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부녀회의 공식 활동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마을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온갖 뒷일을 챙기며 마을을 지켜왔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길흉사를 집안에서 치를 때 유족의 마음을 위무하는 일이며, 그 많은 조문객의 음식을 대접하는 일, 평토제 지낼 제례음식 준비하는 일 등 부녀회원이 빠지면 되는 일이 없을 정도였다지요. 그런 일을 마치면 상주가 고마움의 표식으로 사례금을 주었고, 그런 돈들이 모여 부녀회 기금의 종잣돈이 되었다 합니다. 지금은 농약 빈병이나 재활용품 분리수거 등으로 약소한 기금을 모으고 있습니다.그런 우리 마을
2017년 11월 15일 포항 북구에서 진도 5.4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 날 1명이 숨지고, 11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지진은 기상청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강진이었으며, 그날 이후 포항시민들은 크고 작은 소리에도 놀라거나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는 등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되었다.이후 ‘포항지진피해대책위원회’와 ‘지진시민연대’가 꾸려지고 이들은 "지진 발생 책임 소재를 규명 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정부와 포스코 등을 상대로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인단' 4만 7000여 명을 모아 법적 소송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0년. 강산이 한 번쯤은 변했을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제자리라 해가 갈수록 안타까움만 더해간다.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음악회를 열기도 했으며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를 약속이나 한 듯이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9번째 변주곡 “Nimrod”를 연주했다.이 음악에 얽힌 얘기는 놔두고 이 곡이 왜 연주되는지는 그냥 차분히 마음을 내려놓고 들을 수 있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격정적으로 마음 깊은 곳까지 표현한 음악이어서가 아닌가 싶다.작곡가
교사로서 내가 볼 수 있는 입학식도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다. 지난 3월 입학식을 지켜보며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본다.교장 재임 시절 나는 기존의 모든 입학식 절차를 생략하고 새로운 형식의 입학식을 만들었는데, 그 이름을 ‘이해와 친교의 입학식’이라고 했다. 사실 지금까지의 입학식은 입학의 환영이나 기쁨보다는 학교의 공식적인 ‘의례’에 가까웠다. 물론 이 형식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다만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또 입학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가정하에서 입학식이라는 이름 아래 학교 모든 구성원들(2, 3학년 학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은 먹혔으나 민주당의 독주는 저지됐다.’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투표당일인 4월 10일 오후 투표소 출구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지역구와 비례위성정당(국민의미래)을 합해 100석 아래로 떨어지고, 범야권(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조국혁신당+진보당) 의석이 개헌저지선인 200석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뒤늦게 개봉된 사전투표함에서 보수표 결집현상이 나타나 여당은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새벽
의대 증원을 포함하는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추진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정부와 의사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경상남도의 지역의료 불균형 실태와 불균형 해소 전략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경상남도의 지역의료 불균형 실태는 의사의 분포 불균형을 첫 번째로 들 수 있다. 아래의 표처럼 2022년 10월 기준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가 1명 정도인 지역이 경남에 다수 있다. 전국 평균인 2.22명(한의사 제외, 2022)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진료기능이 제한되어 있는 공중보건의를 제외하면 의사 인력이 훨씬 더 부족함
