실되는 화석이 많지만 이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석지가 넓은 하천지역(길이 2㎞, 폭 150m)에 걸쳐있고, 유수가 흐르고 있어 화석보존을 위한 시설물 설치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 유수리 화석산지에는 표지판 3개와 CCTV 4대가 설치돼 있지만 화석의 무단 채집을 막기 힘들어 보인다. 좌(표지판), 우(무단 채집 및 도굴 흔적)

한국지질유산연구소 소장 김경수 진주교대 교수는 “유수리 화석지에서 유실된 화석이 많아 천연기념물 지정이후 거의 방치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진양호 방류로 인해 새로운 화석이 노출 되는 경우 직접 채취해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고, 유수로 인해 소실위험이 있는 화석은 발굴조사 등으로 표본을 채집하는 등 적극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가진리 새 및 공룡발자국 화석지(천연기념물 제395호, 지질유산 관리 Ⅱ등급, 백악기 함안층)

 

▲ 가진리 화석산지에 위치한 경남과학교육원은 화석 현장을 잘 살려 시설물을 설치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국내 최고 화석보존지도 보완점은 존재 한다”

경남과학교육원에 있는 가진리 새 및 공룡발자국 화석지는 현장 원형을 그대로 살려 시설물을 설치, 화석보존이 잘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전문 학예사가 아닌 일선 교사가 6개월 마다 순환근무 방식으로 배치돼 화석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과학교사가 화석 담당업무를 맡지만 관람객에게 고생물학과 지질학 전반에 걸쳐 자세한 설명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화석은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지만 아직까지 암석 강화제 처리 등 화석보존을 위한 조치가 이뤄진 적은 없다. 또한 경남교육원에는 다양한 전시시설이 구비되어있어 교육적 기능은 갖추고 있지만 관광자원으로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혁신도시 익룡·새·공룡발자국 화석산지(천연기념물 제543호, 지질유산 관리 Ⅱ등급, 백악기 진주층)

 

▲ 좌(혁신도시에 있는 익룡전시관), 우(익룡전시관 내부 수장고)

- “진주층에서 발견된 세계최대규모 공룡발자국 화석, 진주에서 볼 수 없다”

혁신도시 익룡·새·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세계최대’ 익룡 발자국 화석산지이다. 이 때문에 ‘라거슈타테’로 불리고 있지만 이들 화석이 보관된 익룡전시관은 아직 개관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전시관은 경남개발공사가 기부채납방식으로 70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해 2월 완공됐다. 하지만 진주시와 경남개발공사가 전시관 운영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 아직 개관되지 못한 상태다.

전시관에는 혁신도시 화석산지에서 발견된 화석을 포함, 정촌 화석산지에서 발견된 화석 일부가 소장돼 있지만 보관 장소가 협소해 화석일부는 타 지역으로 이관되고 있는 실정이다. 발굴팀은 정촌 화석산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않는 경우를 대비, 지층을 잘라 옮기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화석을 떼어내더라도 세계최대 규모의 화석을 보관할 장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논의도 시급한 실정이다.

 

▲ 혁신도시 익룡 전시관 수장고는 보관 장소가 협소해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 일부는 대전 천연기념물센터로 이관됐다.

진주시 관계자는 “전시관 개관을 위해 개발공사와 원만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6월 말 개관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최근 진주시는 공룡화석지를 테마로 활용한 공룡 컨텐츠 사업 분야 예산을 확보했으며, 고생물 전공 전문학예사가 진주에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고 밝혔다.

- “진주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화석은 타지로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진주에는 앞서 언급한 공룡화석산지 4곳 이외에도 △진성면(공룡발자국 화석 30여 점, 공룡피부 인상화석, 새발자국 화석 30여 점, 건열·연흔·우혼 등 특이한 퇴적구조 화석) △사봉면(공룡발자국 화석 130여 개, 퇴적구조 화석) 등 여러 화석산지가 있지만 이곳에서 발견된 화석 표본은 고성 자연사 박물관과 대전 천연기념물 박물관 등으로 이관됐다. 현재 진주에서 공룡발자국 화석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는 경남과학교육원 밖에 없다. 결국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타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진 셈이다.

- “진주운석, 천연기념물 미지정으로 터마저 사라질 위기... 정촌 공룡화석산지도 전철 밟게 될까?”

 

▲ 좌(지난 2014년 3월, 진주 파프리카 농장에서 발견된 진주운석은 나이가 45억 년으로 태양계 생성 기원을 밝혀줄 열쇠로서 이목이 집중됐다), 우(운석이 발견된 터는 현재 하천 정비 공사로 인해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다), (사진 = 경남도민일보)

앞서 2014년에도 진주 대곡면에 운석이 떨어진 바 있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아 이곳은 현재 보전 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진주에는 그간 관광자원화가 가능한 운석, 공룡 발자국 등이 대거 발견돼 왔지만 진주시가 이들을 관광자원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해 아쉬운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촌에서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가 발견됐지만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이은상 기자  ayo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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