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세현.
사진=최세현.

유난히 늦은 장마가 끝날 무렵 초록걸음 길동무들은 칠선계곡 들머리 추성리 주차장에서 한 달 만에 다시 모였다. 설악산 천불동계곡과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 중 한 곳인 칠선계곡, 이원규 시인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에서 칠선계곡에 오시려거든 아무 죄 없는 나무꾼으로 오시라던 그 칠선계곡을 걷기 위해서다. 아침부터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장마로 대청소를 마쳤을 옥빛 계곡물과 서늘한 숲의 기운을 만날 생각에 경쾌하게 걸음을 시작했다.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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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마을에서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 장군목에 다다르는데 여기서부터 두지동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두지동마을은 가락국의 마지막 임금인 구형왕이 신라군에 쫓겨 칠선계곡 국골에 진을 치고 있을 때 군량미를 쌓아두는 창고로 쓰였던 곳으로 쌀을 담아두는 뒤주의 경상도 사투리인 두지에서 유래된 지명으로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지게로 생필품과 모든 짐을 날라야 하는 지리산 마지막 산간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지터는 칠선계곡과 백무동으로 갈라지는 천왕봉 산행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두지터 호두나무 쉼터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칠선교를 건너 본격적으로 칠선계곡으로 들어섰다. 선녀탕까지 대략 2Km 구간은 가파른 오르막길로 제법 힘든 등산로가 이어진다. 하지만 여름동백꽃으로 불리는 노각나무의 흰 꽃들이 등산로에 수북이 떨어져 있어 그 꽃들을 즈려 밟고 걷는 운치와 함께 막 꽃을 피운 칡꽃의 향기까지 더해져 색다른 산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해발 620m 선녀탕, 칠선녀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이곳에서 발을 담그고 맛난 점심 식사를 했다.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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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후 선녀탕에서 출발, 칠선계곡 중에서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옥녀탕을 지나서 이번 초록걸음의 반환점인 비선담(해발 710m)에 도착했다. 1999년에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간 칠선계곡은 2006년부터 이곳 비선담까지 탐방로를 개방했고, 2008년부터는 국립공원공단에 사전예약을 하면 천왕봉까지의 산행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산하는 길에 옥녀탕 옥빛 계곡물을 배경으로 지리산을 그대로손팻말 단체 인증샷을 남기고 다시 두지터를 향해서 발걸음을 내디뎠다.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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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인 추성주차장에 도착한 길동무들은 천혜의 물놀이 장소가 있는 칠선계곡 들머리 칠선산장으로 자리를 옮겨 뼛속까지 차가워지는 계곡물에 땀범벅이 된 몸을 담그고 물놀이를 즐기고 칠선산장표 도토리묵과 파전으로 시장기를 달래면서 7월의 초록걸음도 무탈하게 마무리했다. 마스크 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리산의 향기까지 흠뻑 마시며 초록걸음을 걸을 수 있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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