합계출산율 0.72명의 초저출생이 기후위기와 함께 한국사회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하자 여당·야당이 총선 저출생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배우자 출산휴가 1개월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인상', '늘봄학교 확대' 등을, 더불어민주당은 '신혼부부 가구당 1억 원 대출과 자녀수에 따른 탕감', '17세까지 월 20만 원 아동수당 지급', '분양전환 공공임대 주택 제공'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약에는 근본적인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긴 노동시간과 수도권 집중, 사교육, 과열 경쟁 구조 등 출산과 양육을 어렵게 하는 사회구조 전
영문도 모른 채 학교에서 쫓겨났던 적이 있다. 초임 발령받아 부임한 27살 총각 선생이 정년퇴임을 앞둔 교장 선생님과 맞짱 뜬 게 문제였다. 군사 독재 시절 '야만의 시대'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신축 학교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것저것 교장 호주머니로 들어갈 수 있는 푼돈과 콩고물이 꽤 있는 듯했다. 새파란 신규 교사 눈으로 봐도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 조직에 충성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1년 후 본인 의사와는 무관한 일이 벌어졌다. 다른 학교로 '강제 내신'을 당했다. 교장 권한이라며 호통쳤다. 억울한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농촌 지역의 성 불평등 문제는 아직도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성차별 문화가 일상생활 곳곳에 너무도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무엇이 성평등에 가까운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런 일상 속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였으니, 바로 우리 지역 축협조합장이 여직원들에게 지속해서 성적 괴롭힘을 일삼아 온 일입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져서 곧장 해결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사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직급이 조금이라도 높은 사람에게 함부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것이 직장 내
'김영란법'이 제안되고 논란을 거쳐 마침내 시행된 것이 2016년이다. 국민권익위원장이던 대찬 법률가 김영란이 처음 입을 떼고 4년 만이다. 깎이고 발려 본래 정신에 흡족하게 부합하지 못했다 하나 그럼에도 그것은 구태의연한 세상을 회까닥 뒤집는 획기적인 법이었다. 법 같은 거 백 촌이 넘는 소시민의 눈으로 보기에 저건 단순히 법안 하나를 시행하는 것 이상의 기념비적 '사건'이라 여겨 나는 이 법을 '천지개벽법'이라 불렀다.민주화 이후 큰 변화가 있었지만 하급 관료들의 행악은 소시민이 노상 맞닥뜨리는 것이 오랜 폐습이었다. 인허가를
이번 22대 총선에서 가장 큰 이변은 아마도 ‘조국혁신당’이라는 돌풍일 것이다. 물론 4월 10일 밤 또는 11일 새벽까지 모든 투표함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비례전용 정당으로 다소 늦게 닻을 올린 조국혁신당의 지지도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하는 분위기라 못해도 10석 이상은 가져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지난 2020년 총선이나 22년 대선처럼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양대진영으로 나뉘어 서로를 ‘종북 빨갱이’와 ‘친일매국노’로 비난하며, 선거판을 ‘한일전’혹은 ‘남북전’으로 끌고 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국혁신당의 출현으로 조금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왔다. 봄이 오면 우리의 옷차림에서도 알 수 있지만 가장 빨리 봄을 알려주는 것들이 봄꽃들과 음악이 아닐까 싶다.가장 유명한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는 지치지도 않는 단골손님이다. 이 외에도 봄을 대표하는 곡들이 많지만 오늘은 독일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첫 번째 교향곡 ‘봄’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오래 전에 이란 TV프로그램에서 본 영화 중에 이란 영화가 있었다. 나스타샤 킨스키가 슈만의 부인 클라라 역을 맡았다. 슈만은 스승인 프리드리히 비크의 딸 클
조선일보가 지난 5일부터 전태일재단과 창간 104주년 공동 기획으로 는 보도를 시작했다. 조선일보의 기획에 대해 한편에서는 ‘조선일보와 논쟁과 토론을 통해 담론 경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전태일재단이 용산-노동부-조선일보 삼각편대에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와 전태일재단의 는 해법이 무엇인지는 기획 기사가 끝나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공동 기획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에 그려진 노동조합의 모습” 확인과 ‘조선일보와
