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통합 학생총회 개최 추진모임, “통합을 묻기 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과 대안제시부터”

경상대 학생들이 뿔났다. 경상대와 경남과기대의 통합 추진 절차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배제됐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대학 본부 측에 통합 진행 과정에서 학생 참정권 보장과 절차적 민주주의 준수를 촉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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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경상대 도서관 뒤편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학생들.

경상대 학생들의 집단행동은 지난 15일 “통합 진행과정에 학생 의견을 배제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 것이 시초다. 이날 저녁에는 대학통합 학생총회 개최 추진을 위한 학생모임이 결성, 학생들의 참정권 회복을 위한 목소리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 모임은 경상대 학생 20여 명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조직이다. 이들은 학생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학생총회를 열어 대학 통합에 대한 의사를 직접 표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5월 경상대가 실시한 1차 의견조사에서 학생반영 비율은 3.9%로 학생 간부 48명에 한정됐다는 이유에서다.

단디뉴스는 이 모임을 최초로 제안한 박민주 학생(민속무용·4)을 28일 만나봤다. 그는 지난16일부터 5일 간 학생총회 개최를 위한 서명운동을 펼치며, 1536명의 연서를 받아내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1000명 이상의 연서를 모아 학생총회 개최를 위한 요건을 갖췄지만,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황을 두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 22일 총학생회 측이 이 모임으로부터 연서를 전달받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응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통합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통합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을 결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통합에 대한 그의 생각을 좀 더 들여다보자.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경상대 민속무용학과 4학년 박민주 학생.

- 통합문제를 두고 학생들의 관심도가 다소 낮은 편이다. 이유가 있을까?

관심이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심도가 낮다고 비춰지는 이유는 학교 측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홍보에도 소홀했기 때문이다. 앞서 열린 통합 설명회나 앞으로 열릴 공청회에서도 학생에 대한 학교 측의 배려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행사 일정이 수업시간과 겹치고, 시험기간을 앞둔 시점에 잡혀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참여도와 관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과연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의사가 있는 건지 되묻고 싶다. 마치 11월 중으로 통합과 관련된 사안을 매듭짓기 위해 모든 절차를 강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양 대학이 통합되었을 때 학생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학교 측에서는 통합이 되었을 때 장점만 부각시키면서 정작 통합이 되었을 때 학생들이 가지게 될 불편한 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경상대에서는 이미 통합된 학과가 있지만, 아직도 불편한 점은 개선되지 않고, 학과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가령 과거 3개 학과에서 통합된 A학부의 경우, 학습 환경이 더 안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합 이후 전공필수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해양대 학생들의 경우, 며칠 전 열린 공청회 이외에는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해 통합에 더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다. 해양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이들은 대안 없이 통합이 진행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통합의 결과 학과생활에 피부로 와닿는 것들이다. 전공수업은 어떻게 들어야 하고, 어디 캠퍼스를 어떻게 다녀야 하는가. 그렇다면 자취방과 기숙사를 어떻게 옮겨야 통합으로 인해 일어날 개인적인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가 등...

 

▲ 경상대 통영캠퍼스에 다니는 한 학생이 “통영캠퍼스 학생들은 인재개발원, 기초교육원, 취업지원시설 등 학생복지 혜택에 소외되어 있다”며 “근본적 해결책 없는 통합추진은 지금보다 통영캠퍼스를 더욱 고립시키는 격”이라고 대자보에 밝혔다.

- 학생총회 개최를 위한 모임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통합 논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배제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상대에서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 15일, 피켓시위를 통해 일부 학생들이 “통합과정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라”고 목소리를 냈지만, 학교 측에서는 묵묵부답이었다.

특히 이날 이상경 총장의 태도는 학생들의 의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매우 거만해 보였다. 또한 학생들의 대표기구인 총학생회 측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다.

이 때문에 피켓시위 현장에서 직접 만나게 된 학생들이 이 문제를 두고 좀 더 논의한 결과 학생총회를 열어 모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지게 됐다. 이 모임은 피켓시위에 동참한 10여 명의 학생들을 포함, 추가로 활동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지원을 받아 총 23명이 모여 결성된 것이다.

