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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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다가온 2021년의 끝자락, 초록걸음 길동무들은 올해의 마지막 걸음을 걷기 위해 명석면 오미마을에 모였다. 얼마 전 길이 열린 진양호 자전거길을 따라 청동기박물관을 지나 산청 소남마을까지 약 11Km의 길을 걷기 위해서다. 작년에 이어 올 한 해도 코로나로 위태롭긴 했지만 총 열 차례의 초록걸음이 별 탈 없이 진행되었다. 딱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며 걷는 초록걸음이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싶다.

오미마을에서 진양호 순환도로를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은 차도 옆 호수 쪽으로 데크를 놓아 만들어졌기 때문에 휠체어도 충분히 다닐 수 있는 수평의 길이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고 요즘 유행인 ‘물멍’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리산의 골골 물들이 엄천강, 경호강, 덕천강을 지나 다다른 진양호는 서부경남 주민들의 식수원이다. 부산이나 동부경남 주민들도 탐내는 식수원이라 수시로 식수원 확보 논란이 되풀이되기도 한다.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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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마을에서 청동기문화박물관까지는 대략 8km 정도의 거리인데 걷는 내내 푸른 하늘과 진양호의 푸른 물빛이 어우러져 함께 걷는 길동무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청동기문화박물관을 지난 둑길에서는 눈 덮인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 진양호 또한 지리산의 품 안이라는 게 느껴졌다. 대평 딸기 하우스 단지가 끝날 즈음 진주 대평면과 산청 관지리를 연결한다고 이름 붙여진 대관교를 지나게 된다. 이 대관교에서부터 산청 동의보감촌까지 경호강을 따라 ‘경호강백리길’이 한창 조성 중인데 내년쯤이면 완공되어 진양호 자전거길과 연결된다. 자전거나 도보로 진주에서 동의보감촌까지 갈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대관교를 건너면 경호강의 끝자락이 되는 산청군 단성면 소남마을을 지나게 되고 여기서부터는 1049번 지방도를 따라 경호강 묵곡교를 건너서 묵곡 생태 숲과 겁외사에 이르게 된다. 일정상 소남마을에서 겁외사까지는 버스를 이용해서 이동했다. 겁외사는 수행만이 중생을 위하는 길이라며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암자에 칩거, 정진수도에만 전념했던 현시대의 대표적인 선승 성철스님의 생가를 복원하고 성역화 하는 차원에서 2001년에 세워졌는데 그 규모나 외관을 성철스님이 보신다면 크게 꾸짖지 않으실까 하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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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외사에서 올 한 해 초록걸음을 마무리하고는 길동무들과 함께 ‘지리산 초록걸음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진주텃밭 진양호점으로 향했다. 초록걸음 사진전은 ‘지리산을 그대로’라는 부제로 초록걸음 10년을 되돌아보는 사진전이다. 그동안 필자가 찍어둔 천 여 장의 사진들 중 25점을 골라 2021년 마지막 초록걸음이 진행된 12월 18일까지 8일 동안 전시가 되었다. 길동무들에게 사진 한 점 한 점에 얽힌 사연들을 들려드리면서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라도 변함없이 초록걸음을 이어가자는 다짐을 함께 했다. 코로나가 창궐한 이 시기에도 아무런 사고 없이 초록걸음을 잘 마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길동무들의 덕택임이 분명하리라. 내년에는 마스크 없이 초록걸음을 걸을 수 있길 바라면서 사진전 방명록에 남겨진 글로써 2021년 지리산 초록걸음을 마무리한다.

“숲샘. 걸음 걸음이 빛났습니다. 샘의 걸음이 지리산을 지키고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거록한 발걸음입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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