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또 한 번 무대 사용 ‘거부’
기념사업회, 사유지에서 행사 진행
시민사회단체 “통탄할 일이지만..
사유지 개최 반대 명분 없어”

친일행적이 뚜렷한 가수 남인수를 기리는 ‘남인수 가요제’가 논란 끝에 장소를 바꿔 열리게 됐다. 주최 측인 남인수기념사업회는 진주시로부터 하대동 야외무대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이곳에서 가요제를 강행할 뜻을 내비쳤지만, 무대 사용이 거부되자 결국 장소를 변경키로 했다. ‘남인수 가요제’에 반대하며 시에 무대 사용 거부를 요구해온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 측은 “친일행적이 뚜렷한 남인수를 기리는 가요제가 열리는 것은 통탄할 일”이라면서도,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닌 사유지에서 열리는 행사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진주시는 지난 2일 늦은 오후 남인수기념사업회가 신청한 하대동 야외무대 사용을 거부했다. 사회적 갈등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시는 앞선 5월에도 남인수기념사업회가 가요제를 열겠다며 신청한 칠암동 야외무대 사용을 거부한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시민 혈세로 유지되는 시설물이 친일파 숭모사업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럼에도 남인수기념사업회 측은 “역사적 논란을 떠나 팬의 마음으로 가요제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야외무대 사용 요청을 이어왔다.

 

2일 또 한 번 야외무대 사용 신청이 거부되면서 남인수 기념사업회는 경남 진주시 문산읍의 한 사유지에서 가요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들은 긴급 공지를 통해 “행사 당일 많은 비와 강풍이 예고돼 안전문제”를 이유로 가요제 개최 장소를 변경한다고 안내했다. 다만 출연진이나 행사 진행 등에는 별 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요제는 4일 오후 5시 문산읍 동부로 474-1번지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날 트로트 가수들을 비롯한 출연진과 가요제 본선 진출자 12명이 남인수의 곡을 부르며 무대에 오른다.

한편 ‘남인수 가요제’는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지역에서 이어져오다가, 남인수의 친일행적이 불거지면서 폐지된 바 있다. 남인수는 일제강점기 친일 군국가요 ‘강남의 나팔수(1942)’, ‘그대와 나(1942)’, ‘이천오백만 감격(1943)’, ‘혈서 지원(1943)’ 등을 부르며 ‘내선일체’를 정당화하고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전쟁 참여를 독려한 이유로 2009년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1948년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 인사들이 반드시 처단해야 할 친일파 263명의 명단을 작성한 ‘친일파 군상’에도 이름이 실려 있다.

/단디뉴스 = 김순종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