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경상대-경남과기대 통합 문제, 해법은?

경쟁력 강화·학령인구 감소 대비 위해 필요하나, 구체적 통합안 마련 위해 충분한 토론과 협의 필요 이은상 기자l승인2019.11.01l수정2019.11.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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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와 경남과기대의 통합 문제로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통합 문제의 정답은 무엇일까? 먼저 두 가지 사례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경남지역 소재 대학출신 10명을 선발하는 2014년 학년도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MEET) 지역전형 선발에서 합격자가 미달되는 결과가 발생했다. 왜일까?

당시 지원자격으로 텝스 651점 이상, MEET성적 백분위 40점 이상 이라는 조건이 있었는데, 이 시험을 준비했던 학생들 일부가 이벽을 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 전형은 경상대 학생들만의 리그로 알려졌는데도 말이다.

▲ 이은상 기자.

다음해 경상대는 경남지역전형 선발의 범위를 부산·경남권으로 확대하는 결정을 했다. 스스로 자교 학생들을 신뢰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입학전형이 변경된 후 합격생 대부분이 부산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지역 인재 양성과는 다른 취지다. 웃픈 사실이다.

다른 지역에도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했다. 전남지역 소재 대학 인재 3명을 선발하는 순천대 약학대학(PEET) 지역전형 입시결과에서다. 이 전형은 2015학년도 약학대학 지역전형 입시결과 가운데,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알려졌다. 어떤 이유였을까?

광주지역 즉, 전남대 학생들이 이 전형에 지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전형은 광주지역을 제외한 전남지역 소재 대학생들만의 리그로 불렸다.

그런데 다음해에는 지역전형의 입학성적이 일반전형의 것을 뛰어넘는 의외의 결과가 발생했다. 타 지역 학생 일부가 전남지역 학교로 편입, 이 전형에 응시했다는 것이다. 이 전형은 전남지역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결국 의외의 결과를 낳게 됐다.

두 사례는 지역대학의 인재양성과 대학 경쟁력 강화 문제에 있어 한계점을 보여준 셈이다. 이는 법학전문 대학원 입시에서 수도권 소재 대학과 지역 소재 대학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과 함께 대학이 경쟁력에 따라 사실상 서열화 되고 있다는 점과 맥락을 같이한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경상대와 경남과기대는 현재 재정상 악순환 구조에 놓여있다. 지금 상태로는 대학역량 강화가 힘들어 지역의 우수한 고교생들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도 막기 어렵다는 의미다.

 

▲ 좌(경상대 전경), 우(경남과기대 전경).

지난 10년 간 물가는 치솟는 반면,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정원 축소 등으로 대학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 입학정원 100%를 달성하고 있어 현재 상태로도 자생가능하다는 통합반대 측의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곳간이 비어있는 만큼 대학의 체질개선이 힘들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상대의 역량평가는 9개의 지방거점 국립대 가운데, 제주대에 이어 최하위 수준으로 분류되어 있고, 경남과기대는 교육부의 2주기 대학역량 평가에서 구조조정 대학으로 분류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양 대학이 지역의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면서 자교의 역량도 함께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바로 지역대학 간 연합과 통합이다. 이 때문에 같은 지역에 있는 경상대와 경남과기대가 통합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양 대학은 소모적인 경쟁을 줄여 연 70억 이상의 재원을 절감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결집한 것이다.

통합의 취지는 좋지만 방법과 시기가 틀렸다. 이 때문에 구성원의 반발이 심해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다. 통합의 핵심은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이지만, 통합계획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교직원의 신분을 절대 보장하고, 유사중복학과의 인원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구조조정의 취지와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통합추진이 대학본부 측을 중심으로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양 대학은 11월 중으로 이 문제를 매듭지을 계획이다. 하지만 통합을 결정짓는 의견조사가 오는 6일로 다가왔는데, 아직까지 선거인 명부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 양 대학의 통합의견 조사 비교표.

[관련기사] : [단독] 경상대 통합 의견조사, 학생 반영비율 3.9%→16% 확대

양 대학의 의견조사 인원과 투표가중치에 대한 내용은 <단디뉴스>의 보도이외 공식적 발표가 없는 상황이다. 또한 통합 공청회와 투표일이 시험기간에 잡혀 있어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대학구성원들이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찬·반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 통합이 대학 구성원들에게 공감과 지지를 얻지 못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그런데도 통합 추진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는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간 통합이 지연돼 당초 자율통합으로 배정된 128억 원의 예산 가운데, 내년 예산으로 편성됐던 50억 3000만 원이 삭감됐다. 현 상태에서 대학 구성원들이 통합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지금의 방식에는 반감이 큰 상황이다.

[관련기사] : 경상대-경남과기대 통합에 반대 기류 “의견수렴부터 다시 하자”

▲ 대학본부 중심의 통합추진에 구성원들의 반발이 심히다. 좌(경상대 학생들), 우(과기대 총동창회)

그렇다면 통합문제의 정답은 무엇일까? 양 대학이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통합안을 마련해 구성원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지금처럼 일단 통합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방향설정은 구성원들의 반발만 커질 뿐이다. 민주적 의견수렴과정을 통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이번통합은 과거 강원대가 삼척대를 인수·합병한 수준과는 다르다. 과기대 총동창회 측의 반발이 심한 이유도 109년 된 전통을 가진 경남과기대의 정체성 때문이다. 통합이 된다면 이들의 상실감을 안아가야 한다. 강원대는 통합에 성공하며, 거점국립대 가운데 중위권 수준으로 올라섰다.

통합의 올바른 방향은 지역인재 양성과 특성화 전략이다. 특성화 전략은 통합대학이 지역산업과 연계,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컨트롤 타워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역인재 양성과 지역산업의 연계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요소다. 이를 위해선 성공적 통합을 통해 플랫폼사업(연간 750억 원 규모), 혁신파크 사업(연간 500억 원 규모) 등 대형국책과제 선정을 이끌어내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 통합 공청회.

관건은 구체적인 통합계획안의 마련이다. 이 안에는 19개 유사·중복학과의 통·폐합 계획과 교직원의 장기적인 인원감축 계획 등 구조조정 계획을 명시하고, 대학의 체질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담겨있어야 한다.

자발적 통합에 성공한다면 2021년 8월 실시되는 교육부의 3주기 평가 대상에서 유예, 교육부의 입학정원 감축 압박으로부터 6년 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입학정원 감소와 구조조정으로부터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 대학은 좀 더 시간을 갖고, 구체적인 통합계획안을 마련해 대학 구성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공적인 통합을 이뤄냈으면 한다. 더 이상 지역대학이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지 않길 바란다.

 


이은상 기자  ayo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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