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친일행적이 뚜렷한 가수 남인수를 추모하는 공연과 가요제가 오는 6~7월 열릴 예정이라는 소식에,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가 반발했다. “반민족행위자 남인수 추모공연과 남인수 가요제 개최를 개탄한다”면서다. 특히 공연이 남강야외무대에서 열릴 예정임을 꼬집어 “남인수의 유명세만을 내세워 ‘생계형 친일’을 운운하며 그를 두둔하고 미화하는 공연과 가요제를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시설에서 개최한다면,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의 영전에 할 말이 없다”며 진주시에 장소 대여 불허를 요구했다.

남인수 가요제를 둔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진주연예협회가 제1회 남인수가요제를 개최하려다가, 반대에 부딪혀 흐지부지된 사례가 있었다. 또 1996년 시작돼 10여년 간 이어지던 ‘남인수 가요제’도 남인수의 친일행적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논란 끝에 2008년 폐지됐다. 그럼에도 남인수의 유명세, 또 진주출신이라는 이유 등으로 가요제를 다시금 열려는 움직임이 올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남인수 기념사업회는 최근 진주시내 곳곳에 6월 17일 추모공연을, 7월 22일 가요제 예심을 진행한다는 현수막을 붙였다.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는 8일 성명서를 내 “남인수는 그 유명세 만큼이나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한 반민족 행위자”라고 강조했다. “그의 노래가 후방에서 일제가 일으킨 전쟁을 후원하고, 조선의 젊은이들을 죽음의 전쟁터로 내몰았다”면서다. 그러면서 남인수가 녹음한 친일 군국가요로 1942년작 ‘강남의 나팔수’, ‘그대와 나’, ‘남쪽의 달밤’, ‘낭자일기’, ‘병원선’, 1943년작 ‘이천오백만 감격’, ‘혈서 지원’ 등을 들었다. 남인수는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돼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또한 “남인수의 친일행위는 당시 조선 독립을 위해 싸우던 임시정부에도 큰 골칫거리였다”며 이 때문에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백범 김구 선생은 해방 후 임시정부 요인이었던 김승학을 통해 반드시 처단해야 할 친일파 267명의 명단을 작성하게 했는데, 이 명단에 남인수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남인수가 노래 뿐 아니라, 1944년 89월 열린 ‘성난 아세아’라는 예능제에 참석해 일제의 침략에 적극 협력했다고도 덧붙였다. 이 예능제는 미국과 영국을 격멸하자는 의식을 고취하려 열린 행사였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진주를 역사의 도시라고 한다. 오랜 역사에서 진주는 임진왜란, 농민항쟁, 의병활동, 형평운동 등으로 여러 번 세상의 귀감이 됐다. 이러한 자랑스러운 역사는 우리 진주사람들의 자부심”이라며 반민족행위자 남인수를 기리는 추모공연과 가요제가 다시금 열리는 것은 이에 비춰 걸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인수가 대중가요제의 황제로 대접받은 만큼, 일부분만이라도 민족의 운명에 바르게 처신했다면, 이처럼 진주시민과 자손대대에 부끄러운 인물로 기억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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