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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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10월 한파에도 불구하고 초록걸음 길동무들은 해발 895m에 자리한 영원사에 모였다. 10월 초록걸음은 지리산 칠암자길을 걷기로 했기 때문이다. 칠암자길은 삼정산 자락의 암자와 절을 지나는 길로 도솔암에서 출발 영원사, 상무주암, 문수암, 삼불사, 약수암을 지나 실상사까지 이르는 총연장 14Km의 산길로 해발 1,000m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구도와 순례의 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초록걸음 길동무들의 체력을 고려해서 출발점을 도솔암이 아닌 영원사로 했다.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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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사는 해인사의 말사로 신라 시대 영원조사가 창건, 한때는 100칸이 넘는 큰 절이었는데 1912년에 화재로 소실되고 다시 절을 지었지만 6.25 때 전소되어 그 이후 지금의 모습으로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영원사에서 빗기재까지의 1Km 남짓한 길은 가파른 오르막길로 칠암자길 중 가장 힘든 구간이긴 하지만 아름드리 전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원시림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숲의 기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빨치산들의 산죽 비트를 지나 빗기재에 오르면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빗기재를 지나 삼정산 정상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접어들면 칠암자 중 도솔암 다음으로 높은 상무주암(1,162m)에 도착한다. 보조국사 지눌이 이곳에서 2년간 머물며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지는데 상무주(上無住)는 일체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상무주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 높고 가파른 땅에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텃밭이었다. 배추와 무 그리고 갓 등 김장재료가 될 채소들이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지상에서 가장 높고 아름다운 텃밭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다.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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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주암에서 문수사로 가는 800m 가량의 아름다운 오솔길에서는 중간중간 천왕봉을 필두로 펼쳐진 지리산 주 능선의 장쾌함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어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 준다. 해발 1,060m에 자리한 문수사에는 임진왜란 때 1,000여 명이 숨었다는 큰 바위 아래의 천인굴과 석간수가 우릴 반겼다. 문수암에서 바라보는 시원한 조망과 함께 한 점심 식사는 밥 맛이 꿀맛일 수밖에 없었다. 문수암에서 삼불사까지의 길은 그리 멀진 않았지만 내리막에 너덜지대가 많아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었다. 삼불사 앞마당은 눈 앞에 펼쳐진 금대산과 백운산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으로 날마다 풍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스님의 의자가 놓여있었다. 하지만 삼불사 바로 앞 좌우에 자라던 큰 전나무 두 그루가 무슨 까닭에선지 잘려 나간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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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990m 삼불사와 약수암은 표고차가 400m 정도로 약간은 지루한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백장암과 더불어 실상사의 오랜 수행처로 알려진 약수암은 경내에서 항상 맑은 약수가 솟아나는 약수샘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약수암에서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는 칠암자길의 종착지인 실상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차량도 다닐 수 있는 임도가 아닌 지름길인 오솔길을 택해서 걸었다. 영원사에서 실상사까지 대략 10Km의 산길을 6시간가량 걷고서야 도착한 실상사, 생명 평화운동의 발상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지리산 운동의 중심이 되는 그 실상사 입구 천왕문에서 일직선상에 있는 천왕봉을 바라보면서 우리 초록걸음 길동무들은 다짐을 했다.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리산 구석구석을 두 발로 걷겠다고...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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