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본부 “투명성, 시민편의 높이려면 제정”
진주시 “지원금 늘어날 것, 현 제도 유지”
간담회서 팽팽히 맞서...
진주시의회 숙고, 내달 5일 공청회

2022년 초 진주시민 7193명(유효서명 6091명)의 서명을 받아 진주시의회에 제출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둔 심의가 본격화됐다. 진주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는 30일 오전·오후 각각 주민발안운동본부, 진주시 교통행정과와 간담회를 열어 조례안을 둔 입장을 들었다. 오는 5일에는 주민공청회가 계획돼 있다.

이날 주민발안운동본부 측과 진주시는 조례안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운동본부 대표 측은 2022년 기준 300억 원에 달하는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을 엄격히 관리·감독하고, 시민 의견(탑승자)을 시내버스 정책에 반영하려면 조례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주시 측은 지원금이 늘어날 것이라며, 현행 제도(총액표준운송원가제) 유지를 요구했다.

도시환경위원회 위원들은 신중히 조례안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절충안을 제시했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개선해 나아가는 방식이 어떻겠느냐는 제안부터, 시민들이 제출한 조례안을 보완해가며 남은 기간 협의를 이어가자는 의견도 있었다. 조례안은 관련법에 따라 내년 3월 24일 이전에 심의를 완료해야 한다.

* 시내버스 준공영제 : 민간업체가 시내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되, 노선권을 자치단체가 가지는 형태. 대신 자치단체는 시내버스 업체에 재정지원금을 준다.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된다. 정부도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 총액표준운송원가제 : 1일 1대의 버스를 운영해 시내버스 회사가 거두어야 할 수익 기준치를 정해두고, 수익금이 이에 미달하면 시 보조금으로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인건비, 정비비, 연료비 등 항목별로 필요한 비용을 산출해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한다. 하지만 시내버스 업체에 지원된 보조금은 항목에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그간 일부 시내버스 업체가 인건비 항목을 수익으로 거둬간다는 지적이 수차례 나온 바 있다.

 

진주 시내버스 (사진 = 단디뉴스DB)
진주 시내버스 (사진 = 단디뉴스DB)

△ 시내버스 조례안, 내용은? - 올해 하반기 본격 심의될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안’은 진주시민사회단체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진주시민 7193명(유효서명 6091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진주시의회에 제출한 것이다. 진주에서 진행된 첫 주민발안 조례안으로 의미가 있다.

조례안에는 시 공무원, 시의원, 버스업체 및 노조 관련자, 전문가와 시민이 ‘준공영제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지금까지 진주시와 시내버스업체 간의 협의로 진행돼오던 시내버스 보조금 산정 및 정산, 운송수입금 관리 및 배분 등의 사안을 심의 의결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내버스 정책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또한 조례안에는 시내버스 업체가 협의회를 구성해 시내버스 운행으로 벌어들인 수입금을 공동 관리케 하고, 재정지원금 사용 내역을 항목별(인건비, 유류비, 정비비 등)로 정산해 항목에 맞지 않거나 부정하게 사용한 보조금은 진주시가 환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재정지원금 사용의 투명성 강화와 시내버스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다.

이외에도 친족 경영 참가 시 인건비 제한, 시민 편의를 위한 노선 개편 등의 내용이 담겼다.

 

2022년 2월 조례 발안을 위해 청구인 명부를 들고 진주시의회를 방문한 시민들 [사진=단디뉴스DB]
2022년 2월 조례 발안을 위해 청구인 명부를 들고 진주시의회를 방문한 시민들 [사진=단디뉴스DB]

△ 주민발안 운동본부 측 주장 -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운동본부 대표 측과의 간담회에서, 대표들은 “한 해 297억 원의 세금이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이 같은 재정지원금을 제대로 관리감독해 투명성을 강화하려면 조례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례안 제정으로 시내버스 정책에 시민의견 반영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민발안 대표 측은 “시 보조금을 받는 단체는 규정에 따라, 보조금을 항목별로 정산해 시에 보고한다”며 한데 “시내버스 업체만 보조금을 항목별로 정산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다보니 일부 업체에서 인건비 항목으로 지급된 지원금을 남겨 이익을 남기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현행 제도인 총액표준운송원가제가 자리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시내버스 업체에 지원금을 총액 지원할 뿐, 항목별 사용 여부는 자율에 맡기고 있다. 대표들은 “그러다보니 동일한 지원금이 들어가는 데도, 시내버스 업체별 직원 연봉 차이가 800만원이나 난다”며 제도 변경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주민발안 대표 측은 진주시가 조례안에 반대하며 펴는 논리도 반박했다. 준공영제가 도입되면 지원금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면서다. 이들은 인건비 항목이 지원금 총액의 60%에 달하는 점을 거론한 뒤, 인건비 상승률을 근로자 평균 임금 상승률 수준으로 묶어두면 지원금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시내버스 이용자 수 감소로 점차 지원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가용 보급이 늘고, 학생 수가 줄어들다보니 시내버스 이용자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297억여 원에 달하는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은 현행 제도 도입 직후인 2018년 144억 원에 불과했다. 가파르게 지원금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외식 진주시 교통행정과장이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지외식 진주시 교통행정과장이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진주시 측 주장 - 오후 1시 30분쯤 이어진 진주시(교통행정과)와의 간담회에서 시는 준공영제를 채택하게 되면, 시의 재정지원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는 사전에 항목별 비용을 산정해 총액을 지원하면 끝이지만, 준공영제는 사후정산으로 업체가 실제 사용한 비용만큼 지원을 해야 한다면서다. 유사한 타 시·도 사례도 들었다.

