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행적이 뚜렷한 가수 남인수를 기리는 ‘남인수 가요제’가 재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에,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가 다시 한 번 반발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인수 가요제’ 개최를 알리는 웹자보가 돌고 있다며 이를 문제 삼았다. 웹자보에는 가요제 일정과 장소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었다. 11월 4일 저녁 5시, 하대동 강변 야외무대이다. 주최단체는 명시돼 있지 않았다.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내 이 같은 웹자보가 돌고 있다고 밝히고 “지속적인 친일파 숭모행사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남인수가 “노래로 일본의 전쟁을 후원하고,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면서다. 특히 이들은 “남인수와 같은 반민족행위자(친일파)를 숭모하는 행사를 진주시가 방관하고 방치, 방조해서는 안된다”며 진주시에 장소 대관 불허를 요구했다.

진주시에 문의한 결과, 웹자보를 배포한 단체는 올해 5월부터 ‘남인수 가요제’를 추진해온 남인수기념사업회로 추정된다. 시 관계자는 이들이 최근 하대동 강변 야외무대 대관을 신청했다고 밝히고 “구체적인 행사 개요를 받지 못해 관련 내용을 보내줄 것을 통보했다. 이를 살펴본 뒤 대관 허가 등을 판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관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돌고 있는 남인수 가요제 웹자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돌고 있는 남인수 가요제 웹자보

남인수기념사업회는 올해 5월, 칠암동 강변 야외무대 대관을 신청했다가 진주시로부터 대관 불허를 통보받은 바 있다. 진주시는 애초 대관을 허가했다가,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가 “남인수의 유명세만을 내세워 ‘생계형 친일’을 운운하며 그를 두둔하고 미화하는 가요제를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시설에서 개최한다면,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의 영전에 할 말이 없다”고 반발하자, 대관을 취소한 바 있다. 사회적 갈등을 우려해서다.

남인수기념사업회는 시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하며, 그간 ‘남인수 가요제’를 지속 추진해왔다. 이들은 칠암동 강변 야외무대 대관이 취소되자, 올해 6월 문산읍의 사유지에 특설무대를 꾸려 ‘남인수 추모제’를 진행했다. 올해 7월과 9월 예심 등을 통해 본선 진출자 명단도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남인수의 친일행적과 문화예술적 기여도를 분리해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남인수는 일제강점기 친일 군국가요 ‘강남의 나팔수(1942)’, ‘혈서 지원(1943)’ 등을 부르며 ‘내선일체’를 정당화하고 조선 젊은이들의 전쟁 참여를 독려한 이유 등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해방 후 김구 선생이 임시정부 요인과 반드시 처단해야 할 친일파 명단을 작성했을 당시, 267명의 친일파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단디뉴스 = 김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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