며칠 전 낯선 젊은 여성이 농사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런 연락은 처음인지라 약간 당황했지만, 되레 이쪽에서 더 궁금증이 생겨서 일정을 잡아 만났습니다. 앳된 용모를 한 그 여성은 한 5년 전쯤 지역의 작은 협동조합과 얘기를 나눈 인터뷰 내용을 보고서 연락을 취했다고 했습니다.농사에 대해 고민을 갖게 된 것은 아토피 피부염을 심하게 앓으며 자연스럽게 먹거리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먹거리는 결국 농업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농사를 직접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어린 나이지만 참으
현장 교사들에게 2월은 이래저래 마음이 번잡한 달이다. 3월부터 시작하는 신학기에 자신이 담당해야 할 수업의 시간 수와 업무, 그리고 기타 관계의 설정이 2월에 거의 결정이 된다. 공립학교의 경우 학교 이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도 2월에 거의 이루어진다. 요즘 들어서는 학교의 업무를 조정하는 과정이 예전과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해방 이후 학교 업무의 연못은 배수구가 없거나 막혀 있어 해마다 업무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업무를 분장한다는 말은 사실 매우 건조하다. 한자 分은 나눈다는 뜻인데 글자 속에 칼도刀가 들어있으니 평균적인
영화 ‘파묘’를 아직 보지 않았다.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가 온라인에 쓴 글을 읽고,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 중 하나가 소위 ‘일본 쇠말뚝설’임을 알고는 영화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어졌다.‘쇠말뚝은 없다’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김 기자의 글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한국의 주요 명산에 쇠말뚝을 박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목적은 대개 측량을 위한 표식이거나 등산로 개발을 위한 것일 뿐 ‘민족정기 말살’을 목적으로 설치한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일본 쇠말뚝 논란’의 진실을 밝힌 것이 김훤주 기자가 처음은 아니다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라는 비유가 정곡을 찌른다. 저출산의 원인은 일자리와 저소득, 주거비용, 교육비 부담, 양육 부담 등인데, 지방에서는 좋은 일자리 부족,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높은 주거비용이 문제다.국토연구원의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방향’(2024.1)에 따르면 매매가와 전세가가 오를수록 출산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택시가총액이 일정하게 유지되던 시기(2005-2014년)에는 출산율도 유지되었는데. 2010년대 중반 이후 주택시가총액이 급증하고, 출산율은 하락했다. 주택매매가격이 1% 오를
所信者目也 (소신자목야)而目猶不可信 (이목유불가신)所恃者心也 (소시자심야)而心猶不足恃(이심유부족시)“믿는 것은 눈인데 오히려 눈을 믿을 수 없고, 의지하는 것은 마음인데 마음은 오히려 의지하기 부족하구나."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여러 날 굶어 지쳐 있을 때 안회가 겨우 양식을 얻어 밥을 했다. 그 사이 지친 잠에서 깬 공자가 흐릿한 눈으로 부엌 쪽을 지나 안을 보는데 안회가 밥을 먼저 집어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공자는 내심 마음이 상했다. 안회의 행동에 돌려 말하기를 “꿈에 아버지를 뵈었는데 먼저 이 밥으로 제사를 지내야겠다” 했
2023학년도 졸업식이 끝났다. 마침내 고등학교 교육과정 1년이 완전히 끝난 것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고등학교 졸업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고등학교 졸업을 통해 획득된 연결망은 우리 사회에서 상당기간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한편으로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을 위해 거쳐야 할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대학이 가지는 의미는 너무나 기괴하고 참담한 수준이다. 이렇게 표현하는 이유를 잘 알 것이다. 그 대학을 위해 12년을 불살랐거나 허비했거나 혹은 휘둘렸던 아이들이 오늘 학교를 떠났다.대학 교육에 대해 말을 하자
축구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날들이다. 우리 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 8강전에 이르기까지의 전황은 곳곳에 극적 반전을 정교하게 장치한 한 편의 잘난 연속극이다. 사흘거리로 아라비아의 마당에서 연출하는 이 꿀맛 같은 한밤의 드라마는 곤한 일상을 버티는 공동체에 모처럼 생기가 돌게 하는 엔도르핀이다. 나라 안팎으로 반길만한 소식보단 궂고 험한 소리만 들려오고 날씨마저 꽁꽁 얼어붙은 고달픈 세월이라. 91분, 94분, 99분, 96분에 결승 골을 넣는 '뒤집기 쇼'라니, 엄동설한을 박박 기는 국민 제위께 삼가 위로를 드려야겠다는 '국대'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