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우리 시 제도는 시내버스 1대를 운영하는데 70만원이 필요하고, 업체가 30만원의 수익을 얻으면 차액분을 보전해줄 뿐”이지만 “준공영제는 업체가 70만원보다 더 한 비용을 썼다고 하면, 이게 사실로 확인될 경우 더 쓴 비용까지 보전해줘야 하는 체제”라며 지금보다 재정지원금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시도에서 준공영제를 도입하는 건 “비용을 많이 들여서라도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며, 진주시는 경영 서비스 평가를 통해 일부 비용을 차등지급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시민들도 노선이나 과속, 불친절을 문제라 삼을 뿐”이라며 현행 제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또 “준공영제가 도입되더라도, 지금과 비교해 획기적으로 나아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며 “2017년 현행 제도를 도입한 뒤 준공영제와 비슷한 효과를 거두면서 운수업체는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졌고, 서비스도 개선되는 등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듭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준공영제는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주시의회 도시환경위원들
진주시의회 도시환경위원들

△ 질의응답 – 진주시의회 도시환경위원들은 이날 양 측을 대상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시내버스 업체 모두가 준공영제에 반대하고 있는 현상을 묻거나 주민발안 후 1년 6개월여가 지나 조례안에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는지, 또 준공영제 도입 시 지원금이 되레 늘어나지 않을지 등을 두고서다. 시의 자료제출 미비를 지적하기도 했다.

강진철 의원(국민의힘)은 운동본부 측에 업체들이 준공영제에 반대하는 이유를 물었다. 운동본부 측은 “직원들이 회사의 눈치를 보는 등의 이유일 뿐, 실제 여론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시민을 중심으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며, 2022년 경남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 결과를 보면 진주시민 58.6%가 준공영제 도입에 찬성, 5.2%가 반대했다고 했다.

이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집행부는 (준공영제 도입 시) 매년 임금인상 요구로 파업, 사회불안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며 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운동본부 측은 “현행 제도 하에서도 2019년 삼성교통 파업이 일어났다. 제도를 떠나 파업은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며 제도를 떠나 자치단체의 갈등 조정 노력이 관건이라고 답했다.

강묘영 의원(국민의힘)은 “지원금이 늘어날 것”이며 시민들이 이를 알면 조례안에 찬성하겠느냐고 물었다. 운동본부 측은 “현행 제도 도입 후 4년간 지원금이 2.1배 늘었다”며 “임금 인상분은 협약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제도가 바뀐다고 지원금이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항목별 지원금 관리가 조례의 핵심이라고도 덧붙였다.

△ 시 자료제출 미비로 지적 받기도 - 진주시와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자료 제출 미비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시내버스 회계 및 경영·서비스 평가 용역보고서 제출을 꾸준히 요구했는데, 지난 28일에서야 관련 자료를 받았다며 이를 문제 삼았다. “간담·공청회를 앞두고 자료 제출이 늦었”다면서다.

그러면서 그는 “2020년 진주시 시내버스 회계 몇 경영 서비스 평가보고서를 2022년 5월에서야 발주한 점도 이상하고, 왜 올해에는 2021년과 2022년 평가보고서를 동시에 발주했느냐”며 이를 문제 삼았다. 보고서 발주 시점이 늦어, 조례안 제정여부를 앞둔 지금까지 최근 현황을 파악하기가 힘들다면서다.

 

강진철 진주시의회 도시환경위원장(국민의힘)이 진주시의 자료 제출 미비를 지적하고 있다
강진철 진주시의회 도시환경위원장(국민의힘)이 진주시의 자료 제출 미비를 지적하고 있다

강진철 의원(국민의힘)은 시의 간담회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시는 이날 간담회에 A4 용지 한 장분의 자료를 준비했다. 강 의원은 “한 장짜리 자료만 제출해 총액표준운송원가제와 준공영제 차이가 별로 없다며 이해를 해달라는 거냐”며 시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고 “공청회를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관계자는 “간담회의 의미를 제대로 몰랐다. 자료가 미비했던 점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2020년 진주시 시내버스 회계 및 경영 서비스 평가보고서 발주가 늦은 점과, 올해 2021년 2022년 평가보고서를 동시에 발주한 것은 개선사안이 있어 이를 반영하느라 생긴 일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위원들은 이어 총액표준운송원가제를 진주시 외에 적용하는 자치단체가 있는지, 또 지원금의 항목별 사용내역을 제대로 살피고 있는지 등을 질의했다. 시 관계자는 “총액표준운송원가제는 진주시가 만든 것으로, 다른 지역에서 적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지원금 사용 내역은 시내버스 회계 몇 경영 서비스 평가보고 용역 시 용역사가 확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액표준운송원가제는 항목별로 보조금을 정확히 썼는지가 아니라, 지원금을 총액지급하면서 시내버스 업체가 노선을 빠뜨리지 않고 잘 운영하는지, 대중교통체계 전반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시내버스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단디뉴스 = 김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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