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피부화석도 나와, 추가 발굴 조사에 무엇이 나올지 아무도 몰라"

최근 진주에 공룡 발자국이 연거푸 발견되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경남(진주) 혁신도시에서는 익룡 발자국 화석 2천여 점이, 진주시 정촌면 뿌리 산단 부지에서는 4천여 점에 달하는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이에 이들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백악기 진주층이 ‘라거슈타테(대규모 화석 발견지)’로 인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혁신도시, 정촌면 뿌리산단 조성부지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을 발굴하는 작업은 김경수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진주교대 과학교육학과 교수)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지난 10여년 간 진주에서 화석 발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단디뉴스>는 27일 김경수 소장의 연구실을 찾았다. 그의 연구실 앞 복도에는 화석이 곳곳에 쌓여 있었다. 그는 현재정촌면 뿌리산단 부지서 화석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소장은 이날 “백악기 진주층이 라거슈타테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고, 만약 라거슈타테로 인정되면 캐나다 버지스 셰일처럼 교과서에도 실리게 될 지 모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전세계에서 라거슈타테로 인정된 곳은 30여 곳 정도이고, 백악기 퇴적층 가운데 라거슈타테로 인정된 곳은 5곳에 불과하다”며 백악기 진주층이 고고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혁신도시와 정촌면 뿌리산단 지역의 화석산지는 각각 익룡 발자국, 육식 공룡 발자국 밀집도가 세계최고 수준이고 보존상태도 좋다”며 “이외에도 다양한 생명체의 화석이 발견돼 진주지역에 다양한 종의 공룡들이 살았던 점을 입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진주에서 발견된 화석산지를 연계해 관광자원화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진주에는 익룡전시관(혁신도시)과 경남과학교육원(진성면)이 있다. 나동면 유수리에는 전시관이 없지만, 이곳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으로 조개 화석이 유명하다. 실체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세 곳에서는 각각 익룡 발자국과 육식공룡 발자국, 새 발자국, 어패류 화석 등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을 연계해 관광자원화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김경수 진주교육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 진주교대 과학교육과 교수)

- 백악기 진주층이 ‘라거슈타테(대규모 화석 발견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라거슈타테로 인정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세계적으로 백악기 발자국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될 거다. 캐나다에 있는 버지스 셰일처럼. 버지스 셰일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위치한 버지스 산에서 발견된 화석산지를 말한다. 이곳에서는 캄브리아기(고생대 최초의 기) 화석들이 발견됐다. 버지스 셰일은 교과서에서도 소개되곤 하는데, 백악기 진주층이 ‘라거슈타테’가 되면 버지스 셰일처럼 교과서에서 소개될 수 있을 정도의 의미를 가지게 될 거다.”

버지스 셰일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위치한 버지스 산에서 발견된 이판암(셰일)을 말한다. 버지스 셰일은 1909년 이곳에서 발견된 캄브리아기 화석들, 혹은 화석이 발견된 지역을 말한다. 1907년부터 1927년까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장을 지낸 찰스 두리틀 월컷은 1910년부터 1925년까지 이곳에서 최소 6만 개에서 8만 개에 이르는 화석을 채취했다.

- 라거슈타테로 인정된 곳이 흔하지 않을 것 같다. 세계에서 라거슈타테로 인정된 곳은 얼마나 되나? 또 백악기 화석산지로 한정하면 몇 곳이 될까?

“전세계에서 라거슈타테로 인정된 곳은 30여곳 정도이다. 백악기 화석 산지 중 라거슈타테로 인정된 곳은 5군데 정도. 대부분의 라거슈타테는 ‘골격화석(뼈 화석)’이 나온 곳이다. 딱 1군데 생물 흔적 화석 산지(무척추 동물 흔적)가 라거슈타테로 인정돼 있다.”

 

▲ 진주시 정촌면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 (사진 =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 진주 혁신도시와 진주 정촌면에서 나온 발자국 화석의 수는 어느 정도인가?

“화석 표본을 말하는 거냐. 진주 혁신도시에서는 익룡 발자국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익룡 발자국만 2천5백개에 달한다. 그 외에도 악어, 새, 포유류, 개구리, 육식공룡, 조강류(두 발로 걷는 초식 공룡) 발자국 등 다양한 생물들의 발자국이 나왔다. 익룡 발자국 수는 세계 최다 수준이다. 다양성 또한 최고다. 다양한 생물들이 중생대 백악기 진주에서 살았음을 엿보게 한다.

정촌면의 경우도 비슷하다. 중소형 육식공룡 발자국이 4천개에 달한다. 세계 최다 수준이다. 육식공룡 발자국 밀집도와 보존 상태도 최고다. 가로 25미터 세로 15미터 구역에서 이 정도로 많은 발자국이 나오는 걸 보고 나도 놀랐다. 대형 용각류(긴 목을 이용해 잎사귀를 따먹는 몸집이 큰 공룡) 발자국, 익룡, 새, 초소형 육식공룡 발자국, 거북 수영 흔적 등도 나왔다. 호수에 가까운 곳이다 보니 어류, 곤충, 민물에 살았던 생물들, 패각류(조개새우) 흔적도 발견됐다.“

 

▲ 진주시 정촌면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사진 =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 정말 많은 숫자다. 이토록 많은 공룡들이 과거 진주에 살 수 있었던 이유가 있을까? 환경적 요소라든지..

