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부터 간담회, 공청회 열린다
시내버스 조례안 본격 심의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주민조례발안법이 제정된 지 2년 가까이 지났지만, 제도가 원활히 작동하기에는 관련법과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저녁 ‘시내버스 준공영제 조례 발안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성종남 진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 조례 발안 운동본부 집행위원이 진행한 강연에서다. 이날 성 집행위원은 올 하반기부터 진주시의회에서 본격적으로 심의될 시내버스 준공영제 조례안을 두고 “조례안 통과 여부를 떠나 시내버스 정책에 시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성종남 집행위원이 19일 저녁 시내버스 조례안과 주민발안제를 두고 강연을 진행했다
성종남 집행위원이 19일 저녁 시내버스 조례안과 주민발안제를 두고 강연을 진행했다

“주민발안제, 민주주의 위해 중요.. 절차 등은 개선 필요”

이날 성 집행위원은 우리나라가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며, 주민발안제는 이 같은 제도 아래에서 ‘민주정치를 가속화하는 장치’로 작동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민소환제와 주민감사제가 권력을 제동하는 기능을 한다면, 주민발안제는 직접민주주의를 이루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당제 하에서 혁신적인 정책들, 방치된 정치현안에 관심을 끌어내는 일을 주민발안제가 이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의민주제가 제대로 민의를 대표하려면 시민들이 정치활동에 일상적으로 개입해, 견제하고 경고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다.

다만 그는 주민발안제 도입 후에도 주민발안 조례 제정 성과가 적은 이유는 관련법과 절차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 주민발안 조례를 준비하면서 △주민들에게 조례안 내용을 알릴 방법이 부족하며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서명을 하는지와 관계없이 조례안 제정 권한은 결국 지방의회가 가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면서다. 그는 인력과 예산을 가진 지방의회가 주민발안에 참여한 시민을 대신해 조례안 관련 공보물을 발송히는 등 각종 홍보활동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이 발안한 조례는 주민투표로 제정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것이 주민발안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최승제 경상국립대 행정학과 강사는 주민발안 조례안의 제정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곳도 해외에는 있다며 성 집행위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최 박사는 “이탈리아 제네바에서는 주민투표로 발안된 조례안을 의회가 부결하면, 주민들이 다시 투표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주민들이 발의한 조례안을 선출직 선거 시기에 맞춰, 주민들에게 찬반 투표하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민투표를 하자면 비용문제 등을 제기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비용 문제도 해결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2년 2월 주민 조례 발안을 위해 청구인 명부를 들고 진주시의회를 방문한 시민들 [사진=단디뉴스DB]
2022년 2월 주민 조례 발안을 위해 청구인 명부를 들고 진주시의회를 방문한 시민들 [사진=단디뉴스DB]

“주민들이 발안한 시내버스 조례안, 많은 관심을..”

2022년 2월 진주시민 7193명의 서명(유효서명 6091명)을 받아 진주시의회에 제출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안(주민발안)’을 둔 의회 심의가 올 하반기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성 집행위원은 이날 조례안 통과 여부를 떠나 “시내버스 정책에 시민들이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처음부터 “조례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는 않았다”는 그는 “조례안이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문제가 공론화되면,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 준공영제 : 민간업체가 시내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는 유지하되, 노선권을 자치단체가 가지는 형태. 자치단체는 시내버스 업체에 재정지원금을 준다.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된다. 정부도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 완전공영제(=공영제) : 시내버스 서비스 제공은 물론 노선권 등을 자치단체가 모두 가지고,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조례안을 주민발안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2017년 진주시가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한 뒤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 △그럼에도 진주시가 시내버스 회사(4곳)에 주는 지원금이 2016년 약 80억 원에서 2021년 약 234억 원으로 6배가량 늘어난 것 △또한 진주시가 2017년 채택한 ‘사전총액표준운송원가제’로, 일부 업체가 인건비를 남겨 부당한 이득을 얻고 있다는 지적도 주민발안 조례운동을 하게 된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 총액표준운송원가제 : 1일 1대의 버스를 운영해 시내버스 회사가 거두어야 할 수익 기준치를 정해두고, 수익금이 이에 미달하면 시 보조금으로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인건비, 정비비, 연료비 등 항목별로 필요한 비용을 산출해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한다. 하지만 시내버스 업체에 지원된 보조금은 항목에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그간 일부 시내버스 업체가 인건비 항목을 수익으로 거둬간다는 지적이 수차례 나온 바 있다.

성 집행위원은 지금 진주시의회 의석 구조 등을 돌아보면, 조례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혹여 조례안이 통과된다하더라도, 향후 시내버스 정책은 결국 완전공영제로 가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시내버스 승객 수가 줄고, 보조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완전공영제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면서다. 그러면서 2013년 전남 신안군이, 2020년 강원 정선군이 완전공영제를 도입했음을 밝히고, 이때부터 최근까지 이들 지역의 시내버스 탑승객이 2~3.5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에서도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이들은 질의응답 시간, 각자의 입장을 전했다. 한 시민은 “시내버스 회사에 들어가는 보조금도 우리 세금인데, 시내버스를 탈 때는 또 요금을 낸다”며 “시내버스 회사가 결국 우리 세금, 요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완전공영제를 하루 빨리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신서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진주시의회 의석구조를 감안하더라도, 조례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존재한다”며 이날 시설관리공단 설립 조례안이 진주시장과 같은 당인 국민의힘 주도로 보류된 점을 거론했다. 당과 이념을 떠나 합리적인 의원들이 많다면서다.

 

진주 시내버스가 빗길속을 달리고 있다 /사진=단디뉴스DB
진주 시내버스가 빗길속을 달리고 있다 /사진=단디뉴스DB

“8월 말~ 9월초 조례안 둔 간담회, 공청회 예정”

성 집행위원은 올해 8월 말과 9월초 진주시의회와 시내버스 준공영제 조례안을 둔 간담회와 공청회를 열 계획임을 밝히고,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간담회는 올해 8월 30일 두 차례에 걸쳐 열린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진주시의회와 발안 운동본부 측의, 4시에는 진주시의회와 진주시의 간담회가 있다. 9월 5일 오후 4시에는 진주시청 3층에서 공청회가 열린다. 2022년 진주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에서 조례안 보류 결정이 난 뒤, 2023년 3월 심의 기간을 1년 연장한 조례안은 내년 3월 24일까지 진주시의회에서 의결을 결정해야 한다.

한편 지난해 초 주민들이 발안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안’에는 △재정 지원의 심의·의결을 위한 준공영제 운영위원회 구성 △버스업체 수입금 공동관리제 도입 △지원금 사용내역별 정산 및 관리 △중대 위반 행위 업체 준공영제 제외 또는 중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운동본부는 조례 제정으로 시내버스 만족도 증가, 보조금 사용 및 정산의 투명성 강화, 시내버스 정책에 시민 의견 반영 등이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준공영제 운영위에는 공무원·시의원·운송업자·노동조합·시민단체·전문가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단디뉴스

 

이날 강연에 함께한 사람들
이날 강연에 함께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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