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정촌을 문화와 산단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자”

진주 정촌 뿌리산단 조성부지에서 발견된 5000점 이상 공룡발자국이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다. 문화재청이 이 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현지보존’조치를 내리지 않는다면, 국책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뿌리산단 조성사업이 그대로 완성돼 이곳의 공룡발자국이 결국 파묻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의 수는 5000점 이상이다. 중국에서 발견된 2200점의 발자국이 역대 최대였던 점으로 봤을 때, 이곳의 공룡발자국은 단연 세계최대 규모 밀집지로 그 의의가 크다. 이곳은 공룡뿐만 아니라 백악기의 다양한 생물화석도 속속 발견되고 있어 학계는 물론 세계적인 학술지로 부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공룡화석 세계 최대 밀집지라고 칭하는 ‘라거슈타테’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 이은상 기자

현재는 고성군 덕명리 하이면에 있는 2000여 점의 공룡발자국이 국내 최대 화석지로 기록돼 있다. 고성군은 주변에 공룡박물관을 건립하고, 공룡엑스포를 개최해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문화관광 컨텐츠를 구축했다. 공룡문화재를 보러 고성군을 찾는 관광객 수가 연간 28~35만 명에 이른다. 이미 대한민국 공룡수도는 고성군이라는 공식이 통용돼있다.

진주에는 고성군보다 많은 5000점 이상의 공룡발자국 자원을 지니고 있지만 정작 진주시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진주시는 실적이 저조한 뿌리산단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겠다는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뿌리산단 사업의 공정률은 60%에 달했지만 분양률은 6%에 머물러 있다. 이에 진주시는 지난해부터 업종변경을 통해 분양률을 높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변경 신청서조차 접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뿌리산단 관계자도 공룡발자국 화석의 보존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문화재청에서 현지보존 조치가 아닌 발굴허가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높고, 책임준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뿌리산단 사업을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공룡화석지가 하나의 걸림돌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이곳의 출입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언론이 존재하지만 이곳의 가치를 직접 확인하려는 기자의 출입까지 막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행위는 마치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격이다.

또한 이들은 뿌리산단 사업의 주체이자 동시에 공룡발자국 화석 발굴 조사팀을 고용한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점이 모순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발굴조사팀은 이들에게 고용돼 연구비를 지원받는 위치에 놓여있다. 발굴조사가 충분하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사의 시행자가 경비를 부담하게 돼있다. 일종의 수익자 부담원칙인데, 문화재를 활용하는 것도 개발자의 몫이라는 맥락이다. 이것은 법이 가진 맹점중 하나다. 어떤 방향이 진정으로 수익을 가져올 수 있을지 시행자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했으면 한다.

문화재위원들의 태도도 문제다. 이곳의 문화재적 가치는 인정하면서도 현장보존 조치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문화재위원 중 일부는 이곳의 화석을 현지에서 그대로 보존하지 않고, 떼어내는 ‘이전보존’ 조치를 시사한 바있다. 곧 문화재 위원들이 이곳을 방문해 전문가 검토회의를 거친다. 이곳의 운명은 사실상 이날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곳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화석수가 처음에 1100여 점에서 2000점, 4000점, 5000점 이상으로 순식간에 늘고 있다. 걷어낸 지층의 아랫부분에서 또 화석층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공룡화석이 발견될 지도 모른다. 이에 학계와 시민단체 들은 이곳을 현지보존 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사안을 단지, 진주시·뿌리산단 관계자, 문화재위원 등 소수의 인원 몇 명이 결정해서는 안 된다. 이곳의 공룡발자국 화석 5000점은 누구의 소유가 아닌 전 세계인이 향유해야할 소중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청회를 열어 여론수렴과정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문화재청은 이러한 문화재적 가치와 여론을 수렴해 이곳을 천연문화재로 지정하고, 현장보존 조치를 내려주기 바란다. 또한 진주시와 뿌리산단 관계자는 사업의 원안을 고수하기보다는 공룡화석산지 원형을 살려 진주 정촌을 세계적인 공룡 관광단지로 개발할 수 있도록 사업설계를 변경하길 촉구한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