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강화, 서비스 향상 주장하는 운동본부
비용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하는 진주시
이견 속 조례안 향방은?

주민발안된 시내버스 준공영제 조례안을 둔 공청회가 5일 열렸다. /사진=진주시의회
주민발안된 시내버스 준공영제 조례안을 둔 공청회가 5일 열렸다. /사진=진주시의회

2022년 초 진주시민 7193명(유효 서명 수 6091명)의 서명을 받아 진주시의회에 제출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둔 공청회가 5일 열린 가운데, 주민발안운동본부 측과 진주시가 팽팽히 맞섰다.

주민발안운동본부는 준공영제 도입으로 재정지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시내버스 정책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는 준공영제 도입은 지원금 규모만 키운다며 현행 제도(총액표준운송원가제) 유지를 요구했다.

공청회는 진주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진철)가 주최했다.

조례안은 내년 3월 24일까지 심의돼야 한다.

관련 기사 : 주민발안된 진주시 시내버스 조례안, ‘심의 본격화’

 

발언하는 장상환 주민발안운동본부 공동대표
발언하는 장상환 주민발안운동본부 공동대표

주민발안운동본부 측은 이날 진주시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장상환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준공영제를 도입해도 재정지원금 상승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준공영제를 도입해도, 유류비나 다른 비용은 크게 늘지 않는다. 늘어나는 비용이라면 인건비 항목인데, 다른 자치단체처럼 협약으로 인건비 상승분 통제가 가능하다”면서다.

실제 타 지역에서는 근로자 평균 임금인상률 등에 준해 인건비 상승률을 적용하고 있다. 진주시도 현행 제도 아래에서 공무원 임금상승률에 준해 인건비를 상승시킨다.

그는 현행 제도는 시내버스 업체에 주는 재정지원금의 항목별 사용내역을 관리감독하지 않기에 문제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부일교통 등 일부 업체와 타 업체 직원 간의 연봉차이가 크고, 부일교통 등은 인건비 항목의 재정지원금을 남겨 수익을 얻고 있다면서다. 시가 지급하는 재정지원금이 업체의 수익이 되는 건 걸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주민발안운동본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조례안에 담았다.

조례안에는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을 인건비, 유류비, 정비비 등 항목별로 지급하게 하고, 정산 또한 항목별로 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항목에 따라 쓰이지 않은 보조금은 회수할 수 있다. 직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인건비 항목의 재정지원금을 아껴 업체가 수익을 남길 수 없게 한 셈이다.

또한 조례안에는 시 공무원, 시의원, 버스업체 및 노조 관련자, 전문가와 일반시민이 ‘준공영제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시내버스 정책 전반을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재정지원금 사용의 투명성 강화, 버스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 서비스 향상 등을 목표로 두고서다.

 

발언하는 진주시 교통행정과 손세화 주무관
발언하는 진주시 교통행정과 손세화 주무관

진주시는 준공영제보다 현행 제도인 ‘총액운송원가제’가 준공영제보다 나은 제도라고 주장했다.

교통행정과 손세화 주무관은 현행 제도는 항목별로 산정한 재정지원금을 총액지원할 뿐 사용내역은 문제 삼지 않는다며, 이는 시내버스 업체의 경영효율성을 담보하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행 제도는 추가 발생 비용을 자치단체가 부담하지 않지만, 준공영제에서는 시내버스 업체가 버스 운영에 실질적으로 사용한 비용을 사후 정산하기에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7년 현행 제도 도입 후 시내버스 업체의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고, 연간 교통사고 발생 수도 2/3가량 줄었다며, 현행 제도 유지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발언하는 윤영삼 부경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사진=진주시의회
발언하는 윤영삼 부경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사진=진주시의회

윤영삼 부경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운동본부 측)는 준공영제 도입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구감소와 자가용 이용 증가로 시내버스 업체는 더 이상 민영제로 유지될 수 없음을 들어, 자치단체가 시내버스 운영에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준공영제도 종류가 다양한데, 민영제에 가까운 준공영제와 공영제에 가까운 준공영제 중 하나를 택하라면 공영제에 가까운 준공영제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주시민들이 발안한 조례안을 두고는 이 둘의 중간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례안에 따른 준공영제 도입이 현행 제도 운영보다 나을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이다.

그러면서 그는 “논의가 주로 비용 차원에 집중되는 것 같다”면서 “비용보다 사람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내버스 정책의 핵심은 시민들이 더 편하게, 자주 시내버스를 사용할 수 있느냐에 있어야 한다면서다.

시가 해야할 일은 시내버스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서, 버스업계 근로자의 노동조건을 안정화시키고, 예산도 아끼는 것이라며 이 모두를 이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발언하는 이현욱 전 진주시의원(왼쪽)
발언하는 이현욱 전 진주시의원(왼쪽)

이현욱 전 진주시의원(진주시 측)은 준공영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8대 진주시의원 시절부터 이 문제를 검토해왔다며, 준공영제가 세금을 더 아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운수업체에서도 현행 제도 유지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준공영제 도입 후 지원금이 점차 늘고 있고, 인건비 상승을 요구하는 파업예고도 이어진다며, 준공영제 도입은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진주시에서도 2017년 총액표준운송원가제 도입 후인 2018년 144억원에서 2022년 297억원으로 재정지원금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한 바 있다. 또한 총액표준운송원가제 도입 이후인 2019년 삼성교통이 50여일에 이르는 파업을 단행키도 했다.

 

질문하는 서정인 진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가운데)
질문하는 서정인 진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가운데)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진주시의원들은 토론 직후 다양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특히 서정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진주시에 2017년 도입한 현행 제도의 근거 조례안이 있는지를 캐물었다. 진주시는 관련 조례를 설명했지만, 서 의원은 “두 조례안은 현행 제도 운용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조례안이 아니”라며 조례 제정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주민발안운동본부 측에는 “현재 주민들이 제출한 조례안을 부결하고, 명칭과 내용 등을 바꾼 조례를 만들겠다면 동의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장상환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부결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현 조례안을 수정할 수 있고, 다른 지역 사례를 더 참고할 수도 있다고 본다. 심의 권한은 진주시의회에 있다”고 답했다.

조례안의 향방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진주시의원 대부분은 아직 조례안을 둔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걸로 파악됐다. 이날 한 의원은 “총액표준운송원가제이든, 준공영제이든 결국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한 제도이지 않겠느냐”며 “면밀히 심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단디뉴스 = 김순종 기자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