▲ 경상대 학생들이 지난 15일부터 ‘대학통합 학생 총투표를 위한 학생총회 개최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 지난 15일 경상대 학생들이 통합과정에서 학생들의 의사를 배제하지 말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 통합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학생총회를 열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통합 문제를 두고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열기 위해서다. 그간 학교 측에서는 통합에 대해 찬성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앞서 실시된 설명회에서도 통합이 되었을 때 장점, 통합이 안 되었을 때의 단점에 대해서만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들이 통합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정보를 통해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의견을 충분히 인지한 후 학생 총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은 총학생회가 주축이 되어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통합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한 상황일 뿐 아니라 논의도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이 통합의 찬·반에 대한 판단을 하기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 이 모임에서 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먼저 총학생회 측에서는 학생총투표의 구체적 진행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더불어 학교 측에서는 학생총회 개최에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말고, 통합과 관련해 실질적인 소통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또한 학교 측에서는 통합 과정에서 학생총투표 결과를 비중 있게 반영했으면 좋겠다.

▲ 경상대 학생들 1536명이 통합문제를 직접 논의하기 위해 학생총회 개최를 요구하는 서명서에 날인했다.

- 학생총회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 어떤 성격을 가지는 기구인가?

학생총회는 학생들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로서 학교와 관련된 중요사안을 토의하고 결정하게 된다. 이번 총회는 학생 전원이 대학 통합에 대한 의견을 듣고, 직접 의사를 결정하자는 취지로 열리는 것이다.

학생총회가 소집되기 위해선 일정요건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경상대 학생 2만 여 명 가운데, 20분의 1이상인 1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해당요건을 충족하게 된 것이다. 일정 요건을 갖추게 되면 의장의 권한을 가진 총학생회장이 총회를 소집할 권한을 갖게 된다. 우리 모임은 지난2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연서를 총학생회 측에 전달했다.

▲ 지난22일 학생총회 개최 모임이 총학생회 측에 연서를 전달했다.

- 최근 이 모임에서 학생총회 개최를 위한 연서를 총학생회 측에 전달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지난 22일 학생총회 개최를 원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담은 연서를 총학생회 측에 전달했을 뿐 아니라 총학생회 측에서도 학생총회가 필요하다는 공동 성명서를 지난22일 발표해 이 문제가 신속하게 논의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총학생회장은 현재까지 어떠한 의사도 표명하지 않은 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지난 21일 학내 대표자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가 열려 이 문제를 논의한 결과 학생총회를 여는 것을 골자로 한 성명문까지 발표됐지만, 총학생회 측에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학교 측에서 통합의견조사의 학생반영비율을 기존3.9%에서 11%로 조정하기로 결정한 것 때문으로 보인다.

- 최근 학교 측에서 통합 의견조사 방식을 두고 미국식 대통령선거제를 차용, 학생 반영비율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이 방식에 대해 만족해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고, 모든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기위해 학생총회를 열게 되면 오히려 관심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의 참여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한 의견은?

각 단과대학에서 자체 투표 과정을 거쳐 학생대표자 150인의 간선제로 학교 통합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간접적으로 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내용이 학과차원에서 공지된 바가 없다.

학생들은 총투표를 요구했지만, 총학생회와 학교본부 측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밝혔듯이 현재 학생회의 부재, 신뢰성 없는 행동들이 연이은 상황에서 학생대표자만의 의견은 2만여 명의 학생의견을 대변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학교의 주체는 일반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무엇보다 일반 학생들은 통합에 대한 정보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학생총회에서는 투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통합에 대한 계획, 통합의 장·단점 등 많은 의견들이 공유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100번의 교화용 설명회·공청회가 아닌 학내구성원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비판적 논의가 가능한 단 한 번의 자리이다. 학생총회가 이러한 욕구를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비민주적인 의식이 학교에 자리 잡혔는지 모르겠다. 이번 일을 통해 학교 측은 그간 학생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왔는지 깨닫고, 학생들은 스스로 민주적인 의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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