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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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지리산 초록걸음은 올해로 30주년이 되는 진주환경운동연합 창립 기념 행사를 겸해서 진행되었다. 1991925남강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으로 지역 환경운동을 시작했던 진주환경운동연합이 어느새 30주년이 된 것이다. 필자가 남강과 지리산을 지키는데 나름의 역할을 해 온 시민단체인 진주환경운동연합의 회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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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의 기운이 바람으로 느껴지던 9월의 초록걸음은 지난해 새롭게 단장을 한 천은사 상생의 길에서 시작했다. 천은사는 화엄사 쌍계사와 더불어 지리산 3대 사찰 중 한 곳인데, 상생의 길은 천은제를 지나 천은사 솔숲길을 한 바퀴 도는 길로 자연과 사람이 교감하는 나눔길, 서로를 보듬어주는 보듬길 그리고 모두가 함께 누리는 누림길로 이루어진 대략 4Km 길이의 숲길이다.

 

천은사 입구 861번 지방도를 지날 때마다 무조건 지불해야 했던 문화재 관람료, 사실은 반강제적 도로 통행료였던 그 관람료 징수 때문에 벌어졌던 실랑이가 몇 해 전부터 사라졌다는 사실에 발걸음이 한결 더 가벼웠는데 천은사 주차장에 들어서면서 그 넓은 주차장을 아스콘으로 시커멓게 포장한 것에 또 한 번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이 스며들 수 있도록 고려해서 주차장을 충분히 조성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 아쉬움을 뒤로 하고 주차장에서 천은제를 시계 방향으로 돌아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촬영지로 유명해진 수홍루로 향했다.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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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둑방길에서 바라본 구례 들녘도 그렇고 천은사 뒤쪽 노고단 능선도 그렇고 푸른 하늘이 배경이 되어 카메라만 들이대면 화보가 되는 풍경에 길동무들은 연신 탄성을 쏟아냈고 천은사 경내를 돌아보고 차밭과 솔숲 사이를 지나는 수평의 오솔길은 말 그대로 치유와 위로의 길이 되어 길동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상생의 길을 한 바퀴 돌고는 천은제 옆 데크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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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후 천은사에서 성삼재까지는 버스를 이용해 이동했다. 성삼재로 향하는 861번 지방도는 얼마 전 발족한 성삼재-정령치 도로 전환연대에서 일반 탐방객들의 자동차는 통행을 금지하고 친환경 셔틀버스만을 운행, 탄소 발생량을 줄이고 로드킬 등으로 인한 생태계 피해를 줄이자고 관계기관과 지자체에 제안 해 놓은 바로 그 길이기도 하다. 더불어 백두대간 마루금이 지나는, 성삼재와 정령치에 조성된 대형 주차장을 폐쇄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넓은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하면 국립공원공단에서 운영하는 주차요금소와 대형마트 간이 체인점이 제일 먼저 탐방객들을 반긴다. 참으로 안타까운 풍경이었다.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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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100m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탐방객들로 붐비는 길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리산의 품에 안겨 다양한 수목들을 감상하며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올 때마다 유쾌한 기억으로 남는 길이다. 노고단에 발원한 물들이 화엄사 계곡으로 흘러드는 무넹기를 지나 노고단 대피소에서 호흡을 가다듬고는 노고단 고개를 거쳐 천상의 야생화밭 사이로 난 데크길을 따라 노고단 정상(1,507m)에 다다른다. 그 길엔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물매화를 필두로 투구꽃, 구절초, 산오이풀, 수리취 등등 온갖 들꽃들이 무리를 지어 피어나고 있었다. 운무에 가려 아쉽게도 천왕봉이나 구례 산동을 조망할 순 없었지만 지리산의 그 너른 품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있었다.

 

[사진=최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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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치로 내려가는 길, 초록 기운 흠뻑 머금은 그 개운한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져 주며 지친 발걸음을 달래주었다. 그렇게 3시간 30분만에 다시 도착한 성삼재 주차장에서 길동무들과 함께 가로, 세로 15m 크기의 대형 펼침막으로 성삼재-정령치 주차장 폐쇄 촉구 퍼포먼스를 펼쳤다. 우리들의 이러한 몸짓이 비록 하찮아 보일지라도 지리산에 더 이상 생채기가 나지 않도록,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이 지켜지도록 하는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으로 가을가을했던 9월의 초록걸음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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