“중생대 진주에는 남북방향으로 긴 호수가 있었다. 사천부터 시작해 진주를 거쳐 대구지역에 이르는 좁고 긴 호수. 이 호수는 당시 태평양 판(plate)이 우리나라 쪽에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판이 들어가는 땅 앞 부분은 땅이 당겨지면서 갈라지게 돼 있다. 그러다보니 지대가 낮아지고 물들이 모인다. 그래서 호수가 만들어진 거다. 알다시피 모든 생명체는 물이 있어야 한다. 더구나 중생대는 기온도 높았다. 물도 있고, 기온도 높으니 물고기를 비롯한 여러 민물 생명체가 살게 된 거다. 그러다보니 민물 생명체를 먹는 익룡, 새, 공룡 이런 것들이 모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 정촌 뿌리산단 부지 화석 발굴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발자국 화석 외에 공룡 피부 화석, 공룡 본체 화석 이런 게 발견될 가능성도 있을까?

“정촌에서 공룡 피부 화석이 일부 나왔다. 용각류 공룡의 발바닥 피부 일부분이다. 지문도 남았다, 작은 공룡 발자국 화석 가운데는 발바닥 피부 전체가 찍혀 있는 것도 있었다. 현재 이와 관련된 논문을 학술지에 보내 둔 상태다. 1월달 쯤 논문이 통과될 걸로 예상한다.”

- 진주 혁신도시, 정촌면 뿌리산단 부지에서 대규모 화석이 나왔으니, 이를 관광자원화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방법이 있다면?

“진주에는 익룡 전시관(혁신도시)과 경남과학교육원(진성면)이 있다. 경남과학교육원이 있는 진성면은 세계적인 화석산지이다. 특히 새발자국 화석이 많다. 진성면 부근 화석산지의 새발자국 밀집도가 세계 최다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혁신도시 익룡 전시관에서는 혁신도시서 발견된 익룡 발자국 화석과 정촌에서 발굴 중인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이 전시될 거다. 나동면 유수리의 경우 조개 화석이 유명하고, 실체도 볼 수 있다. 발견지마다 그곳에서 많이 발견된 화석의 종류가 다르다. 각각의 특색을 가지고 있기에 이곳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관광이 된다.”

 

▲ 진주 혁신도시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랩터 공룡 발자국 화석 (사진 =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 혁신도시에는 이색적인 발견이 많았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랩터 공룡 발자국 화석,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생 개구리 발자국 화석, 세계 최초 백악기 뜀걸음형 포유류 발자국 화석, 학계 반응은 어떤가. 학자로서의 감흥은?

“사실 나는 학계에서 약간 이단아다. 연배 많은 사람들은 논문을 중시하는 데 나는 논문보다 화석보존을 1순위에 둔다. 논문보다 화석 보존이 우선이다. 화석을 잘 보존해야 시간이 흘러도 실체가 남는 셈 아닌가. 젊은 사람들은 이 점을 잘 이해하는데, 연배 많은 사람들은 좀 다르다. 좀 걸쩍지근한 반응이랄까. 발굴을 하면서 나도 이렇게 많은 발자국이 나올 줄은 몰랐다. 놀라울 따름이다.”

- 정촌면 뿌리산단 지역은 보존 지구 지정이 안 된 걸로 안다.

"문화재청에서 이미 공문이 왔다. 보존이 아닌 발굴을 하라는 내용이다. 많은 시민들이 보존을 원하지만, 그럴러면 예산이 많이 든다. 보존이 되고 혁신도시 익룡전시관처럼 이곳에도 독자적인 전시관이 건립되면 좋을 것 같은데 안타깝다. 한 곳에 여러 화석을 모아두는 것보다 각각의 특색 있는 전시관을 설립하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거다. 전국 단위로 봐도 그렇다.”

 

▲ 진주 혁신도시서 발견된 뜀걸음형 포유류(코리아살티페스 진주엔시스) 발자국 화석 (사진 =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 정촌면 뿌리산단 부지 발굴 작업은 언제쯤 끝나나?

“5월쯤 현장작업은 끝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2월까지 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는데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더 오래 해야 한다.”

- 5년 정도하면서, 면밀히 발굴해야 하는 거 아닌가?

“마음이야 그러고 싶은데, 그런 선례가 없다. 내년 9월까지 발굴 작업을 하겠다고 해도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이 많을 거다. 중요한 것들만 발굴하고 보존하면 됐지. 왜 무리수를 두냐고. 사람들이 이 작업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또 발굴작업과 관련된 시스템이 잡히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장기간 발굴 작업을 하기 힘들다.”

- 발굴팀은 몇 명인가?

“9명 정도 된다. 현장에서 하는건 주로 저이고(웃음), 그리고 석재 다루는 분도 한 분 계신다. 화석을 자르고 해야 하니까. 내년도에는 외국 사람들도 이곳에 합류할 수 있다. 사진만 보내줘도 많이 놀라더라.”

- 발굴과정에서 행정적 지원이 부족했던 부분은 없나?

“사람이 부족했다. 행정적 과정도 좀 그렇다. 고고학 분야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따르는데, 화석 부분은 정리가 잘 안 돼 있다. 화석 조사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그러면 보통 안 한다. 이 법은 지표조사 하는 방법과 범위, 발굴조사 방법 이런 걸 정리해 둔 거다. 예를 들어 대규모 공사를 하는데 일정 면적 이상이면 공사에 들어가기 전 견적을 내고 문화재 조사를 하게 한다. 화석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그러니 일단 공사를 시작한다. 공사를 하다가 화석이 나오면 공사가 중지되고 조사가 들어간다. 예산도 기존에 짜놓지 않아서 자금을 더 투자해야 한다. 연구자도 구해야 한다. 이 때문에 화석이 나오면 공사가 도중에 중지되고 비용과 시간이 더 든다. 문제가 있다.”

 

▲ 경남(진주) 혁신도시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생' 개구리 발자국 화석 (사진 =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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